영국 랭커스터 대학 연구...발전소 주변 공원 조성, 야생화 등이 꿀벌에 영향
농경지 대비 4배 이상 좋은 효과...수력 발전소는 동물 서식지 파괴 우려

[ESG경제=김민정 기자] 태양광 에너지가 기후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는데도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영국 랭커스터 대학 연구진은 최근 열린 '탈국경 생태학 컨퍼런스'에서 태양광 발전소가 꿀벌의 개체수를 증가시켜 재생에너지 생산 외에 부가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지구 상에 꿀벌을 포함한 곤충의 개체 수는 매년 1~2%씩 감소하고 있다. 삼림 벌채나 기후 변화, 농업 발전, 오염 등이 원인이다.  꽃가루를 옮기는 벌이 줄어들면 동물의 먹이가 되는 식물 열매가 줄어들고, 농작물의 생산량도 감소해, 결국 사람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태양광 발전소 주변의 꿀벌 개체 수가 다른 농경지에 비해 4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영국 랭커스터대학
태양광 발전소 주변의 꿀벌 개체 수가 다른 농경지에 비해 4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영국 랭커스터대학

랭커스트대 연구진은 태양광 발전소 내부와 주변 환경이 벌 개체 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리정보시스템(GIS: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을 이용해 꽃가루 매개체인 꿀벌 개체 밀도를 측정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태양광 발전소, 꿀벌 개체수 증대 기여

그 결과 야생화 등이 풍부한 태양광 발전소 인근 공원이 주변 다른 농경지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의 꿀벌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를 발표한 홀리 블레이즈 박사는 “야생화 잔디로 구성된 태양광 발전소 공원에서는 꿀벌 개체 수가 다른 농경지에 비해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원을 둘러싼 자연 생태계와 사람들의 관리, 야생화 등의 자원이 꿀벌 개체수를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꿀벌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주변의 자연 생태계가 활발하게 살아움직이고, 생물 다양성이 유지된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영국 태양광 에너지 기업인 솔라에너지UK CEO 크리스 휴잇은 “그간 태양광 발전소 주변의 공원 개발이 꿀벌 등의 개체를 보존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관심이 많았다”며, “태양광 발전은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석탄 및 가스 발전소의 오염 배출을 피하면서, 건강한 생태계를 보존해 기후 및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 환경오염 등에 의해 매년 2만5000~5만종의 생물이 멸종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생물 다양성 위기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지속되면 결국 사람들의 밥상에도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나온다.

유엔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멸종 생물이 100만 종에 달하는 시점에 도달하면 지구 자연생태계 질서가 급격히 무너져, 향후 30년 간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등에서 심각한 식량과 물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력발전, 동물 서식지 손실시킬 우려

한편, 태양광 발전의 긍정적인 효과와 달리, 수력발전의 경우 호랑이나 재규어 등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수력발전소는 호랑이나 재규어의 서식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연구에 따르면 수력발전소는 호랑이나 재규어의 서식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중국 남방과학기술대 환경과학부와 포르투갈 포르토대 생물다양성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에 "수력발전이 동식물의 고유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볼리비아 등의 수력발전용 댐 위치를 조사한 결과, 호랑이와 재규어 서식지가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호랑이 개체수가 23% 줄어들고, 재규어 약 900마리의 서식지가 파괴됐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중국 남방과기대 루크 깁슨 교수는 “수력발전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생물 다양성 파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동물 서식지를 침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발전소를 건설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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