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파생상품 시장도 꿈틀...JP모건 본격 판매 시동
ESG 목표 달성과 연계해 지급 금리 달라져. 저탄소경제 전환 효과 여부엔 논란 여지
[ESG경제=이신형기자] ESG 투자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ESG 투자의 영역이 파생상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블룸버그뉴스에 따르면 녹색채권 인수 실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투자은행 JP모건 체이스는 금융의 모든 영역으로 지속가능 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ESG 금융상품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JP모건은 특히 이탈리아 에너지기업인 에넬과 체결한 통화스왑을 확대할 방침이다.
통화스왑은 거래 당사자가 각기 보유한 통화를 특정 환율로 교환하고 이자를 6개월 또는 3개월마다 서로 지불하는 거래다. 만기 시 원금을 돌려 받는다. JP모건의 예를 들면 JP모건은 에넨에 파운드화 자금을 제공하고 에넨은 JP 모건에 유로화 자금을 제공했다. JP모건은 유로화 금리를 지불하고 에넨은 달러화 금리를 지불한다.
하지만 이번 통화스왑 계약은 일반적인 통화스왑과 달리 JP모건과 에넨이 설정한 ESG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지불하는 이자가 달라진다. 에넨이 목표를 달성하면 JP모건에 기본 계약이 정한 금리보다 낮은 금리를 지불하고 JP모건이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에넨은 더 낮은 금리를 지불한다.
JP모건의 경쟁사인 도이치은행이나 냇웨스트 마켓츠도 환율과 금리 헤지 상품에 ESG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금융기관의 움직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ESG 파생상품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양성평등이나 인종평등에 기여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하지만 JP모건의 톰 프리켓 유럽 및 중동, 아프리카 지역 채권담당 공동책임자는 “ESG 파생상품의 본질은 고객에서 재무적인 리스크 관리의 모든 단계에서 ESG를 고려할 수 있는 능력과 궁극적으로 의무감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이는 녹색채권과 같은 소수의 특정 상품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모든 자금조달 수단에서 ESG의 영향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SG 목표 달성과 연계된 상품이 주류
ESG 파생상품은 기본적으로 다른 통화스왑이나 금리스왑과 같이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구조도 같다. 하지만 지불하는 금리가 ESG 목표와 연동돼 있어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더 큰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발행기관이 설정한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는 지속가능성 연계 채권과 유사하다.
영국의 신재생에너지 업체 드락스그룹은 최근 환리스크 헤지를 위한 ESG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ESG 대출로 자금을 조달했다. 모두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와 연계돼 있다.
드락스그룹의 리사 듀크 기업금융 및 파생상품 담당자는 ESG 연계 파생상품 계약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 생각의 핵심이 ESG 원칙의 유지라는 점을 분명하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간의 인센티브가 행동의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며 재무적인 이익은 크지 않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출시될 도이치은행과 신재생에너지 그룹 컨티뉴엄 에너지 레반터(Continuum Energy Levanter)의 통화스왑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스왑 계약은 ESG 목표와 연계된 계약이 아닌 일반적인 통화스왑이다. 컨티뉴엄이 녹색채권을 통해 조달한 달러 자금의 환리스크 헤지를 위한 만기 6년의 통화스왑 계약이다.
도이치은행의 글로벌 채권 및 환율 ESG 책임자는 “이번 계약의 궁극적인 목표는 (녹색채권) 시장의 확장이나 녹색채권의 더 높은 가격 책정 등을 위한 일종의 그린프리미엄”이라고 말했다.
논란 있으나, 상품 출시 늘어날 듯
ESG 파생상품 출시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설정된 목표 수준이 너무 낮아 쉽게 달성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블룸버그NEF의 마이아 고데머 지속가능금융 담당자는 “일부 상품은 성장세에 있는 지속가능금융시장에서 헤지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에 기여하는지 의문”이라며 “이런 파생상품은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자금조달 규모를 늘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JP모건의 조하네스 배너 유럽 외환 및 금리담당 책임자는 “(ESG 파생상품 출시로) 긍정적인 성취가 가능하고 고객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ESG 목표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추가적인 노력을 투입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총 4건의 ESG 파생상품 계약을 성사시킨 ING그룹의 보나드 쿠프만 글로벌 클라이언트 솔루션 그룹 책임자는 "다른 형태의 지속가능 금융상품에 비해 ESG 연계 파생상품 거래가 풍성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시장은 이곳을 향하고 있다. 다만 ESG 목표가 측정 가능하고, 진지하고, 감사가 가능하고,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에 미치는)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건설이 지난 4월 폴란드 바르샤바 소각로 공사 대금의 환헤지를 위해 SC제일은행과 소시에테제네랄은행과 ESG 선물환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건설은 온실가스 절감과 녹색건축 인증을 받으면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