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규모 400조 육박...기후금융 촉진하는 마중물 기대
기후금융 통한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 안정에 기여 해외 사례 다수
금융기관의 기후리스크 관리, 노조와 금융소비자들이 감시 나서야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노동자들의 퇴직연금이 기후위기를 고려한 금융 활동을 촉진하는 기후금융의 마중물이 될 수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산업의 기후대응을 위한 공시제도 개편 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금융산업의 기후대응과 노동조합의 역할’로 주제로 발표한 플랜1.5의 한수연 정책활동가는 이같이 말했다.
한수연 활동가는 이날 토론회에서 “기후재난으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가 가계와 기업에 경제적 영향을 미치고 이들과 거래하는 금융사들의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면서 “저탄소 경제로 전환 과정에서 법, 제도, 기술, 시장, 인식이 변화면서 생기는 ‘전환 리스크’도 금융사들이 마주한 위기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한 활동가는 “기후위기가 곧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제결제은행(BIS)는 2020년 그린스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기관들이 정부의 조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기후금융 촉진 가능
한 활동가는 “국민연금 운용자산이 1000조 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400조 원에 육박하는 퇴직연금은 굉장히 큰 규모”라면서 “퇴직연금은 말 그대로 퇴직 후에 받는 연금이기 때문에 그 수령 시기가 상대적으로 먼 미래인데, 이 수령 시기를 고려하면 장기적인 수익률 관리가 필수적이고 그러려면 기후리스크를 적극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활동가는 기후금융을 통한 퇴직연금 운용이 수익률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콜로라도 연기금이 화석 연료 투자로 인해 지난 10년간 입은 손실액이 27억 달러 가량에 이른다는 것이 지난해 밝혀졌다"면서 “개인 연금 투자자 손실로 이를 환산하면 1인당 4161달러(약 511만원), 손실률은 21.8%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구글 직원 약 1000명이 구글에 탈화석연료 퇴직연금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면서 “지난 10년간 화석연료 투자로 구글 직원들이 본 손실은 11억 5000만 달러”였다고 강조했다. 한 활동가에 따르면 이같은 서한을 보낸 구글 직원들은 탈화석연료 펀드를 퇴직연금 기본 옵션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한국책임투자포럼 김태한 수석연구원은 “금융기관들의 경우 자기 자본은 10% 남짓이고 나머지 90% 정도는 외부에서 수탁받은 돈, 개인 금융 소비자들이 맡긴 돈”이라면서 “금융기관들은 이 개인 소비자들의 돈에 대해 리스크, 특히 기후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금융기관들이 단기 성과주의에 매몰돼 장기 리스크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제대로 관리하게 만드려면 돈의 소유주인 개인 금융 소비자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기관들이 운용하는 돈의 출처이자 소비자인 개인들이 이러한 기후리스크 관리를 엄격히 감시해야 하며, “노동조합의 퇴직연금들이 그 시작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 패널로 참석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이기철 수석부위원장은 “국내 퇴직연금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82조, 올해 곧 400조를 넘길 예정”이라면서 “퇴직연금은 지난 5년간 2배가 증가했고 앞으로도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해 10년 내 1000조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장기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장은 성장 여력이 없고 결국은 퇴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점진적으로 기후금융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 활동가는 기후퇴직연금상품 3가지 요건으로 ▲기후대응 목표에 부합하는 금융배출량 감축목표를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공시 및 보고 ▲탈화석연료 투자를 포함해 기후대응 목표에 부합하는 투자 기준을 제시(금융상품의 기준 도입) ▲기후리스크 지표를 지속적으로 가입자들에게 공개할 것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