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수 칼럼] 지구온난화로 ‘화약고’가 된 한반도 산림...대책은?

산청·의성 등 전국 곳곳 대형 산불 발생 2022년엔 피해 2만4797ha에 이르러 온난화로 기온 상승, 삼림 점점 건조해져 인명·재산 피해에 미세먼지 건강 문제도 ‘통합 산불 관리’ 방식 예방 노력 필요

2025-03-23     강찬수 기자
지난 21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밤새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ESG경제신문=강찬수 환경전문기자] 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 진화에 나섰던 대원들이 숨지고 주택이 불에 타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1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지리산 자락에서 발생한 산불은 23일 밤까지도 진화가 되지 않아 1300㏊가 넘는 산림을 태웠다. 산청군 산불 진화 과정에서는 경남 창녕군 소속 진화대원 등 4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들은 역풍에 고립돼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도 22일 산불이 발생해 산림 당국이 대응 '3단계'를 발령했지만, 강풍으로 인해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성에서도 불에 탄 산림 면적이 6000㏊를 넘어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1일 이후 23일 오후 9시까지 전국에서 불에 탄 산림이 모두 7778㏊에 이르고, 100동이 넘는 건물이 피해를 입었다. 2000명 가까운 주민이 대피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들어 21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177건으로, 지난해 1~3월에 발생한 103건보다 70%나 더 많이 발생했다. 올해 산불이 잦은 데는 비가 적게 오는 등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경우 지난 겨울 강수량이 평균 22.7㎜로 평년의 27.5%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기상과 산림 조건이 산불 발생에 취약해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숲은 우거지는 데 비해 겨울과 봄에는 더욱 건조해져 점점 ‘화약고’처럼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산불은 등산객의 실화와 폐기물 소각 같은 인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산불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화재 예방과 대응, 복구를 결합하는 동시에 생태적, 사회경제적, 문화적 요소를 관리 전략에 통합하는 ‘통합적 산불 관리(Integrated fire management, IFM)’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3월과 4월에 산불 46%가 발생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산불은 2015∼2024년 한 해 평균 546건이 발생해 평균 4002㏊의 산림을 태웠다. 연도별 산불 발생 건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피해 면적은 연도별로 차이가 크다.

2022년 2만4797ha로 가장 컸고, 2023년이 4992ha로 그 뒤를 이었다. 2022년 3월 경북 울진·강원 삼척에서 발생한 산불은 여의도 면적의 56배에 달하는 1만6302ha의 산림과 주택 332채를 태워 58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시기별로 보면 봄철인 3월과 4월에 전체 산불 건수의 46%(251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한 산림 피해 면적은 전체의 86%(3424ha)에 달했다.

23일 경북 의성군 산불 발화지점 인근 야산에서 산림청 헬기가 산불 진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불 원인으로는 입산자 실화가 171건(3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쓰레기 소각 68건(15%), 논·밭두렁 소각 60건(13%) 등의 순이었다. 2015∼2024년 산에 불을 낸 혐의로 검거된 사람은 2189명이었다.

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학 채희문 교수팀이 지난해 말 국제 저널 ‘대기(Atmospher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에서 산불 발생 확률이 높은 지역이 35만2377ha, 발생 확률이 매우 높은 지역이 1만4650㏊에 이른다고 밝혔다.

채 교수팀은 논문에서 다양한 환경 변수가 산불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했다. 기온과 태양광은 산불 발생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기온이 높고 햇빛이 강할수록 산불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반면, 강수량과 상대습도는 산불과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또, 침엽수림이 활엽수림에 비해 산불에 취약했고, 숲이 어릴수록 산불 위험이 높았다.

고도가 높을수록 산불 위험이 낮았다.

산불 위험은 남쪽 경사면이 가장 높았고, 서쪽, 동쪽, 북쪽 경사면 순으로 나타났다. 거리 측면에서 하이킹 코스에 가까운 지역은 화재 위험이 더 높았으며, 산불 위험은 인구 밀도와 함께 증가했다.

차고 습했던 겨울이 따뜻하고 건조해져

서울대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팀은 지난해 2월 국제 저널인 ‘농업 및 임업 기상학(Agricultural and Forest Meteor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산불 날씨 지수(Fire Weather Index, FWI)를 기반으로 기후변화가 산불의 잠재적 위험을 얼마나 증가시키는지에 대해 평가했다.

연구팀이 강릉·동해·삼척·울진 등 강원·경북 4개 관측소의 기상관측자료(최장 100년)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0년 동안 연평균 기온은 4℃가 상승했고, 연간 강수량은 17㎜가 줄었으며, 연평균 상대습도는 8%가 감소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연구팀이 분석한 강릉 동해 삼척 울진 지역의  지난 100년 동안의 기상변화. 기온은 상승했고(a), 강수량은 감소했으며(b), 상대습도도 줄었다(c). [자료: Agricultural and Forest Meteorology, 2024]

연구팀은 “지난 100년 동안 이 지역 기후가 차갑고 습한 겨울에서 따뜻하고 건조한 겨울로 바뀌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풍속·기온·습도·강수량·증발량을 바탕으로 FWI를 계산했는데, 산림이 점점 더 건조해지면서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지구 온난화로 가뭄의 지속 기간과 심각성이 증가하게 되며, 토양과 식물이 빈번하고 장기적인 수분 부족에 노출돼 화재에 더 취약해진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산불의 빈도, 지속 기간 및 심각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특히 “온대 기후 지역에서는 산불 위험이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미래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속도가 가속화되어 산불 관리에 대한 주의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산불 위험 증가돼

2022년 2월 유엔 환경계획(UNEP)은 '2022 프런티어 보고서'에서 "2002~2016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4억2300만㏊(423만㎢, 남한 면적의 42배)의 숲이 불탔다"고 밝혔다.

