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불화탄소, 온실화 탄소 1만배 ...“한국도 전주기 측정∙관리 필요”
주요국 대비 늦은 감축 정책 추진... NDC 달성 영향 커 냉매 제품 전 주기 장기간 배출… '잠재배출량' 고려 관리해야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에어컨과 냉장고 등 냉매로 주로 사용되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수소불화탄소(HFCs)를 효과적으로 감축하기 위해선 냉매 전 주기 측정 및 관리 체계 부재 등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13일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 '사람은 식히고 지구는 달군다? 인공냉매 HFCs가 불러온 기후위기의 역설’을 발간했다. 수소불화탄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 효과가 최대 1만 2400배 이상 크다.
주요 사용처는 에어컨과 냉장고, 데이터센터의 냉각시스템 등 냉매이며 이외 폴리우레탄 단열재용 발포제, 소화기에 들어가는 소화약제 등에도 사용된다. 특히 기후변화와 냉방 제품 수요 상승 등으로 전세계 사용량이 연평균 10%~15% 가량 늘어나면서 7대 온실가스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수소불화탄소는 지난 1989년 발효된 몬트리올의정서에 따라 사용이 금지된 오존층 파괴물질 '프레온 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으나, 규제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를 감축하기 위해 2016년 ‘키갈리 개정서’가 채택됐다. 한국도 2023년 개정서를 비준하면서 수소불화탄소 생산 및 소비량을 2045년까지 2020~2022년 평균 대비 80% 감축해야 한다.
수소불화탄소, “국가 감축 목표 결정지을 수 있어”
보고서는 한국이 유럽연합(EU), 중국 등 타 국가 대비 늦은 개정서 비준과 수소불화탄소 감축 정책 추진으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수소불화탄소의 감축이 더욱 시급하며, 그에 따라 이 물질의 감축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결정지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지침 개편으로 2021년 국가 배출량이 기존 대비 총 4470만 톤이 증가한 것으로 재집계된 바 있다. “오존층파괴물질의 대체물질 사용”이 새로운 산정 범주에 포함되면서 수소불화탄소 집계가 기존 2종에서 29종으로 확대됐는데, 증가분 중 절반인 약 2230만 톤이 수소불화탄소에 기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중 각 산업 분야의 배출량과 비교해 수소불화탄소 배출량은 2007~2022년 연간 평균 13%의 증가율을 보이며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2018년 정점 대비 2022년 국가 배출량은 7.6% 감소한 가운데 수소불화탄소 배출량은 약 39.3% 증가했다. 2022년 기준 수소불화탄소는 전체 배출량의 4.4%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수소불화탄소가 냉매 제품의 생산을 포함해 설치, 사용,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노후와 냉매 누출로 인해 온실가스를 조금씩 장기간 배출하는 특성에 따라 전체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잠재배출량’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냉매의 전 주기에 걸쳐 수소불화탄소 배출을 측정하고 관리하기 위한 체계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행 냉매 규제인 ‘오존층 보호법’에는 수소불화탄소의 수입과 제조 이외 폐기 등에 관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고, 냉매 사용량을 신고하거나 회수해 처리 및 보고하는 등의 사항도 냉매 사용 제품별로 각각 다른 법이 적용돼 규제 사각지대가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보고서는 “현재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회수 및 폐기가 이뤄지는 냉매의 비율은 전체 유통량의 1%에 불과하며, 법 적용 대상 역시 ‘냉동능력20톤(20RT) 이상의 냉매 사용 기기’ 또는 ‘전자제품 및 자동차’로만 한정돼 있어 이외 제품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수소불화탄소의 실질적인 감축을 위해 ▲'전주기 냉매관리 체계’(LRM, Lifecycle Refrigerant Management) 도입 ▲수소불화탄소가 속한 불소계열 온실가스(F-gas)를 통합 관리할 법 제정 검토▲수소불화탄소 국가 온실가스 통계 고도화 ▲자연냉매로 저 온난화 지수 대체 물질 전환 등을 제언했다.
기후솔루션 메탄·HFCs팀 박범철 연구원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냉장고와 에어컨 등 냉동공조기기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이는 다시 수소불화탄소 배출로 이어져 기후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통해 냉동공조업계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소불화탄소 감축 및 전환을 유도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