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16 로마서 재개...매년 2000억달러 생물다양성 재원 조성 논의
개도국-선진국, 자금 조달 주체·자금 운용 방식 등 의견 대립 미 해외원조 중단 정책 COP16 분위기에 부정적 영향 우려 COP16 의장 "美 일부정책 생물다양성 이해관계 일치해"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지난해 10월 콜롬비아 칼리에서 개최됐으나, 매듭을 짓지 못한 제16차 유엔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6)가 25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재개된다.
COP16의 주요 의제는 생물다양성 이니셔티브를 위해 2030년까지 연간 2000억 달러를 확보하고,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인센티브 및 각종 유인책을 연간 최소 5000억 달러 감축하는 방안 등이다.
지난해 COP16은 생물다양성 보호 재원 마련과 신규 기금 설립 등 당사국 간 이견으로 회담이 지연되면서 폐막일을 하루 넘긴 11월 2일에 오전 주요 안건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으나, 대표단의 출국 등 투표에 필요한 정족수가 미달하면서 결국 회의가 중단된 바 있다.
직전 COP15에서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프레임워크(GBF)를 이행하기 위해 당사국들은 COP16의 주요 안건으로 생물다양성 보호 기금 조성 방안을 논의해왔다. GBF는 2030년까지 훼손된 자연의 30%를 복원한다는 목표를 포함하고 있다.
GBF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당사국들은 공공 및 민간 부문을 가리지 않고 연간 2000억 달러 이상을 생물다양성 보호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생물다양성 보호기금 조성 안건의 요지다. 2000억 달러 중 개도국을 위한 선진국의 지원 규모를 2025년까지 연간 200억 달러 이상, 2026~30년에는 연간 300억 달러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개도국-선진국 입장 차 보여…미국의 역할은?
COP16.2로 불리는 이번 총회는 25일부터 27일까지 단 3일간 열리는만큼 협상단은 논의에 빠른 진척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콜롬비아의 전 환경부 장관이자 COP16 의장인 수사나 무하마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로마에서의 합의에 실패하면 쿤밍-몬트리올 협약이 "불구"가 될 것이라면서 지난 몇개월간 당사국 협상단들을 만나며 사전 협의를 지속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도국과 선진국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는 것은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COP16.2에서도 개발도상국들은 생물다양성 손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선진국들과 기업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유럽을 포함한 부유한 나라들은 중동 국가, 중국 등 경제력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산층 국가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기를 원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지속가능성 리더십 연구소의 지속가능한 금융 센터 소장인 니나 세가는 블룸버그에 "(COP16.2에서) 해결해야 할 매우 현실적인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무하마드 의장은 "모든 당사자들이 열린 자세를 갖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도국들에게는 "자금의 출처를 미리부터 단정짓지 말고, (논의를 통해) 재정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과정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을, 선진국들에게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어려운 지정학적 관계에서 많은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유엔 생물다양성 협약에 서명을 한 당사국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COP16.2 협상장의 분위기를 냉각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무하마드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 원조 자금 동결과 각종 기후 환경 관련 정책의 퇴보가 일부 생물다양성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당사국들의 COP16.2 참여의지와 자금 지원의 의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하마드 의장은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을 만났으며, 미국이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몇 가지 분야가 유엔 생물다양성 협약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 청정 대기와 깨끗한 물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는 유엔 생물다양성 협약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일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확한 정부 지침없인 민간 자본 동원도 어려워
전 세계적으로 정부가 보조금 형태로 기금의 재정을 지원하는 데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개발은행대출, 민간 부문 등 다른 자금원을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 기관들은 명확한 정부 지침과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생물다양성과 자연 손실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할 수 없고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금융협회(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는 지난 1월 성명에서 민간 금융 기관이 "자연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입증되지 않은 전제" 라고 말했다.
한편, 무하마드 의장은 이번 COP16.2의 주요 목표가 생물다양성 기금 재원 마련에 당사국들이 합의하고, 2030년까지 합의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로드맵을 개발하는 것 역시 주요 목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당사국들은 생물다양성 기금을 어디에 보관하고, 어떤 기관이 기금을 운용할 것인지 합의해야 한다. 아예 새로운 기금을 만들거나 지구환경기금(Global Environment Facility, GEF)이 운영하는 세계생물다양성기본기금과 같은 기존 기금을 활용할 수도 있다.
유럽은 GEF가 모든 자금을 관리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반면, 콩고 민주 공화국, 브라질 등 개도국은 자신들이 더 많은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기금 출범을 주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