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초고속 충전 기술, 전기차 업계 지각변동 일으킬까
BYD, 전기차 5분 충전 가능한 ‘슈퍼 e-플랫폼’ 출시 경쟁사 테슬라 제치고 전기차 시장 1위 굳힐지 주목 전력망 과부하·배터리 수명 단축 등 문제 해결 숙제 전문가들 “친환경 전기차 보급에 기여할 것”
[ESG경제신문=이진원 기자] 테슬라와 전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중국의 전기차 기업 BYD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것만큼 빠르게 충전이 가능한 시스템을 선보이자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충전소 부족과 오래 걸리는 충전 시간 같은 충전 관련 문제는 그동안 친환경 전기차 판매 확대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 중 하나로 꾸준히 거론됐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BYD가 이번에 새로 공개한 시스템을 통해 세계 전기차 1위 자리를 차지할지, 그리고 전기차 충전 시간 단축 경쟁에 더욱 불을 지펴 전 세계적인 친환경 전기차 판매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슈퍼 e-플랫폼’ 출시 전기차 보급 확대에 기여하나
BYD는 지난 17일 자사가 1000킬로와트(kW)의 최고 충전량을 지원할 수 있게 개발한 이른바 ‘슈퍼 e-플랫폼(Super e-Platform)’으로 충전하는 자동차는 단 5분 충전으로 40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초고속 충전을 위해 10C 충전 배율을 가진 배터리를 포함한 기술 패키지를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10C 충전 배율이란 시간당 배터리 용량의 10배까지 충전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BYD가 주장하는 성능은 경쟁사인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훨씬 더 능가한다. 테슬라 웹사이트에 따르면 테슬라의 슈퍼차저는 15분 안에 275km의 주행거리를 추가할 수 있다. 테슬라는 현재 ‘슈퍼 e-플랫폼’의 4분의 1에 불과한 최대 250kW까지 충전할 수 있는 400V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단, 최대 속도 350kW의 800V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사이버트럭(Cybertruck)과 1000V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세미(Semi) 트럭은 예외다.
일단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다.
로이터는 “전기차 구매자를 유치하기 위해 전기차 제조사들이 고속 충전 기술을 주요 판매 포인트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기술은 중국에서 전기차의 높은 채택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분석했다.
이는 다시 말해 전기차 충전 속도 개선이 전기차 보급을 더 확산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전기차 전문매체인 인사이드EV 역시 “슈퍼 e-플랫폼의 출시로 전기차 충전 방식이 가솔린 자동차의 주유 방식만큼 편리해진다면 전기차 산업에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BYD는 현재 전 세계 전기차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테슬라와의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탄소 분야 전문매체인 카본크레딧닷컴은 “급속 충전 기술의 최신 발전으로 BYD는 (테슬라와의) 경쟁에서 앞서게 되었다”면서 “이 획기적인 발전은 더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4년 비야디와 테슬라는 각각 176만 대와 179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그러나 다른 승용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량을 모두 포함하면 BYD의 판매량이 훨씬 더 많다. BYD의 지난해 자동차 총판매량은 425만 대로, 포드의 판매량과 엇비슷하다. BYD는 올해에는 600만 대의 차량을 출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속도를 높여라
‘슈퍼 e-플랫폼’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 1위인 중국은 물론 다른 시장 전기차 제조사들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기차 충전 속도를 높이는 기술 개발에 ’올인‘하는 가운데 등장했다.
예를 들어, 또 다른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인 지리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Zeekr)는 지난해 8월 지커 007 세단에 들어가는 75kWh 배터리를 10분 30초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800볼트 플랫폼을 출시했다. 리오토(Li Auto)도 12분 충전으로 5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유사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10분 충전으로 325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 세단을 선보였다. BMW도 BYD가 주장하는 속도만큼은 아니더라도 기존 충전 시간보다 30% 더 빠른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BYD는 중국 내 전기차 시장의 3분의 1을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BYD 차 소유자들은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의 충전 시설이나 제3자 운영자가 운영하는 공공 충전소 등에 의존해 충전해 왔다.
따라서 BYD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해주기 위해 슈퍼 e-플랫폼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슈퍼 e-플랫폼에는 자체 고속 충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BYD는 중국 전역에 4000개 이상의 충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단, 구체적인 건설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인 니오(Nio)가 약 2700개의 고속 충전소를 포함해 중국에서 가장 광범위한 충전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9월 현재 중국에서 2000개 이상의 충전소 또는 1만1500개의 슈퍼차저를 구축해놓은 상태다.
이 밖에 리오토, 엑스펑(Xpeng), 지커 같은 소규모 업체들도 고속 충전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리오토는 최근 2023년 4월 이후 1900개의 고속 충전소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작년에 지커는 2026년까지 전국에 10만 개의 초고속 충전기와 2000개의 초고속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웨이 역시 최대 600kW의 충전 전력과 최대 1000볼트 아키텍처의 차량을 지원하는 액체 냉각 초고속 충전기를 구축했다. 초고속 충전기를 포함해 화웨이의 충전기 설치 건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5만 개를 넘어섰다.
잠재적 문제 극복 과제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급속 충전 기술이 대량 보급되면 전기차 시장이 커질 수 있더라도 전력망 용량에 추가적인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BYD는 급속 충전기마다 에너지 저장 장치를 장착하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초고속 충전소를 건설하려면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또 다른 잠재적 문제는 배터리의 내구성이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배터리를 충전하면 장기적으로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BYD는 자사의 새로운 배터리가 상당한 성능 저하 없이 잦은 고속 충전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주장했다.
카본크레딧닷컴은 이런 모든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고 가솔린 자동차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상황에서 BYD가 이룬 발전은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면서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이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배터리 기술의 혁신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