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원의 ESG 전략노트] EU 옴니버스 패키지와 한국 기업의 ESG 공시 대응
ESG의 핵심 동인은 기술과 공시, 금융 EU 86개 대기업, ESRS 의무 공시 이미 완료 대외환경 변화를 ESG 내재화·고도화 기회로
ESG를 강화시키는 3가지 핵심 동인은 ‘기술’, ‘공시’, 그리고 ‘금융’이다. 조직은 ‘기술’을 활용해 환경 및 안전과 같은 분야에서 위험과 기회를 효과적으로 관리한다. 그 결과를 ‘공시’하여 정보이용자인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한다. 이러한 정보이용자의 중추는 투자자 등 금융 제공자이다.
ESG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윤리적 책임을 넘어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고객을 확대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발전시키는 필수적인 경쟁력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기술’, ‘공시’, ‘금융’이라는 세 가지 동인을 조직에 내재화하고 고도화하는 역량이 바로 ESG, 즉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EU 대기업 86개사, ESRS에 따른 의무 공시 완료
ESG 선도기업들은 이러한 핵심 요소를 기반으로 ESG 전략을 수립하고, 기술을 개발하며, 자율 공시를 착실히 진행해 왔다. 특히 유럽연합(EU) 대기업들은 이미 EU 지속가능성 보고기준(ESRS)에 따라 의무 공시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미 86개사가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연차보고서를 통해 공시를 완료했다.
UN이 2004년 환경(E)·사회(S)·거버넌스(G)라는 개념을 공식적으로 정립한 이후 ESG는 꾸준히 자리 잡아 왔다. 특히 2021년부터 약 4년간 전 세계적으로 ESG 논의가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ESG 확산 5년 차에 접어든 지금, ESG 대한 관심은 정체 또는 냉각되는 분위기다. 미국은 트럼프 2기 체제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ESG 전략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ESG 규제를 주도해 온 EU 역시 2025년 2월 26일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한 ‘옴니버스 패키지’를 통해 ESG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그렇다면 ESG는 이제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답은 명확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간한 『The Global Risks Report 2025』에 따르면, 2035년(10년 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위험 요소 1~4위가 모두 환경 관련 이슈다.
즉 ▶극단적 기상 현상(Extreme weather events) ▶생물다양성 손실 및 생태계 붕괴(Biodiversity loss and ecosystem collapse) ▶지구 시스템의 중대한 변화(Critical change to Earth systems) ▶자연자원 부족(Natural resource shortages) 등이다.
굳이 WEF 보고서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현재 기후 변화가 재앙으로 바뀌고 있는 속도를 체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는 앞으로 매년 지금 보다 훨씬 더 심각한 기후 재앙을 마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ESG가 후퇴하는 듯한 현 상황을 계절 변화에 비유하면, 한겨울로 향하는 12월에 일시적으로 따뜻한 날이 이어지는 것과 같다. 마치 봄이 올 것처럼 착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점점 더 혹독한 겨울로 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기후위기 및 사회 양극화가 날로 심각해 지면서 ESG를 둘러싼 인류의 대응과 기회 또한 상상 이상으로 커질 것이다.