산불은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점점 흔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67%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발생했다.

같은 달 발표한 UNEP 산불 보고서는 “기후 변화와 토지 사용 변화로 인해 2030년까지 극한 산불이 최대 14%, 2050년까지 30%, 21세기 말까지 50% 증가하는 등 산불이 더 빈번하고 강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2019년 호주 북동부를 휩쓸고 있는 산불 속에서 불에 타서 도망가는 코알라 모습. 채널 9이 2019년 11월 20일 공개한 영상이다. [유튜브 캡처]

2019~2020년 호주의 '블랙 서머(Black Summer, 검은 여름)'나 2020년의 거대한 북극 화재와 유사한 산불이 특정 연도에 발생할 확률도 21세기 말까지 31~57%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19~2020년 호주 산불 때에는 2400만㏊ 이상을 태웠고, 수천 채의 가옥이 파괴되고 33명이 목숨을 잃었다.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학 연구팀은 2022년 3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지 않는 기후변화 시나리오(RCP8.5)에 바탕을 두고 21세기 말(2070~2099)의 전 세계 산불 취약 지역 면적을 추산했다.

그 결과, 현재(1996~2016년)보다 산불 취약 면적이 29%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기후변화에 따라 강수량이 증가하더라도 기온 상승을 하면 건조한 연료(산림) 탓에 산불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며 "아한대 지역에서는 화재에 취약한 해가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아한대 지역에서 산불이 증가하면 이탄(泥炭)지대가 불타면서 온실가스가 방출되고, 이것이 온도를 끌어올려 산불 발생을 다시 높이는 되먹임(feedback)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미래 한반도 산불 위험 줄어들 가능성도

하지만, 지금까지의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에 기후 변화가 더 심각하게 진행될 경우 적어도 한반도에서는 산불 위험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앞서 봤던 강원대 연구팀의 논문에서는 미래 산불 위험을 예측했다. 최대 엔트로피(MaxEnt) 모델을 사용하여 한국의 산불 발생 확률을 분석하고, 공유 사회경제적 경로(SSP)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한반도의 미래 산불 발생을 예측했다. SSP 시나리오 중에서 SSP2-4.5는 어느 정도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가정한 것이고, SSP5-8.5는 온실가스 감축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SSP2-4.5 시나리오에 따르면 산불 고위험 지역은 2041~2060년에 8만6269ha, 2081~2100년에 2만9024ha로 예측됐다. SSP5-8.5 시나리오에서도 고위험 지역은 2041~2060년에 7만6308ha, 2081~2100년에는 1만3494ha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두 시나리오 모두 산불 위험을 높이는 기온과 태양광의 증가, 산불 위험을 낮추는 강수량과 상대습도의 증가를 예측했다”면서도 “기온과 태양광보다 강수량과 상대습도 증가의 기여도가 더 높기 때문에 산불 위험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2019년 호주 산불 온실가스 7억톤 배출

산불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 생태계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에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프랑스 등 국제연구팀이 최근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9년 호주 산불에서는 7억10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2021년 아한대림의 산불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17억6000만 톤에 이른다.

또, 2023년 캐나다 산불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약 13억 톤으로, 2021년 캐나다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6억7000만톤의 두 배에 해당한다. 캐나다 산불 당시에는 미국 동부지역까지 번진 연기 속 미세먼지 때문에 시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세계 산불 발생 밀도. 제곱km당 연간 산불 발생 건수를 나타냈다. 아프리카 사바나지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고, 브라질과 호주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자료:UNEP]

국제연구팀은 논문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일어난 극심한 산불과 그에 따른 결과를 보면, 비상 대응 및 화재 진압에 초점을 맞춘 기존 화재 정책이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화재 진압에서 통합산불관리(IFM)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에 처음 만들어진 IFM이라는 개념은 산불 예방 및 대비를 강조하고, 산불 이후 생태적 회복 촉진까지 포괄적인 전략이다.

연구팀은 “IFM에는 지역 주민을 참여시켜 화재 사용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유발하는 것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 폐기물 수거 개선해 소각 차단을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의 산불 원인에 대한 분석 결과 대부분(약 75%)이 인간 활동, 특히 산악 지역 근처에서 인간이 유발한 발화로 인해 발생했다. 2022년과는 달리 2021년에는 국내에서 대형 산불 발생이 없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있었고, 야외활동이 제한돼 그로 인해 산불 발생 위험이 줄었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사소한 부주의나 실수로 인한 산불이라도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행안부는 봄철 산불 예방을 위해 입산 시 성냥·라이터 등 화기 물질을 가져가지 말고, 산과 인접한 곳에서는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영농부산물 쓰레기를 무단 소각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무단 소각 행위만으로도 과태료를 받을 수 있으며, 산림으로부터 100m 이내 소각 행위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산불 위험이 높을 때 단순히 폐기물 소각 금지 등의 홍보와 단속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아예 농촌에서 노천 소각할 필요가 없도록 폐기물 수거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장묘 문화를 바꿔 화장한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해 성묘를 위해 산을 찾을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산촌 지역에서 화목보일러를 사용할 때는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안전 점검을 정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등산객이 성냥이나 라이터 등의 화기 소지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건조한 계절(봄, 가을)이나 강풍이 부는 날에는 등산객 출입을 제한할 필요도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겸 칼럼니스트  envirepo@naver.com]

                                       강찬수 칼럼니스트 겸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