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Ti, 잔류배출량 상쇄에 탄소제거 크레딧 허용...스코프3 유연화

스코프3 감축목표 이행에 EAC사용 허용 기업에 ‘40년까지 저탄소 전환 약속 요구 1.5℃ 목표 포기 기업 인증 불가

2025-03-20     이신형 기자
사진=SBTi 공식홈페이지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가 18일 잔류 배출량 상쇄에 탄소제거 크레딧 사용을 허용하고 스코프 3 감축 방식을 유연화한 기업 넷제로 인증기준 개정 초안을 공개했다. SBTi는 초안 공개 직후 부터 오는 6월1일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SBTi는 설명 자료에서 기업은 2025년과 2026년에도 현재 버전의 기준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며 개정된 기준에 따른 감축 목표 설정은 2027년부터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SBTi의 인증을 받은 기존 감축 목표는 2030년까지 혹은 기업의 감축 목표 종료 시기 중 먼저 도래하는 시기까지 유효하다

초안은 현재와 달리 기업의 규모와 지리적 위치에 따라 인증에 필요한 감축 목표 설정 시 요구 사항을 차별화하고 있다.

모든 나라의 대기업과 본사가 고소득 국가나 중상위 이상의 소득 수준을 보이는 나라에 있는 중견 기업은 카테고리 A로, 저소득 또는 중하위 소득 국가에 본사가 있고 고소득 또는 중상위 소득 국가에서 발생한 매출이 5000만유로 또는 5000만달러를 초과하지 않는 기업과 모든 나라의 중소기업은 카테고리 B로 분류된다. 

모든 기업은 스코프 1과 스코프 2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리해 5년 단위의 단기 스코프 1, 2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세워야 하다. 카테고리 A 기업은 장기 목표도 세워야 한다. 스코프 3 배출량 감축 목표는 카테고리 A 기업은 의무적으로 설정해야 하고 카테고리 B 기업은 목표 설정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카테고리 A 기업은 SBTi의 모든 기준을 충족해야 감축 목표를 인증 받을 수 있고 카테고리 B 기업의 경우 일부 기준은 선택 사항이다.

카테고리 A 기업은 2050년 탄소중립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후 12개월 이내에 과학기반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카테고리 B에 속한 기업은 24개월 내에 목표를 세워야 한다.

초안은 기업에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기 위한 경로에 부합하는 스코프 1, 2, 3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뉴스는 SBTi가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포기한 기업에는 넷제로 목표 인증을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초안은 또한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기업에 늦어도 2040년까지 저탄소 에너지 사용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스코프 3 감축 목표 설정 유연화

STBi가 지난 3월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39개 기업 중 54%가 SBTi의 기준에 따른 넷제로 목표를 수립할 때 겪는 가장 큰 애로로 스코프 3 배출량 감축을 꼽았다.

SBTi는 기업의 이런 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기존 목표 설정 방식에서 드러난 문제점도 해소하기 위해 스코프 3 감축 목표 설정을 유연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전체 배출량의 40% 이상이 스코프 3 배출량일 경우 단기 감축 목표 67%, 장기 감축 목표 90%로 고정된 목표를 해야 한다.

SBTi에 따르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목표 설정과 중요한 온실가스 배출원 제외, 시간 경과에 따른 이행 상황 추적의 어려움 등이 기존 방식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초안은 배출량 목표보다 정렬 메트릭스와 방법론(alignment metrics and methodology)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렬 메트릭스는 조직의 전략, 운영 및 비즈니스 모델이 글로벌 기후 목표와 일치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정렬 메트릭스와 방법론으로 감축 목표에 부합하는 공급업체의 비율과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한다는 전 세계적인 기후 목표에 부합하는 원자재 조달 비율과 기업 활동, 넷제로에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창출하는 매출 비중 등이 제시됐다.

