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원의 ESG 전략노트] ①ESRS 기반 ESG 전략...IT 서비스 기업

EU 대기업 185개사, ESRS 적용 의무 공시 완료 ESRS 공시와 연계된 차별화된 ESG 전략 수립 삼성SDS, LG CNS, SK C&C 등 벤치마킹 필요

2025-03-25     ESG경제
2024 SAP 통합보고서 표지. 

지속가능성 공시가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기업 ‘전략의 언어’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유럽의 선도 기업들은 공시를 통해 전략을 증명하고,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선점하고 있다.

EU의 185개 대기업이 2024년 연차보고서에 ESRS(유럽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에 따른 지속가능성 공시를 완료했다. 이는 단순히 공시 의무를 이행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ESG 전략 자체를 재편하고, 사업 경쟁력과 투자 유치를 위한 근본적인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SRS 적용 EU 기업 리스트 (2025년 3월 24일 기준)

SAP, Sopra Steria, Tietoevry, WithSecure, Teleperformance 등 유럽의 주요 IT 서비스 기업들은 ESRS 공시를 통해 기업의 사업 전략, 핵심 기술, 거버넌스 체계를 ESG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설명하며 차별화된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EU 기업들, 지속가능성을 전략의 핵심 프레임으로 활용
 

이들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단순한 공시 대상이 아닌, 전략의 핵심 프레임으로 활용하는 특성을 보여준다.

SAP는 ESG 데이터 관리와 공시 통합 면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AI 및 클라우드 기반의 ESG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탄소 크레딧을 단순한 상쇄 수단이 아닌 '기후 금융'으로 포지셔닝하며, 기업의 지속가능성 기여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ESRS와 IFRS S2에 기반한 공시 체계를 일찍이 통합하여 ESG 공시의 정확성과 전략 연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Sopra Steria는 유럽 공공 부문 중심의 디지털 서비스 기업으로, ‘디지털 주권’과 사이버 보안을 ESG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Scope1, 2 온실가스 배출량 90% 감축 및 Scope3 37.5% 감축이라는 명확한 수치 목표를 제시한다. 외부 인증기관으로부터 ESRS 기반 공시와 EU Taxonomy 관련 공시에 대해 제한적·합리적 인증을 동시에 확보했다. 또한 ESG 컨설팅 및 AI 기반 디지털 전환 서비스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하며 전략 실행력을 강화하고 있다.

Tietoevry는 지속가능성 서약(Sustainability Pledge)을 통해 기후행동, 윤리적 경영, 사회적 임팩트라는 세 가지 축에서 포괄적인 전략을 수립했다. GHG 배출량 87% 감축(Scope 1, 2 기준), Responsible AI 교육 97% 이수, 여성 신규 채용 비율 34% 등 다양한 ESG 지표를 공시한다. 공시 체계는 ESRS와 CSRD를 기반으로 정비하고 있다. 공시 수준은 SAP보다 간결하며, 다음으로 소개하는 WithSecure보다 포괄적이다.

WithSecure는 사이버 보안에 특화된 ESG 전략이 인상적이다. 특히 중견기업 대상의 사이버 회복력을 ESG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아, AI 기반 보안 제품과 데이터 보호 기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ESRS 기반의 공시 수준은 Tietoevry보다 범위가 좁지만, 전략의 명확성과 실행력에서 차별적인 강점을 보인다.

Teleperformance는 글로벌 BPO 기반의 고객경험(CX) 기업으로, ESG 전략과 인공지능(AI) 전략을 통합하는 독특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감성지능(EI)에 기반한 고객 응대와 AI 기반 자동화 솔루션을 결합해 운영 효율성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한다. 2030년까지 Scope 1, 2는 56.7%, Scope 3는 27.5% 감축하는 SBTi 인증 목표를 수립했다. 2024년부터 ESRS 기반 공시를 도입해 주요 환경·사회 지표를 확대 공시 중이다.

종합하면 전략의 명확성 측면에서는 WithSecure가, 전략의 통합성과 실행 측면에서는 Sopra Steria가, 사회적 가치와 기술 전략과의 융합 측면에서는 Teleperformance가, 전사적 공시 체계 및 공시 포괄성 측면에서는 Tietoevry가, ESG 공시의 정확성과 리더십 측면에서는 SAP가 각각 강점을 보이고 있다.

