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 '물 리스크' 커져..."단기 재무 영향 22조원"
기업 65% "물 리스크, 재무계획에 중대한 영향 미치거나 미칠 것" 물 리스크 재무 영향 1위 유틸리티 부문...물 스트레스 노출도 1위 통신 지난해 물 리스크 노출 운영 시설 241개...전년 대비 32% 증가 물 리스크 대응 비용 오히려 줄어...전년 대비 11% 감소 2조 8000억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국내 기업들이 물 리스크로 입게 될 잠재적인 단기 재무 영향이 21조 9592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21일 세계 물의 날(3.22)을 맞아 '국내 기업들의 물 리스크 대응 현황과 주요 시사점'을 담은 기획 자료를 발표하고 이같이 말했다.
KoSIF는 자료에서 “국내에서 물 정보를 대외적으로 공개한 기업은 총 103개로 집계됐다”면서 “그중 65%는 물 리스크가 사업 전략과 재무 계획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거나 향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물 리스크(Water Risk)는 물 부족, 수질 오염, 홍수와 가뭄 등 물 관련 문제로 인해 기업의 운영과 재무 안정성이 위협받는 가능성을 말한다. 세계 물경제위원회(GCEW)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물 수요가 공급을 40% 초과하고, 2050년에는 전세계 GDP가 8% 감소할 것으로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라 물 리스크가 커질 전망이다. 기상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일부인 SSP5-8.5 시나리오에 따르면, 21세기 후반에는 평균 기온 상승과 함께, 강수량이 최대 17%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가뭄과 폭우가 극단화되는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른 물 리스크 대응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재무적 물리스크 가장 큰 산업군, 유틸리티 부문
재무적 물 리스크 영향이 가장 큰 산업군은 유틸리티 부문으로, 이는 전력 생산 차질과 직접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물 리스크 재무영향 평가는 물리적 리스크와 정책 리스크를 모두 고려하는데 유틸리티 산업의 경우, 발전소 냉각수와 상수도 처리, 공업용수 공급 등 물 의존도가 높아 물이 부족할 경우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이로 인해 운영비용 급증, 수리·교체에 따른 자본지출 증가, 벌금 및 과태료, 정화비용 부담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전력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자재∙선택소비재∙IT 산업 역시 물 부족 및 공급망 불안정으로 인한 재무적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IT 산업은 반도체 제조와 데이터센터 냉각에 막대한 물을 소비하며,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으로 물 소비량이 더욱 증가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의 물 스트레스 수준도 위험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 스트레스가 높다는 것은 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물 이용에 제약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KoSIF 분석에 따르면, 산업별 물 스트레스 노출도는 ▲통신 87.5% ▲산업재 70.3% ▲IT 69.8% ▲에너지·유틸리티가 53.7%에 달한다. 국제 기준에 따르면 물 스트레스 비율이 40%를 초과할 경우 ‘높음’으로 분류되는데 국내 주요 산업군 대부분이 이 기준을 크게 초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 리스크 위험 늘지만, 대응 비용은 오히려 감소
KoSIF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물 리스크에 노출된 국내 기업들의 직접 운영 시설 수는 전년 대비 32% 증가(182개→241개)했지만 물 리스크 대응 비용은 오히려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2024년 물 리스크 대응 비용은 2조 8666억 원으로 2023년 3조 2305억 원 대비 11%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물 정보 공개 요구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CDP의 'Navigating Troubled Waters' 보고서(2024)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물 관련 데이터를 요구한 기업 수는 1029개로 직전년도 대비 122% 증가했다. 이는 기업의 물 리스크 관리 수준이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기업 신뢰도와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기업들은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전략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는 사용하는 물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정화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개념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운영 시 이를 적용해 물 사용량을 절감하고 지속가능한 물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KoSIF 남나현 선임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물 사용량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리스크에 걸맞은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장기적인 물 관리 전략과 글로벌 표준에 맞춘 대응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투자 및 인프라 개선, 물 사용량 공개 강화, 공급망 차원의 물 리스크 관리 강화 등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