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D 개편 앞두고 독일 이중중대성 평가 폐지 제안
독일 SFB, 산업별 중대성 평가로 대체해야 스페인ㆍ이탈리아, 가급적 원안 유지해야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다음 주로 예정된 유럽연합의 지속가능성 규제 단순화를 위한 옴니버스 패키지(Omnibus Simplification Package) 발표를 앞두고 독일이 파격적인 지속가능성 공시(ESG 공시) 개편 방안을 제안하고 나섰다.
반면에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가급적 원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등 회원국 간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EU 집행위는 아직 개편 방안에 관해 언급하지 않고 있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옴니버스 패키지에는 EU 택소노미(EU Taxonomy)와 공급망 실사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과 함께 기업지속가능성공시지침(CSRD)이 포함되며 오는 26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서스테이너빌리티 매거진(Sustainability Magazine)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독일 정부 자문 위원회인 서스테이너블 파이낸스 베이라트(Sustainable Finance-Beirat, SFB)는 EU 집행위원회에 공시 대상 지속가능성 정보를 대폭 줄여야 하고, 특히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기관은 특히 공시해야 할 정보를 식별할 때 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 기준이 요구하는 이중중대성 평가 대신 산업별 중대성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산업 공통 지표 공시 부담이 줄어 같은 업종에 속한 기업 간 비교 가능성을 유지하면서 전반적인 공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제안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아 EU 집행위원회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회계자문사 그랜드쏜튼 스웨덴(Grant Thornton Sweden)의 엘레나 뮐러 이사는 “산업별 접근은 언뜻 좋은 생각으로 보이지만,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항상 특정 산업에 맞게 짜여지는 게 아니라 여러 산업에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ESRS의 이중중대성 평가가 기업의 구체적인 위험과 기회, 외부에 미치는 지속가능성 영향 등을 분석하도록 독려하는 잇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SFB는 기업이 전환계획을 공시할 때 사용할 표준화된 양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SG 투데이에 따르면 프랑스도 지난달 EU 집행위에 보낸 서한에서 CSRD와 공급망실사법 시행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는 특히 CSRD를 기후공시에 집중하도록 하고 공시 정보도 대폭 축소하는 한편, 중소기업에 대한 공시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급망실사법 시행은 무기한 연기해야 한다고 프랑스는 주장했다.
스페인‧이탈리아 가급적 원안 유지해야
유랙티브와 로이터통신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은 EU 집행위에 보낸 서한에서 “기존의 특정 의무를 면제한다고 (유럽의) 경쟁력이 제고되는 것은 아니”라며 “오히려 유럽의 핵심 가치에서 후퇴한다는 위험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CSRD 개편에 대해 스페인은 “CSRD의 핵심 요소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공시 의무화 시기는 연기해야 하지만 유예기간이 끝난 후에는 모든 기업에 공시 의무화가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페인은 공급망실사법에 대해 “국경을 넘어선 곳에까지 유럽연합의 가치와 우선 순위를 보여주는 법”이라며 완화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유랙티브는 EU의 지속가능성 규제 관련 지침을 개정하려면 EU 인구의 65% 찬성이 필요한데, 스페인은 인구가 많아 지침 개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EU 집행위에 보낸 서한에서 올해부터 공시해야 하는 대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시기를 연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내녀부터 공시해야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공시 시기를 연기하고 공시 내용도 단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