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사회 개편 실망...TSMC 모리츠 창에게 배워야"
거버넌스포럼 "글로벌 이사회 구축은 거버넌스 개선 첫단추" "외국인 CEO, SW·AI 전문가, 자본시장·거버넌스 전문가 필요" "수많은 반도체전문가 사내 보유..전영현 부회장 한명이면 충분" 이찬희 준감위원장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 발언은 '경영 간섭'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삼성전자의 이번 이사 선임 의안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TSMC 창업후 글로벌한 이사회를 구성하고 운영해 세계적인 기업 반열에 올린 모리츠 창 전 회장을 배워야 한다"고 21일 밝혔다.
포럼은 이날 낸 논평에서 "100% 한국인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삼성이 위기에 직면할 때 까지 과연 무슨 역할을 했는가"라고 반문하고 "삼성전자가 절실히 필요한 이사는 글로벌, 독립적인 관점에서 '쓴소리'를 할수 있는, 기업 경영을 직접 경험한 베테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독립적인 이사회라면 사외이사 후보의 선택지가 훨씬 광범위해 세계 최고의 인재를 대상으로 선택 가능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 이사회에는 전현직 외국인 CEO, SW·AI 전문가, 자본시장·거버넌스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지난 18일 정기주총 소집 결의를 하면서 이사후보 선임의 건을 승인했다. 현재 9명 이사(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6명) 중 임기가 만료되는 김준성, 허은녕, 유명희 사외이사는 연임하고, 이혁재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를 신임 후보로 선임하는 것 외에 사내이사는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과 송재혁 사장을 신임 후보로 선임하고 노태문 사장을 연임시키는 것이 골자다.
삼성전자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현재 1명 뿐인 반도체 전문가를 3명으로 늘려서 본격적인 경쟁력 회복에 나서겠다고 개편 취지를 밝혔지만 이는 이사회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시사한다는 것이 포럼의 냉정한 평가다.
삼성전자는 이미 수많은 반도체 전문가들을 사내에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사회에 반도체 전문가는 전영현 부회장 한 명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포럼은 "TSMC 창업자 창 전 회장은 '이사회가 경영진을 임명하므로 이사회는 기업거버넌스의 주축이다. 이사회는 3가지 역할이 있는데 (경영진을) 감독, 지도 및 임명·평가·해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며 "아직 삼성전자가 좋은 사외이사 후보를 찾는 노력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고 직격했다.
선진국에서는 상장사 이사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으로 리더십, (민간기업) 경영 경험, 다른 이사회 경험, 자본배치 등 기업거버넌스 개념에 대한 이해 등이 꼽힌다. 이번에 새롭게 후보로 선임된 이혁재 교수뿐 아니라 기존 사외이사인 허은녕 서울대 교수,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위 조건 대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포럼은 "TSMC 창 전 회장이 꼽은 이사의 조건은 CEO 업계 경력이나 성취와 최소한 비슷하거나 CEO의 성취를 능가해야 하고, 이사회 의장은 지혜, 판단력, 설득력으로 이사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럼은 삼성전자가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술경쟁력 뿐 아니라 리더십, 조직문화, 평가보상, 이사회 등 거버넌스 전반에 걸친 혁신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앞서 포럼은 지난해 10월 논평에서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전문가 위주로 업그레이드하고 독립성을 보장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포럼은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발언한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와 컨트롤타워 복원 관련 발언에 대해 "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을 뛰어 넘은 경영 간섭으로 판단된다"며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삼성의 거버넌스 개선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