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지하수 오염 ‘심각’...암 유발 과불화화합물 기준치 초과

서울대 연구팀 2023년 4개 기지 조사 의정부·대구·칠곡 주변 19곳 시료 채취 PFOA·PFOS 국내 기준 초과 각 1곳 미국 기준치 적용하면 8곳이 초과 오염 원인 화재진압용 ‘거품’으로 추정 미 연구팀 소아암 발생 원인으로 지목

2025-03-09     강찬수 기자
미 해군의 항공기 화재 진압 훈련. 기체 주변에 뿌려진 거품(AFFF)에는 인체에 해로운 과불화화합물이 포함돼 있다.

[ESG경제신문=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주한 미군 기지 주변 지하수에서 발암물질인 과불화화합물이 먹는물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주민이 마시는 지하수가 기준치를 초과한 만큼 폭넓은 조사와 함께 대체 상수원 공급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최경호 교수팀은 국내 미군기지 4곳 주변 지하수의 과불화화합물 농도를 분석, 그 결과를 최근 국제저널인 ‘환경 과학 기술 회보(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Letter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지 주변과 기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검출 수치를 비교하면, 미군 기지 주변 지하수의 과불화화합물의 오염은 군사 활동과 관련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미군 기지에서 사용하는 수용성 필름 형성 거품(Aqueous Film-Forming Foam, AFFF)이 지하수의 과불화화합물, 즉 퍼플루오로알킬 물질(PFAS) 및 폴리플루오로알킬 물질(PFAS) 오염원일 것으로 추정했다.

AFFF는 유류 화재 때 물 표면에 막을 형성, 산소와 연료의 접촉을 차단해 불을 진압하는 소화용 거품이다. 이 AFFF에는 과불화화합물이 핵심 성분으로 포함돼 있다.

과불화화합물은 자연계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로 불리며, 하천과 지하수 오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더욱이 암 발생 등 사람의 건강에도 피해를 준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기지 경계에서 3㎞ 내 지하수 3차례씩 조사

최 교수팀은 경기도 의정부와 대구, 경북 칠곡 등에 위치한 4개 미군기지 주변의 지하수 19곳의 시료를 2023년 6~10월에 걸쳐 3차례 채취해 분석했다.

의정부 2곳(캠프 A, B)과 대구의 기지(캠프 C)는 부지 대부분이 한국에 반환돼 부분적으로만 운영이 되고 있었고, 칠곡 기지(캠프 D)는 완전한 형태로 계속 운영되고 있었다.

연구팀은 기지 경계에서 3㎞ 이내에 있는 접근이 가능한 지하수를 모두 채취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지하수 흐름을 고려하면 미군기지에 가까운 우물에서 더 높은 PFAS 수치가 감지됐다.

 

서울대 연구팀의 조사지점. .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Letters, 2025]

 

대표적인 과불화화합물인 PFOA와 PFOS의 분자식.

과불화화합물 중에서도 퍼플루오로옥탄산(Perfluorooctanoic Acid, PFOA)은 캠프 C 인근 지하수에서 L당 125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까지 검출됐다.

퍼플로오로옥탄술폰산(Perfluorooctane Sulfonate, PFOS)은 캠프 B 인근 지하수에서 최대치인 103.7 ng/L(ppt, 1조분의 1)이 측정됐다.

퍼플루오로헥산설폰산(Perfluorohexane sulfonic acid, PFHxS)은 캠프 D 인근에서 최대 127.8 ng/L로 검출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먹는물 기준은 없지만, PFOA와 PFOS를 감시 항목으로 정하고 오염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감시 항목이지만 70ng/L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 나온 최대치는 이 기준을 넘었다.

더욱이 지난해 4월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강화한 새 기준치를 적용하면,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EPA는 PFOA와 PFOS에 대해 먹는물 기준으로 각각 4ng/L로 강화했다.

PFHxS와 퍼플루오로노나노산(Perfluorononanoic acid, PFNA)은 종전 기준치 10ng/L을 유지했다.

이번 조사에서 채취한 19개 지하수 시료 중 미국 EPA의 PFOA 기준을 초과한 것은 8곳이고, PFOS 미국 기준을 초과한 것은 5곳, PFHxS 기준을 초과한 곳이 4곳, PFNA 기준을 초과한 곳은 캠프 C 인근 지하수 1곳이었다.

서울대 조사에서 나온 PFOA와 PFOS 최대치는 각각 미국 기준치의 31배와 26배에 해당한다.

