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 녹색 통화정책 강화로 ESG 자산시장에 영향
미국 BBB법안 상원 통과 시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분야 확대 기대
제퍼리스 "올해 글로벌 자산시장서 ESG가 주류로 자리잡을 듯"

[ESG경제=이진원 기자] 올해 각국 중앙은행이 녹색 통화정책을 펴는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ESG 자산시장이 더욱 활기차게 변모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투자회사인 제퍼리스의 ESG 및 지속가능 조사 부분 글로벌 수석인 아니켓 샤는 1일 야후 파이낸스 라이브에 출연해 “2022년은 ESG가 (자산시장의) 주류가 될 뿐만 아니라 시장에 더 많은 영향을 주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각국 중앙은행을 포함해 금융시스템 내 주요 플레이어들이 지금보다 기후변화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런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SG 펀드시장으로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ESG 상장지수펀드(ETF)로 1200억 달러(약 143조 원)가 유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22년에는 여러 우호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ESG 투자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기후변화와 탈탄소 목표에 대한 진지한 고민 속에 추진하는 정책과 규제 변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9월 말 현재 美 지속가능펀드로의 자금 유입 현황 (출처: 모닝스타) 
2021년 9월 말 현재 美 지속가능펀드로의 자금 유입 현황 (출처: 모닝스타) 

제퍼리스의 샤는 “그동안 재생에너지지 부문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재정적 측면에서 많은 지원 조치가 취해졌다”면서 “올해는 지원책이 더 확대되고, 특히 중앙은행들의 개입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에도 이어질 ESG 투자 모멘텀 

2021년 ESG 펀드는 상당히 낙관적인 분위기 속에서 출발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과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인해 기후변화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미국 연방정부의 투자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런 기대 속에서 재생에너지 관련주와 ETF는 2020년 하반기 이후 줄곧 랠리를 이어갔다. 예를 들어 인베스코(Invesco)의 태양광 ETF는 230% 이상 급등하면서 2021년 1월 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2021년 연중으로는 상승세가 둔화하는 조정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태양광 패널. 사진=픽사베이 제공 
태양광 패널. 사진=픽사베이 제공 

바이든 정부는 2017년 탈퇴했던 파리협정에 재가입했고, 의회는 1.2조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미국 역사상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최대 인프라 법안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BBB)’의 상원 통과가 좌초되면서 일부 낙관론이 후퇴한 것도 사실이다. 이는 관련 ESG 주가에 조정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중 BBB가 하원 통과안 대부분이 유지된 상태로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BBB가 상원을 통과할 경우 여기에 기후변화 관련 예산이 5550억 달러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탄소포집 및 저장 기업들의 주가는 다시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0월 15일 코네티컷 Capitol Child Development Center에서 자신의 BBB 패키지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0월 15일 코네티컷 Capitol Child Development Center에서 자신의 BBB 패키지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제퍼리스의 샤 역시 ESG 투자 모멘텀을 유지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촉매로 미국의 BBB법을 꼽았다. 

각국 중앙은행의 녹색 통화정책 기대

중앙은행들 역시 녹색 통화정책에 적극 뛰어들면서 ESG 자산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자산을 직접 매입하거나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에서 녹색자산을 더 높게 평가하는 등 중앙은행들이 취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들이 많다”며 “올해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이런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ESG 투자 분야에서 가장 큰 변화는 기후 관련 위험, 기회, 공시 의무화 지침 신설 등이다. 미국에서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3월부터 6월 사이에 기후변화 공시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는데, 위장 환경주위인 그린워싱을 차단하기 위해 보다 엄격한 공시기준 제정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제퍼리스의 분석가들은 “SEC가 2023~2024년 실행을 목표로 올해 기후공시 의무화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이 최근 설립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도 올해 상반기 중에 금융시장용 글로벌 지속가능 공시 초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ISSB가 공시 의무화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다른 기관이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따를 종합적이고 편리한 ESG 공시기준의 글로벌 기본 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ISSB가 올해 ESG 공시의 글로벌 표준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표준은 각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중요한 표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생물다양성 논의 관심 커질 듯 

지난해 10월 31일부터 11월 13일사이 영국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지만, 그곳에서 논의된 생물다양성 문제는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는 4월 25일부터 5월 8일 개최될 예정인 '유엔 생물다양성 협약 제15차 당사국총회(COP15)'를 계기로 분위기가 빠뀔 가능성이 있다. 올해 열리는 총회는 2부이며, 1부는 지난해 10월 중국 쿤밍에서 개최됐다. 총회는 2부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2021년 11월5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COP26이 열리는 동안 수천 명의 시위대가 세계 정상들에게 기후변화 대책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2021년 11월5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COP26이 열리는 동안 수천 명의 시위대가 세계 정상들에게 기후변화 대책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제퍼리스의 분석가들은 “올해 생물다양성이 새로운 ‘기후변화’의 주제가 되고, COP15가 관련 논의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이것은 ESG 투자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신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투자자들 사이에 자연자본(natural capital)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향후 2~3년 사이에 투자자들이 자연자본 투자의 위험과 기회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흰색 펠리칸 한 마리가 바다 위를 유유히 날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흰색 펠리칸 한 마리가 바다 위를 유유히 날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전 세계 GDP의 절반 이상을 자연에 의존하고 있는 이상, 생물의 대규모 멸종을 막는 데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계속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이는 돈의 흐름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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