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안’ 전기요금 2~3배 인상 불가피..."전면 재검토해야"
에너지 교수협 210명 성명서, “산업경쟁력 훼손 우려” 원자력 제외하려 서울 면적 5배의 태양광 패널 설치하나
[ESG경제=김도산 기자] 정부가 내놓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해 에너지 학계가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 면적의 5배에 달하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국토를 훼손하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에 대규모 ESS(에너지저장장치)를 갖추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이런 문제는 언급조차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정부 시나리오 대로라면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2~3배 올라 산업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이하 에교협)’은 11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을 이같이 비판했다. 에교협은 석탄·석유·원자력·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합리적 정책 수립을 추구하는 학계 모임으로, 총 57개 대학 210명의 전·현직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과도하게 의존한 비현실적 계획"
에교협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3개는 30년 국가 대계임에도 불구하고 실현 가능성에 대해 숙고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졸속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은 "탄소중립 달성에 가장 유효한 수단인 원자력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탈원전 교조주의에 빠져 신재생만 무모하게 확대해 오히려 탄소중립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에교협은 "전력부문 신재생에너지 81GWy(기가와트연)의 70%를 태양광으로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최소 400GW(기가와트) 규모 태양광 설비가 필요하다"며 "여기에 필요한 부지면적은 약 4800㎢, 미래의 낙관적 기대효율을 적용해도 2800㎢로 서울시 전체의 4.7배에 해당되는 막대한 면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태양전지 기대효율 34%는 현재 고가인 이중 태양전지 구조로만 가능하고 육상풍력 이용률 26%와 해상풍력 이용률 40%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 실현 가능성이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ESS 누락, CCUS에도 전력량 27% 소비
에교협은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ESS 용량과 비용추산이 없다는 점도 비판했다. 재생에너지 규모가 확대되면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ESS 또한 대폭 늘려야 하는데 이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다는 것.
에교협은 "ESS가 언급조차 되지 않은 점은 계획의 불합리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며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절반 이상을 저장했다가 써야하는 경우 저장비용이 오히려 발전비용보다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CCUS(탄소포집·사용·저장)과 수소 수입과 관련된 내용도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에교협은 "탄소포집과 저장에도 상당한 전력이 필요하다"며 "제2안에서는 그 전력량을 17.GWy 정도로 잡았는데, CCUS만 해도 연간 전력량의 27%를 소비해야 하는 비현실적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소의 81% 수입, 연간 440억 달러 소요
에교협은 "제철과 석유화학, 수송, 발전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수소를 투입해 탄소저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2안의 경우 2770만톤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수소가 필요하다"며 "그중 81.5%를 수입에 의존하겠다는 계획은 에너지안보와 무역수지 측면에서 매우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g(킬로그램) 당 수소수입가격을 2달러만 쳐도 연 440억달러 규모 수소 수입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에교협은 "계획의 실현성은 결국 경제성에 좌우되는 바 비용추산이 제시돼야 한다"며 "무모한 계획은 약 2~3배의 전기요금 인상을 초래해 주력산업의 경쟁력과 국가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탄소중립 시나리오 전면 재수립 요구
에교협은 “정부의 시나리오는 탄소 중립 달성에 가장 유효한 수단인 원자력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채 신재생에너지만 무모하게 확대해 탄소 중립의 실현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며 “중립적 전문가들의 검토를 받아 탄소중립시민회의에 의한 공론화 추진 이전에 시나리오를 전면 재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정권말에 2개월 시한으로 추진되는 졸속적인 대못 박기는 중단돼야 하며, 탈원전 고집을 벗어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계획을 입안한 후 다각적이고 합리적인 분석과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정한 논의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