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6.2조 감축사업 본궤도...57개국, 97개 양자협정 추진
한국도 8개국과 양자협정 완료하고 19개국과 추진 중 감축사업 유치국 제도 미비...규정 개발하는 초기 단계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지난해 열린 제 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국제탄소시장 개설을 위한 파리기후협정 6.4조와 국가간 국제감축 협력 사업을 위한 6.2조의 기술지침에 대한 협상이 타결되면서 국외 온실가스 감축사업이 본격적인 이행국면에 들어섰다.
현재까지 6.2조의 협력적 접근법에 따라 총 57개국이 97개의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위한 양자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6.2조가 다루는 협력적 접근법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등을 위해 신흥국의 탄소 감축사업에 투자한 후 감축 실적을 이전 받는 양자 협력 사업과, ▶여러나라가 참여하는 다자 협력사업, ▶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계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감축사업을 유치하는 나라들의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원활한 사업 이행의 변수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순철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전문위원은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파리협정 제6조 결정사항 및 탄소시장 기업 세미나‘에서 ’국제감축사업 추진 주안점‘에 간해 발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위원은 국제배출권거래연맹(IETA)의 자료를 인용해 55개의 MOU와 30개의 양자협정, 12개의 기타 감축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141개의 시범사업도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양자협정은 조약의 형태로 상대적으로 체결 절차가 복잡하다. MOU는 사업 부처간 합의에 의해 체결되며 상대적으로 체결 절차가 간편하다.
노르웨이는 에너지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사업에 집중하면서 정부 주도의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모로코와 세네갈, 인도네시아와 양자협정을 체결했다.
스웨덴은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외감축실적(ITMO)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스웨덴은 가나와 네팔, 도미니카 공화국과 양자협정을 체결했고 스위스와는 산업 탄소 제거(industrial carbon removal)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한국 정부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상당량을 국외 감축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6.2조 사업 추진에 적극적이다. 김성우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에 따르면 한국은 2030 NDC를 통해 2030년까지 2억9100만톤의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했고 이중 12.9%인 3750만톤을 국제감축 사업을 통해 줄일 계획이다.
박 위원은 한국은 지난해 11월 현재 8개국과 양자협정을 완료했고, 5개국과 양자협정에 가서명하는 한편, 14개국과 양자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13개국와 MOU 방식의 사업을 추진해 7개국과 MOU를 완료했고 6개국과 MOU를 추진 중이다.
사업 유치국 제도 미비
박 위원은 지난해 IETA가 파리협정 이행의 불학실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국제 협상에 따른 지침의 불확실성‘이 꼽혔고 다음은 사업 ’유치국 프레임워크의 불확실성‘이 꼽혔다. 국제 지침의 불확실성은 지난해 COP29에서 기술지침에 관한 협상이 타결되면서 해소됨에 따라 현재는 사업 유치국의 제도 미비가 가장 큰 불확실성이 되고 있다.
박 위원은 이에 대해 감축사업 유치국이 사업 “승인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보고 요구사항 준수 등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업 추진국들은 사업 유치국의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사업 추진국과 유치국 간 지식 격차가 여전히 크고 사업 유치국이 사업 역량도 부족해 외부의 지원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또한 유치국이 명확한 절차없이 사업 승인서를 발급하는 것도 애로로 지적됐다. 이를 해소하려면 표준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위원은 “앞으로 6.2조 추진 우수 사례들이 확산되면서 (사업 추진이) 가속화 할 것”이라며 “많은 유치국이 필요한 규정을 개발하는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ITMO 성공적 이전 사례 나와
박 위원에 따르면 스위스 석유협회가 설립한 클릭(KLIK) 재단은 파리협정 6조 기술지침이 협상이 타결되기 전인 2023년 12월15일 최초로 태국 재생에너지 기업 에너지 앱솔루트와 1919톤의 ITMO를 거래했다.
에너지 앱솔루트는 방콕의 내연기관 버스를 전기버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통해 탄소 크레딧을 발급 받아 클릭 재단에 이를 판매했다. 에너지 앱솔루트는 앞으로 방콕에서 최대 4000대의 전기버스를 운행하고 크레딧을 발행할 예정이다. 클릭재단은 2030년까지 앱솔루트 에너지로부터 약 150만톤의 크레딧을 구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