SBTi는 이런 지표와 방법론은 “단기적으로 스코프 3 배출량이 늘어나는 기업에 기후 대책을 제공하는 용도로도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초안은 또한 기업이 1차 공급업체에 넷제로 목표에 맞춰 제품을 공급하도록 요구하는 항목을 도입했다. 공급사에 대한 기업의 직접적인 영향력을 활용해 기후행동을 촉진하고 밸류체인에서 비중이 큰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초안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을 입증하는 방법론의 명확성과 유연성 제고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공급업체와의 거래, 거래 기업의 저탄소 제품으로의 전환 등 밸류체인의 감축 활동을 추적할 수 있는 밸류체인의 직접적인 온실가스 감축(직접 감축)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하지만 특정 온실가스 배출원에 대한 추적이 어려울 경우 원자재 조달과 같은 업스트림 공급 풀(pool)과 전력망과 같은 다운스트림 풀(pool)의 배출 데이터로 감축 활동 이행 상황을 입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공급 풀에 대한 가장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평균 배출 계수(average emission factor)를 사용해야 하며 이후 배출원 추적 활동을 개선해야 한다.

평균 배출 계수는 연료 소비량이나 전기 사용량 등 온실가스 관련 활동 데이터를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변환하는데 사용되는 계수다.

EAC 사용 허용

업스트림 풀과 다운스트림 풀을 구축할 수 없고 배출원 추적에 극복하기 힘든 장애물이 있는 경우 초안은 한시적으로 간접 감축 수단 활용을 허용하고 있다. SBTi는 농산물과 같은 일부 상품의 경우 배출원 추적이 더 어려울 수 있어 다양한 유형의 간접 감축이 임시로 스코프 3 감축 활동을 대신하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간접 감축은 기업의 밸류체인과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조치를 포함한다. SBTi는 이런 조치로 북앤클레임 시스템(book and claim system)을 통해 항공사가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SAF)를 구매하고 탄소배출량 감축을 주장할 수 있다는 예를 들고 있다.

논란이 됐던 환경 속성 인증서(EAC) 사용을 허용한다는 뜻이다. 환경 속성 인증서는 에너지 단위에 대한 정보(속성)이 담긴 계약 문서로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사용된 자원과 생산 및 사용과 관련된 배출량 정보가 포함된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한 사실을 증명하는 재생에너지 인증서(REC)가 가장 대표적인 EAC다.

EAC 활용을 포함한 간접 감축은 기업의 GHG 프로토콜의 온실가스 배출량 목록에 포함되지 않아 별도로 감축 실적을 공개해야 한다. SBTi는 간접 감축 실적 공개를 위한 가이드라인에 관해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SBTi는 EAC 활용 등 “간접 감축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기적으로 가치 사슬과 관련된 저탄소 기술 보급 확대 등을 통해 직접 감축을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며 “가치사슬과 관련이 없는 활동이지만 전 세계 기후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가치사슬 너머의 배출량 감축(BVCM)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탄소제거 크레딧 활용해 잔여 배출량 상쇄

초안은 모든 감축 수단을 사용하고도 감축하지 못한 잔여 배출량을 상쇄하고 목표를 초과하는 탄소 배출이 일어날 경우 제한적으로 탄소 제거 크레딧을 사용해 이를 상쇄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초안은 잔여 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상쇄하기 위한 두 가지 접근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두 접근 방식은 모두 스코프 1 배출량 상쇄에만 해당한다.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져 스코프 2 잔여 배출량은 없을 것이라는 추정과 스코프 3 잔여 배출량은 추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첫째, 기업은 잔여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단기와 장기 탄소 제거 크레딧 사용 목표를 세워야 한다. 탄소 크레딧 사용 목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별도로 설정된다. 잔여 배출량 예측을 기반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시기에 필요한 상쇄 수준이 탄소 크레딧 사용 목표가 된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 시기까지 남는 잔여배출량의 100%가 탄소제거 크레딧 사용 목표다.

둘째, 기업은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나, 탄소 제거 크레딧을 사용한 상쇄, 혹은 두 가지 방식의 조합으로 잔여 배출량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탄소 제거 크레딧 사용은 감축 목표를 세울 때 설정한 기준 연도 배출량의 10% 미만으로 제한된다. 탄소 제거 크레딧의 최대 허용량은 첫 번째 접근 방식의 목표량과 동일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직접탄소포집(DAC) 스타트업 클라임웍스의 캐롤라인 오트 탄소시장 담당 이사는 SBTi 기준 초안과 관련 “큰 사건”이라며 “현재의 고객과 잠재적인 고객들이 SBTi 지침을 지켜보며 관망”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침이 절대적으로 시장 활성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