서울대 연구팀의 미군 기지 주변 지하수 내 과불화화합물 농도 분석 결과.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Letters, 2025]

기지 이력에 따라 오염물질 성분도 달라져

연구팀은 “이러한 수치는 미군 기지에서 멀리 떨어진 우물에서 감지된 수치보다 최대 222배 더 높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군사 활동이 높은 PFAS 수치와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결과가 오염원에 대해 결정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한다 해도, 지하수 흐름 방향이나 과불화화합물의 성분 구성 등을 고려할 때 미군기지가 근처 지하수의 PFAS 오염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캠프 C와 멀리 떨어진 대구 시내 측정지점 지하수에서도 PFAS가 검출됐지만, PFAS 구성 성분이 미군기지 주변 지하수에서 검출된 것과 달랐다는 점이 이유다.

이번 조사에서 미군기지에 따라 인근 지하수의 PFAS 구성도 달랐다. 연구팀은 “지역별 구성의 차이는 PFAS가 포함된 AFFF의 성분이 시간에 따라 달라진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76년부터 PFOS 종류가 PFFF의 주요 성분이었는데, 2000년 이후에는 PFAS의 일종인 플루오로텔로머(fluorotelomer)와 단쇄(short chian, 분자 구조에서 뼈대가 되는 탄소의 숫자가 작은) PFAS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캠프 C 인근 지하수에서 장쇄(long chain) PFAS가 검출된 것은 이 기지가 1980년대까지만 운영됐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캠프 D 인근 지하수에서는 과거 성분과 현재 성분이 함께 나왔는데, 이는 캠프 D가 현재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 한국에 있는 미군기지 인근의 지하수가 PFAS와 관련 화학물질로 심각하게 오염돼 이를 식수로 사용할 경우 상당한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 “미군기지의 군사 활동이 PFAS 오염의 유일한 원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 지하수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고, 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AFFF가 화재 진압 작전이나 훈련 등에 사용되면 환경으로 유출된 PFAS 성분이 토양에 스며들고, 분해가 되지 않아 장기간 잔류하게 된다. PFAS가 빗물 등에 의해 토양에서 씻겨나오면 하천과 지하수까지 오염시키게 된다. 오염된 지하수를 마시게 되면 인체에 축적돼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미 국방부는 PFAS가 포함된 AFFF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에서도 지난 2008년부터 PFOA가 포함된 AFFF에 대해, 2020년부터는 PFOS가 포함된 AFFF의 사용을 본격적으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과불화화합물 먹는물 기준 강화해야

한편,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 캠퍼스의 환경직업보건과 연구팀은 PFAS 노출로 소아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환경역학(Environmental Epidemiology)’ 저널에 발표했다.

PFOS와 PFOA 농도가 높을수록 특정 소아암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환경 보호국 모니터링 프로그램은 2013년과 2015년 사이 캘리포니아의 26개 공공 수도 시스템이 공급하는 식수의 PFAS 농도 수치와 2000~2015년 암 진단을 받은 15세 이하 어린이 1만220명과 건강한 어린이 2만9974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어린이별 모체의 혈청 농도를 예측했는데, 배경농도는 PFOS가 5ng/mL, PFOA는 2ng/mL으로 계산됐고, 최대치는 PFOS가 22.89ng/mL, PFO가 6.66ng/mL이었다.

연구팀은 90건 이상의 사례가 있는 특정 암에 대해 모체 혈청 농도가 배경 노출의 두 배가 될 때마다 조정된 교차비(Adjusted Odds Ratio, AOR), 즉 암 발생 가능성을 계산했다.

분석 결과, PFOS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AOR이 1.14였고, 윌름스 종양은 1.15, 비성상세포종 신경교종은 AOR이 1.26이었다. AOR 값이 1.14라는 것은 해당 요인(과불화화합물)에 대한 노출 수준이 배경농도의 두 배면 질병(급성 골수성 백혈병) 발생 위험이 14% 늘어난다는 의미다.

PFOA와 비호지킨 림프종은 AOR이 1.19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는 PFAS 노출이 소아암을 직접 유발한다는 것을 확인하지는 않지만, 잠재적인 건강 위험을 강조하는 증가하는 증거에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미국 EPA 기준치(4 ng/L) 수준의 PFOS나 PFOA가 든 물을 마실 경우 혈청 속의 농도는 PFOS 5.66ng/mL, PFOA 2.08ng/mL로 예측된다면서, 이는 캘리포니아 지역 배경 노출 수준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는 마시는 물이 EPA의 과불화화합물 오염 기준(4ng/L)을 충족한다면, 굳이 건강 피해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대신 훨씬 높은 국내 기준(70ng/L)으로는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미국 기준치 만큼 대폭 강화된 먹는물 기준을 시급히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겸 칼럼니스트  envirepo@naver.com]

                                              강찬수 칼럼니스트 겸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