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할당과 BM할당 확대 포함한 4차 기본계획 연내 수립
탄녹위, "온실가스 감축 더욱 강도 높게 추진해야"
'22년 온실가스 배출량 3.5% 감소...NDC 40% 감축 역부족

[ESG경제=이신형기자] 정부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효과를 고려해 탄소배출권거래제(ETS) 운영 방식을 변경하기로 했다. ETS와 탄소세, 탄소국경세 등 탄소가격제는 탄소 감축이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정책 수단으로 꼽힌다. 따라서 탄소가격제를 도입하는 나라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내 탄소배출권거래제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75.3%를 담당하고 유상할당 대상 업종도 41개에 달하지만, 실제 유상할당의 비중이 10%에 불과하다. 무상할당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시장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배출권 가격이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배출권거래제 개편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CBAM은 EU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다른 지역에서 수입하는 제품 간의 탄소배출 비용 격차를 줄이기 위해 수입품에 탄소배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부담액은 EU와 수입 원산지의 탄소가격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
정부, "배출권 무상할당 줄인다"고는 했지만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5일 2022년 온실가스 감축 이행 실적 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배출량 관리의 중요 정책 수단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NDC(’23.4)와 국제적 흐름 등 새로운 여건에 맞도록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정부도 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2024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유상할당과 배출효율기준(BM) 할당을 확대하고 배출권의 과다할당을 방지하는 등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감안한 ’제4차 기본계획‘을 ’24년 내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BM할당은 온실가스 감축 효율을 고려한 할당 방식으로 업종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우수한 기업에 더 많은 배출권을 무상할당해주는 제도다. 현재 BM할당은 총배출량의 60%를 차지하는 12개 업종에 적용된다.
하지만 ‘제4차 기본계획’을 올해 수립한다고 해서 당장 적용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4차 기본계획’의 적용 시기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다.
환경부 기후탄소경제실의 한 관계자는 “NDC를 고려한다는 얘기는 4차 기본계획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4차 기본계획의 법정 수립기한은 올해 말이지만 최대한 빨리 기본계획 수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3차 기본계획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후환경단체 플랜 1.5의 권경락 이사는 “정부는 4차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탄소중립기본계획에 따른 연도별 탄소 배출 경로에 따라 전환부문과 산업부문, 일부 건물 부문에 포함된 기업들의 배출권 할당량을 비례적으로 배분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도별 국가 감축목표에 맞춰 전체 배출권 물량을 줄여나가면서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의 할당량을 더 많이 줄여나갈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다만 “환경부가 이렇게 하려고 해도 산업부나 재계의 반발이 있을 수 있어 후퇴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우려했다.
올해 배출권시장 참가자 확대...선물시장은 내년 개설
정부는 배출권 거래 활성화를 위해 올해 안에 시장참가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배출권시장 참여 금융회사의 범위를 현행 증권사에서 자산운용사 등으로 확대하고 2025년부터 개인투자자의 참여도 허용할 계획이다.
현재 배출권 시장 참가자는 700개 배출권 할당대상기업과 7개의 은행과 증권사로 구성된 시장조성자, 21개 증권사로 제한돼 있다.
또한 탄소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은 올해부터 탄소배출권을 주식처럼 증권사를 통해 위탁 거래할 수 있다. 지금은 탄소배출권 현물을 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끼리 직접 거래만 할 수 있어 거래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올해 시장조성자도 추가로 지정하고 시장조성자 평가기준을 개선해 가격 변동성 완화 노력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배출권 가격 변동을 헤지할 수 있는 선물시장이 개설돼 있지 않은 것도 배출권 거래가 부진한 이유로 보고 선물시장을 개설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선물상품 세부 운영방안을 설계한 후 내년 선물시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선물의 1계약 단위는 100톤이고 상품은 3월물과 6월물, 9월물, 12월물로 이루어진다.
이와 함께 정부는 배출권 관련 금융상품을 다양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증권사가 발행하는 지수추종형 상품인 ETF와 자산운용사가 발행하는 지수추종형 상품 ETN 출시를 허용하기로 했다.
플랜 1.5의 권 이사는 이런 정책을 통해 탄소배출거래제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높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할당량 축소 등을 통한) 시장 수급을 조절해 (배출권 가격을 어느 정도 유지해서) 기업이 실질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배출권 거래 가격이 톤당 만원이 안 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시장안정화 조치를 도입해도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특히 “유상할당 비율은 3차 계획기간이 진행되는 중에도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변경할 수 있다”며 “유상할당 비중을 높이면 정부가 유상할당 비율만큼 기업에 줄 배출권을 떼고 주는 거니 배출권 공급이 줄어 배출권 가격을 적절한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데, 정부의 의지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 3.5% 감소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한국의 국가온실가스 총배출량은 6억5450만톤으로 전년대비 3.5% 감소에 그쳤다.
이 정도라도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한 것은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70%에 달하는 전환부문과 산업부문의 배출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환부문은 원전발전 비중이 27.4%에서 29.6%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5%에서 8.9%로 상승하면서 탄소 배출이 줄었고 산업부문은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생산 부진으로 탄소 배출이 줄었다.
탄녹위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전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더욱 강도높게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30년 NDC 달성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기로 했다.
탄녹위는 NDC 달성을 위해 탄소배출권거래제 개편과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 친환경차 보급 가속화, 에너지효율 개선과 혁신 기술개발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노후건물 에너지효율 개선, 에너지 수요 관리를 위한 전기요금 합리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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