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는 머스크, 유럽·호주·중국 테슬라 판매 절반으로 '뚝'

지난해 12월 이후 시총 8000억 달러 증발...판매량도 빠르게 하락 "자동차 산업 역사상 브랜드 가치 이토록 빠르게 하락한 사례 없어" 기후대응 중요하게 생각하는 테슬라 주요 고객층 등 돌려 트럼프 지지세력은 전기차 관심 없어

2025-03-19     김연지 기자
지난 3월 10일 미국 시애틀에서 테슬라 철거 시위에 의해 불에 탄 테슬라 사이버트럭의 모습. 사진=연합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극단적인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올해 들어 유럽 전역, 호주, 중국 등에서 테슬라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으로 급감했다. 테슬라의 주요 고객층이던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은 물론 경쟁사인 비야디(BYD)가 엄청난 속도로 기술 발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테슬라의 신차 판매량과 신차 등록률은 전세계적으로 급감했다. 유럽에서는 올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고, 테슬라 중국공장의 지난달 출하량은  49% 감소해 실적부진을 기록했다. 호주 전기자동차 협의회는 올해 테슬라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7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 내 실적도 좋지 않다. 미국 현지 매체 악시오스는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1월 테슬라의 미국 내 신차 등록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의 주가는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5.34% 하락한 225.31달러로 장을 마쳤다. 테슬라는 전날에도 주가가 4.79% 하락한 상태였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이후 시가총액 8000억 달러가 증발했으며,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45% 가까이 떨어졌다. 월가의 투자사들은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앞서 JP모건은 테슬라의 1분기 인도량 추정치를 작년 동기 실적보다 8% 감소한 35만 5000대로 제시하면서 목표주가를 종전 135달러에서 120달러로 내렸다. 

기존 고객층 잃어버린 테슬라, MAGA들은 응답할까? 

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테슬라 자동차를 배경으로 일론 머스크와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이같은 판매 부진의 배경으로 테슬라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타격, 그로 인한 기존 고객층 이탈을 꼽았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단순히 동일한 기본 기능을 수행하는 상품보다 자신을 똑똑하거나 부유하거나 반항적이거나 고결한 사람으로 이미지화할 수 있는 상품이 시장에서 더 가치있는 상품으로 여겨진다. 이것이 브랜딩”이라면서 “한 기업이 자신의 브랜드를 폭파해버린 이 사태에 비견할만한 다른 사례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테슬라는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대담하고 진보적인 혁신가로 브랜드화하면서 전기차 시장을 지배해왔다. 그런데 머스크가 기후변화를 부정하며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고, 기후변화 관련 자금을 동결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적극 지지할뿐 아니라, DOGE의 수장으로 앞장 서 기후대응 인력들을 대거 해고하면서  그간 테슬라가 쌓아온 브랜드의 가치와 이미지가 한순간 무너져 내렸다는 것이다. 

JP Morgan의 분석가 라이언 브링크먼은 "자동차 산업 역사상 브랜드 가치가 이토록 빠르게 하락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는 테슬라 차량과 대리점, 충전소 등의 관련 시설이 연이어 테러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 악시오스는 지난달에만 적어도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테슬라 철거 시위’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테슬라 차주들은 자동차에 ‘나는 일론이 미쳤다는 걸 알기 전에 이 차를 샀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놓는 등 머스크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백악관에서 행사를 열어 공개적으로 테슬라에 대한 지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주요 지지세력인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가 테슬라의 새로운 고객층으로 흡수될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를 포함한 다수 외신들은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트럼프의 지지세력에 기대를 거는 것은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현지 매체 악시오스는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테슬라에 대한 MAGA의 지원은 공화당원들에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면서 “공화당원들 사이에서 머스크의 인기나 트럼프의 지지가 보수층의 테슬라 구매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BYD, 테슬라 경쟁우위 흔들

지난해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41회 태국 국제 모터 엑스포에서 BYD 실리온 7 EV 차량의 모습. 사진=연합

BYD의 성장도 테슬라를 위협하는 큰 요소 중 하나다. 지난 17일에는 BYD가 5분 충전으로 400㎞를 주행할 수 있는 '슈퍼 e-플랫폼'을 출시한다고 발표해 세계 자동차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BYD는 슈퍼 e-플랫폼이 적용된 차량을 내달부터 판매할 예정이며 중국 전역에 초급속 충전소 4000개 이상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BYD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양산 승용차에 1000V 고전압과 1000kW 충전 전력을 제공하는 새 배터리·충전시스템은 15분 충전으로 주행거리 275㎞를 제공하는 테슬라 슈퍼차저보다 충전 속도가 훨씬 더 빠르고 긴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이같은 소식에 테슬라의 주가는 같은날 4.8% 하락하기도 했다. 

BYD는 또한 이미 전 차종에 자율주행 로보택시 시스템을 무료로 장착했다. 이에 비해 테슬라는 관련 면허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회사 앱투스캐피털 어드바이저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데이비드 와그너는 "많은 경쟁업체가 빠르게 테슬라의 공간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에 테슬라가 핵심 역량에 있어서 경쟁 우위를 잃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 텔레메트리 설립자 토머스 손튼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큰 장애물 중 하나는 주행거리 불안감과 긴 충전 시간"이라며 "전기차 업계에서 이런 큰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것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