EU 옴니버스 패키지의 목적과 효과
ESG 공시와 관련된 규제(IFRS-ISSB기준, EU CSRD/ESRS 등)가 빠르게 도입된 이유는 기후 및 사회적 리스크의 심각성이 계속 커질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팬데믹 시기에 백신을 긴급히 개발했듯, ESG 규제 역시 서둘러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
그로 인한 부작용과 거부 반응 역시 코로나 백신 사례와 유사하다. 지난 2월 EU가 제안한 ‘옴니버스 패키지’는 이러한 부작용과 허점을 완화하려는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EU 옴니버스 패키지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EU 지속가능성 관련 규제(CSRD, CSDDD, EU Taxonomy 등)의 요구사항을 통합·단순화
▶기업의 규제 준수 부담을 완화하고 공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
▶중소기업의 보고 부담 완화, 대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 유예 기간 확대 가능성
▶확정될 경우 ESG 흐름과 속도에 변화 불가피
CSRD 적용 대상 및 로드맵 변동
EU 옴니버스 패키지는 CSRD 적용 대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예정이며, 그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ESRS 공시기준 개정 방향
1) 데이터 포인트 감소
▶기업이 핵심 정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시 데이터 포인트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
▶중요성(materiality) 원칙을 기반으로 필수 공시 요소를 조정
2) 이중 중요성 평가 (Double Materiality Assessment) 등 명확화
▶기존의 모호한 요구사항을 보완하여 명확한 평가 지침 제공
▶기업들이 보고 시 겪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제시
3) 글로벌 기준과의 상호운용성 제고
▶ISSB, GRI 등 글로벌 공시 기준과의 정합성(interoperability) 강화
▶중복 보고 부담을 줄이고, 국제적 일관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선
4) 부문별 공시 기준(sector-specific standards) 제외
▶특정 산업별 공시 기준을 의무화하는 조항 삭제
▶기업들이 보다 유연한 공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조정
한국 기업의 핵심 공시 대응 전략
이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자. EU의 이와 같은 ESG 공시기준 변화에 국내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 적용 대상 및 시기 확인
ESRS에 대응하는 한국 기업들은 옴니버스 개정안이 자사 적용 범위 및 시기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EU 시장과의 거래 여부 및 매출 규모에 따라 대응 방안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2) GAP 분석 및 의무/재무 공시로의 단계적 전환 로드맵 수립
옴니버스 개정안의 핵심은 EU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부담 완화에 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 ESRS 기준과 현재 공시 수준 간 GAP이 여전히 크므로, 단계적인 대응 전략이 필수적이다. 전략적 접근 방법의 핵심을 요약하고 그래픽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ESRS 기준 대비 GAP 분석 수행 ② 의무 공시 및 재무 공시 전환 로드맵 수립 ③ 중장기적 글로벌 공시 대응 체계 구축
3) 2024 회계년도 ESRS 적용 기업 보고서 벤치마킹
EU에서는 2025년 2월 28일까지 86개 기업이 ESRS를 적용한 연차 보고서를 공시했다. 한국 기업들은 ESRS 적용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글로벌 공시 흐름에 대비하는 것이 유효한 공시 전략이 될 수 있다. 즉, EU 선도기업들의 ESG 전략 및 공시 사례를 지속적으로 분석해야 할 것이다. (이 내용은 후속 칼럼으로 좀 더 자세하게 연재할 예정이다.)
4) ESG 공시기준 동향 모니터링 및 내재화
향후 우리나라의 ESG 정보공개 기준인 KSSB 공시기준 및 로드맵은 2024년 6월 최종 발표될 예정이다. ESRS 개정안 또한 2024년 8월 발표될 것이다.(옴니버스 개정 반영)
그 과정에서 ESG 공시의 큰 흐름과 방향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최소 5~10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ESG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EU 옴니버스 패키지 제안 상황은 한국 기업들에게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ESG 공시 등의 법제화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늦고, 기업의 대응 또한 최근 2년 가량 멈춰 있었다. EU 옴니버스 패키지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앤티 ESG 흐름은 ESG 대응에 뒤처진 국내 기업들에게 추격할 시간을 줬다고 볼 수 있다.
EU 옴니버스 패키지 등을 기회로 활용해 ESG 공시 대응을 기업 내부의 시스템으로 내재화하고 고도화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할 때다.
[손기원 ESG경제 전문위원/ 대주회계법인 부대표]
#ESG경제는 손기원 대주회계법인 부대표(ESG TF 리더)를 전문위원 겸 칼럼리스트로 모시게 되었다. 손 부대표는 공인회계사이자 경영철학자로서 ESG 전략 및 공시 분야의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앞으로 [손기원의 ESG 전략노트]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차별화된 ESG 전략 인사이트를 노트 형식으로 쉽고 친절하게 안내할 예정이다. 손 부대표는 'ESG 공시기준과 전략 2025', '탄소회계와 ESG 공시', 'ESG 경영실무' 등 ESG 분야 저서와 코드주역 시리즈, 한글본 성학십도, 한글본 논어 등 인문학 저서를 포함하여 총 28권을 저술했다. 카이스트 ESG 최고경영자과정, 서강대 경제대학원 ESG경제 전공,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삼성전자 및 협력사 등 주요 기관에서 ESG 공시 및 전략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