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흡수 후 뇌 보호막까지 통과
뇌 면역기능 담당 미세아교세포 증식 능력 막아

[ESG경제= 김민정 기자] 196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은 매년 8.7% 씩 증가해 왔다. 2019년 세계 은행 데이터에 의하면 세계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5606억 4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플라스틱은 내구성과 내약품성, 내수성이 뛰어나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됐고, 이렇게 생산된 플라스틱에서 매년 천만 톤 가량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이 중 5조개 이상의 플라스틱 조각이 전 세계 바다를 순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을 통해 다시 우리의 식탁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은 5mm 이하의 작은 고체 플라스틱으로 정의하는데, 1mm 이하의 나노물질도 포함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생산 당시부터 작게 만들어져 치약이나 화장품 등에 넣는 1차 미세플라스틱과 플라스틱제품이 잘게 부서져서 만들어진 2차 플라스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런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 아직까지 정확한 연구가 부족했다.
이와 관련,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섭취된 미세플라스틱은 뇌 안에 축적돼 신경독성 물질로 작용한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오브 더 토털 인바이런먼트’ 최신호 온라인판에 실려 신뢰성을 높였다.
바이오융합연구부 최성균·이성준 박사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 유해성을 파악하고자 생쥐에게 각각 다른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을 7일 동안 경구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신장과 장, 뇌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에서는 미세플라스틱 섭취 초기부터 미세아교세포에서 염증 활성화·완화와 관련해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M1·M2 대식세포 지표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7일이 지난 후에는 두 지표가 급격히 낮아져 세포사멸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일정 시간 이상 축적될 경우 뇌 안에서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신경독성 물질로 작용할 수 있음을 뜻한다.
특히 2㎛ 이하 미세플라스틱은 위험한 물질이 뇌 안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 '혈액-뇌 장벽'마저 통과하는 것으로 나타나 경각심을 더했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이 뇌에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원세포의 일종인 미세아교세포에 축적된다는 것도 밝혀졌다.
연구팀은 2㎛ 이하 미세플라스틱이 미세아교세포의 세포질 부위에 축적되면, 수십 시간 이후 세포증식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를 미세아교세포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외부 위협으로 인식하고 이를 먹어 제거하는 식균 작용이 일어나 세포사멸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동물 뇌에 미치는 영향과 면역 반응 변화를 분자생물학적인 수준에서 확인하는 데에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재적 발암물질로 분류, 췌장 기능‧심혈관 질환도 유발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그간 물리적 독성과 화학적 독성으로 나뉘어 설명돼 왔다. 물리적으로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은 조직염증, 세포증식, 괴사, 면역세포 억제 등을 유발한다.
화학적 독성은 플라스틱 자체의 구성성분에 의한 직접적인 영향과 화학적 첨가제에 의한 영향이다. 가장 일반적인으로 발견되는 플라스틱 재질은 PET, PP, PE, PS, PA, PVC 등이며, 잠재적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일회용 컵 등에 많이 쓰이는 폴리스타이렌(PS)는 세포활성, 염증반응, 위장관 선암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PVC는 생식계 영향,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미세플라스틱에 포함된 화학물질들은 자체적으로 독성효과를 유발하면서 아울러 잔류유기오염물질(POPs)의 축적을 유발해 갑상선호르몬의 작용방해, 췌장 베타세포 기능 방해, 비만작용, 생식독성, 발달장애 및 심혈관계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