한국 IT 서비스 기업의 ESG 전략 고도화 방향성

한국의 IT서비스 기업들도 ESG 전략과 공시 수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삼성SDS, LG CNS, SK C&C(SK(주))는 모두 GRI 기준을 기반으로 자발적 공시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ISSB, ESRS 등 글로벌 기준과의 정합성이나, 전략-실행-공시 간의 연결성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SAP나 Tietoevry는 ESG 전략과 KPI(핵심성과지표)를 연결해 실제 온실가스 감축성과, 책임 있는 AI 확산 노력, 다양성 지표 등을 수치화하여 보고하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공시 범위가 제한적이며, 정량 지표보다는 선언적 서술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한국 IT 서비스 기업들은 ESG 전략 고도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ESG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자동화 및 외부 검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Scope 3을 포함한 가치사슬 전반의 배출량 관리와 구체적 감축 계획이 필요하다.

셋째, 기술 기반 ESG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AI,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술은 ESG 공시뿐 아니라 ESG 성과의 실현 수단이기도 하다.

넷째, 국제 공시 기준(ESRS, IFRS S2 등)에 맞는 보고체계 정비가 요구된다.

ESRS는 단순 공시 기준이 아니라, 기업의 전략-운영-성과를 ESG 언어로 재구성하는 프레임이다. 유럽 기업들은 이를 통해 ESG 전략을 내재화하고 있으며, 이는 곧 투자자 신뢰, 고객 가치, 브랜드 명성과 연결되고 있다.

이제 ESG 공시는 규제 대응이 아니라 전략 통합의 기회로 인식할 때다. 한국 기업도 ESG를 정보공시 수준을 넘어, 기업 전략의 언어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표> 비교 대상 기업 매출액 규모(연결기준) 및 ESG 공시/검증 기준

한국 IT 기업이 글로벌 선도 기업을 따라잡고 추월할 기회

SAP와 Sopra Steria는 ESG 전략과 공시 체계 면에서 업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으나, 여전히 일부 보완이 필요한 영역이 존재한다. SAP의 경우, E1-9 항목(재무적 영향 공시)의 명확성 부족, Scope 3 배출량 공시의 추가 세분화 필요, ESG 데이터 검증에서 일부 항목에만 합리적 인증(Reasonable Assurance)을 적용하는 점이 개선 과제이다.

Sopra Steria 역시 Scope 3 감축 경로의 구체성, 사회적 임팩트 지표와 비재무적 위험 공시 간의 연계성, 디지털 주권 전략과 AI 윤리 이슈의 통합성 측면에서 고도화의 여지가 있다.

한편, 두 기업 모두 전략과 조직문화, 리더십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접근을 통해 ESG 공시의 통합성을 높이고 있다. SAP는 ESRS 기준에 따라 조직문화(Corporate Culture)와 리더십(Leadership)을 공시하는 모범 사례를 보여준다. 

Sopra Steria는 디지털 주권과 사이버 보안을 ESG 전략의 중심에 두고 이를 실행 가능한 사업 모델로 연계하여 공시하고 있다. 이는 특히 한국 IT 기업들에게 전략-조직문화-공시 간 통합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격변의 시기에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굳건히 하는 것은 기업이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진화하기 위한 근본적 힘이다. 지금 한국 IT 서비스 기업이 필요한 것은 단순한 공시 대응이 아니라 전략과 실행이 통합된 ESG 리더십 확보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ESG는 이제 단순한 의무 ‘보고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력의 원천’이다. 조직문화와 공시를 전략적 언어로 엮어내는 기업만이 글로벌 ESG 리더십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후속 칼럼에서는 ‘고탄소 산업’이 어떻게 ESRS를 전략 전환의 계기로 삼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화학, 에너지, 전력, 중공업 기업들이 공시를 통해 탄소 감축과 사업 재편의 로드맵을 제시하는 방식은 ESG 전략의 진화 단계를 제시한다.

[손기원 ESG경제 전문위원/ 대주회계법인 부대표]

                          손기원 대주회계법인 부대표

#손기원 대주회계법인 부대표(ESG TF 리더)는 공인회계사이자 경영철학자로서 ESG 전략 및 공시 분야의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ESG 공시기준과 전략 2025', '탄소회계와 ESG 공시', 'ESG 경영실무' 등 ESG 분야 저서와 코드주역 시리즈, 한글본 성학십도, 한글본 논어 등 인문학 저서를 포함하여 모두 28권을 저술했다. 카이스트 ESG 최고경영자과정, 서강대 경제대학원 ESG경제 전공,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삼성전자 및 협력사 등 주요 기관에서 ESG 공시 및 전략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