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영국‧이탈리아 이어 독일‧동유럽 등지로 확산
에너지값 급등으로 큰 돈 번 기업에 세금 더 매겨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 AP=연합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 AP=연합

[ESG경제=이신형기자]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이익이 급증한 정유사와 에너지 기업 등에 부과하는 이른바 '횡재세(windfall profit tax)' 도입이 유럽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은 에너지 위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는데 쓰겠다는 것이다.

유랙티브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 그리고 세계경제포럼(WEO)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18년 이후 평균 과세대상 이익 증가세가 20%를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20% 초과분 이익에 최소 33% 세율로 적용하는 횡재세를 한시 도입하겠다고 지난 9월 밝혔다. EU의 횡재세는 올해와 내년에 발생한 이익에 부과된다.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도 횡재세 도입에 나섰다. 영국은 전력기업에 45%의 횡재세를 부과하고 석유와 가스 기업의 법인세율을 내년 1월부터 25%에서 35%로 인상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이런 증세 정책을 통해 내년 국세수입을 140억 파운드(약 22조5000억원)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EU 회원국들은 EU의 횡재세와 별도로 개별 국가 차원에서 횡재세 도입에 나섰다. EU에 앞서 횡재세를 도입한 이탈리아는 내년 7월까지 에너지 기업에 대한 세율을 25%에서 35%로 인상하기로 했다. 독일도 최근 횡재세 대열에 동참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2018~21년 평균 이상의 이익을 냈거나 내년 이익이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석유,석탄,가스 기업을 대상으로 33% 세율의 횡재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다만 임의로 기업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독일 세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은 이런 점을 인정하면서도 “(횡재세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유럽에도 횡재세 확산

체코에서는 에너지 기업과 은행에 60%의 세율로 횡재세를 부과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해 상원 심의를 앞두고 있다. 발칸그린에너지뉴스에 따르면 발칸반도의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도 재생에너지 산업 지원과 에너지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는 횡재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슬로베니아는 메가와트당 180유로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에너지기업을 과세 대상으로 삼았다. 석유와 가스 기업도 횡재세 부과 대상이다. 세율은 올해, 내년 수익과 2018~2021년 수익 격차를 감안해 결정된다. 크로아티아는 올해 매출이 4000만 유로 이상인 기업 중 이익이 2018~2021년 평균보다 20% 이상 증가한 기업을 대상으로 33% 세율의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경제학계, “국민의 인플레 고통 경감할 수단”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석유와 천연가스 기업의 순이익은 4조 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 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사의 영업실적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셸은 사상 최대 규모인 200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BP는 166억 달러, 토탈에너지는 290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옥스퍼드대학의 경제학 교수 아이렘 귀체리는 18일 세계경제포럼 기고문에서 “횡재세는 정부가 대규모로 국세수입을 늘릴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이고 조세 왜곡도 적다”며 “특히 일부 기업이 큰 이득을 누리고 대다수 국민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를 완화할 유용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들은 사업계획을 세울 때 횡재세가 얼마나 지속될 지 따져야 하므로 정책 입안자들은 이런 불확실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횡재세 부과 기간을 특정해 약속하든지 아니면 아예 상시화하든지 해서 예측가능성을 높이라는 이야기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정유업계의 이윤 추구가 과도하다고 비판하면서 횡재세 도입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미 의회 통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횡재세 도입 논의가 일었다. 하지만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7월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횡재세 도입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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