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형은행 절반, '50년 넷제로 부합 금융배출량 목표 설정

유럽 은행, 미국보다 높은 금융배출량 관리 점수 받아 NAB, 탄소집약산업에 대한 대출 1% 불과...업계 선도

2025-02-20     김연지 기자
2024년 10월 25일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은행 연차총회 마지막 날에 전 세계 활동가들이 기후금융과 청정 에너지 확대를 촉구하는 행진과 집회를 열었다. AP=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글로벌 대형은행 53곳 중 28곳이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50년 탄소 중립 로드맵 기준에 부합하는 2030년 금융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배출량은 금융기관이 대출, 투자, 보험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유발하는 온실가스 간접 배출량을 뜻한다. 금융기관은 제조업과 달리 직접 배출량이 많지 않아 금융배출량이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금융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은행들은 석유 및 가스, 발전, 시멘트 및 철강 산업 등 탄소집약적인 업종에 대한 대출을 줄여나가고 있다. 

유럽 은행들, 미국 경쟁사보다 금융배출량 관리 잘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20일 글로벌 은행 중 금융 배출량 관리에 최고 점수를 받은 곳으로 ▲BNP 파리바 SA(BNP Paribas SA) ▲방코 산탄데르 SA(Banco Santander SA) ▲바클레이즈 PLC(Barclays Plc) 등을 꼽았다. 

대부분의 유럽 대형 은행들이 미국 경쟁사보다 더 높은 금융배출량 점수를 받았다. BI에 따르면, BNP 파리바의 점수는 8.96인 반면 씨티 그룹의 점수는 7.33이었다. 산탄데르의 점수는 8.85로 골드만삭스 그룹의 6.92를 능가했다. JP모건 체이스의 점수는 6.29,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점수는 5.16, 웰스 파고의 점수는 5.40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BI는 이같은 결과가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내 은행들에 기후 리스크 관리를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CB는 은행들이 탄소 배출량 규제, 원자재 비용 급등 등 기후위기로 인한 고객사의 채무불이행에 대비하려면 대손충당금으로 해당 손실을 미리 회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ECB는 은행의 기후 환경 위험을 관리하는 방식이 미흡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오스본은 "규제 및 정치적 압력이 EU와 미국 간에 '극명하게 갈라지고' 있으며, 이는 은행에 '완전히 정반대의 압력'을 야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스본 애널리스트는 호주의 빅4 은행 중 하나인 호주국립은행(NAB)이 향후 금융배출량 감축에 있어 업계 선두 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BI에 따르면, NAB는 가장 탄소 집약적인 5개 산업에 대한 금융배출량 감축목표를 설정했으며, 이들 탄소집약산업에 대한 대출이 은행의 전체 대출 규모의 1%에 불과하며 동종 업계 평균인 33%보다 훨씬 낮다.

한편, BI는 금융배출량 감축 흐름에 따라 2023년에는 탄소집약적 산업에 대한 은행들의 대출이 전년대비 41% 감소했다고 밝혔다. 

BI 애널리스트 그레이스 오스본은 "은행이 (탄소집약적 산업에 대한)'배제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대부분의 화석 연료 기업의 향후 자금 조달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