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차관과 민간 전문가로 ESG협의회 구성
지속가능채권‧사회적채권의 가이드라인 마련
파리기후협약 지수 개발, SRI채권 보고 개선도

사진=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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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제=이신형기자] 정부가 2023년을 'ESG 재도약의 해'로 삼고 ESG 인프라 고도화 정책 방안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범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인 민관 합동 ESG협의회를 내년 초 출범한다.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ESG인프라 고도화 방안'을 27일 발표하고, "ESG 인프라 구축을 통해 민간 중심의 ESG 생태계 육성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ESG 투자 활성화를 위해 내년 중 ‘지속가능채권’과 ‘사회적채권’ 발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어떤 경제활동이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인지 분류하는 사회적분류체계(소셜 택소노미)도 이르면 내년 제정된다. 소셜택소노미에는 인권과 근로자 안전, 일자리, 소비자 권익, 지역사회, 공급망 협력, 공정한 전환 지원과 관련된 활동이 포함될 전망이다.

한국형 '소셜 택소노미' 내년 제정

국내에서도 ESG채권 발행이 늘어남에 따라 사회적채권이나 지속가능채권이 용도에 맞게 발행되고 사용되는지 판단 기준이 되는 소셜택소노미의 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소셜택소노미는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사회적 이슈를 내세워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한 뒤 타용도로 전용하는 이른바 '사회적 세탁(blue washing)'의  방지에 필수적 기준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EU 집행위 자문기관인 지속가능 금융플랫폼(PSF)이 지난해 소셜택소노미 초안을 공개한 데 이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올해 2월 최종안을 내놓았다. EU는 아직 소셜택소노미를 택소노미에 포함시키진 않았으나 도입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이종오 사무총장은 "어떤 산업이 녹색산업인지를 명확하게 분류한 분류체계(그린택소노미)가 없다면 기업이 녹색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돈을 애매한 사업에 사용했을 때 이게 그린워싱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이슈 해결 용도로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이를 제대로 사용했는지 판단하려면 소셜 택소노미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셜 택소노미 적용한 사회적채권 가이드라인 마련

사회적채권 가이드라인이나 지속가능채권 가이드라인은, 소셜택소노미를 적용해 사회적채권이나 지속가능채권의 발행과 자금 활용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는지 판단하는 절차와 방법을 담은 지침서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가이드라인 등을 참고해 만들 계획이다.

ICMA의 사회적채권 가이드라인 사업 범주는 ‘사회적 문제 해결’ 또는 ‘취약계층 지원’ 등이다. 사회적채권 발행 기관은 사업의 적격성과 투자 효과 등을 투자자에게 설명하고 외부 검토기관으로 하여금 그 발행에 적합한지 검증하도록 해야 한다.

ESG채권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개선, 온실가스 배출 없는 운송 수단 개발, 녹색 빌딩, 하수 관리, 기후변화 대응 등 친환경 사업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한 ‘녹색채권’과 취약계층 지원 용도의 ‘사회적채권’, 녹색채권과 사회적 채권을 합친 성격의 ‘지속가능채권’ '지속가능연계채권'으로 나눠진다. 지속가능채권이나 지속가능연계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기업 판단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은 기업이 사전에 설정한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금리 수준 등의 조건이 달라진다. 지속가능연계채권 발행 시 설정한 핵심목표를 심사하고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을 어떻게 제정할지가 난제다.

국내에서는 10월에 발행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지만 아직 발행 실적은 없다.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 관계자는 "도입된지 얼마 안 돼 발행 실적이 없다"고 설명하고 "(목표 설정에 대한 심사와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평가 기준은) 앞으로 점차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보완... SRI채권 사후보고 개선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발행되는 ESG채권은 녹색채권이다. 환경부는 이미 만들어진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지난 15일 보완했다. 그린워싱을 막기 위해 ▲녹색채권 발행 대상 사업에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를 적용하는 데 적합한지 판단하는 절차 ▲환경과 금융 분야 전문성을 확보한 외부 검토기관이 녹색채권 발행 요건을 확인하는 외부검토기관 등록제도 ▲사후 보고서의 주기적인 제출과 사후 외부검토 의무화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녹색채권 발행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발행에 필요한 표준 절차와 양식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SRI채권 발행 시 워싱 방지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금사용처를 투자자에게 보고하는 사후보고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기후채권기구(CBI) 등의 사후보고 보험사례 권고안에 따라 발행자에 사후보고서 작성을 권고하기로 했다.

SRI채권은 녹색채권과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을 포괄하는 채권으로 사실상 ESG채권과 같다. SRI채권으로 등록되면 발행자는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 채권 관련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파리기후협약 지수 개발...연기금 ESG 투자 확대

정부는 ESG지수 다양화를 추진하기로 하고 내년 중 파리기후협약 지수를 추가하기로 했다. 파리기후협약지수는 코스피200 등 모지수 구성기업의 파리기후협약 관련 규정 이행 기여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한다. 국내 증시에는 KRX ESG 리더스 150 등 10개의 ESG지수가 있다.

정부는 연기금 등의 ESG 투자를 확대하고 정책금융기관의 ESG 금융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ESG 통합전략을 적용하는 자산군을 국내 자산에서 해외 주식과 채권으로 확대하고 탈석탄 투자 선언 이행을 위해 석탄채굴과 발전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전략도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 2700억원을 지원한 산업은행의 탄소넷제로 프로그램과 5조원 규모의 탄소스프레드도 확대된다. 탄소스프레드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설비 설치와 저탄소 설비전환 지원 등에 정부가 이차보전 방식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내년 1분기 중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 마련

정부는 내년 1분기 중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의 권고안을 기초로 산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를 마련할 계획이다. ESG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공개와 내부통제 등에 대한 최소한의 자율준수 기준을 제시하고 정기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가이던스를 보완한다.

IOSCO의 권고안은 ▲ESG 평가방법론과 원천 데이터에 대한 투명성 확보 ▲ESG 평가기관 의사결정 과정의 독립성 확보와 이해상충 방지 ▲평가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손상하는 활동이나 관계의 회피 ▲ESG 평가방법론에 대한 상세한 공개 등을 요구한다.

아울러 정부는 ESG 정보 제공과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K-ESG 통합 플랫폼(가칭)을 구축하기로 했다. 코스피 상장기업의 공시 정보와 ESG 채권 정보, ESG 투자 동향, ESG 평가기관 정보가 담긴 ESG 투자 플랫폼과, 국내외 ESG 동향 및 ESG 경영 자가진단 수단 등이 담긴 ESG경영지원 플랫폼, ESG 관련 국내외 동향 망라한 정보 플랫폼 등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다.

ESG 전문인력 육성,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도 설치

정부는 ESG 전문인력을 내년 최대 300명까지 육성하기로 했다. 국제표준화기구와 인증심사원, 경영컨설턴트 등이 전문교육과 실무교육을 통해 ESG 전문가로 육성된다. 정부는 특성화 대학원과 지역 거점 대학교 등에 ESG 교육과정을 내년 개설하고 교육 수요 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학위과정 개설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민간과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위해 민관합동 컨트롤 타워인 ESG 협의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부처간 유기적 협업과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한 소통창구기능을 한다. 정부는 협의회를 통해 ESG 인프라 고도화 방안 추진실적을 점검하고 ESG 정책을 차질없이 실행해 나갈 예정이다.

ESG 협의회는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관계 부처 차관과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돼  내년 초 첫 회의를 열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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