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 택소노미 인정기준 충족 여부 “불확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시한 내 인정기준 충족 노력 필요" 인정기준 충족 못하면 녹색채권 발행 시 그린워싱 논란 예상

2025-04-01     이신형 기자
경북 울진의 신한울 1호기(왼쪽)과 2호기(오른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한국의 택소노미(녹색산업분류체계)는 원자력을 녹색기술로 인정하고 있으나, 현재 기술 수준이나 제도를 고려하면 택소노미 인정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택소노미 인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원전 투자를 위한 녹색채권을 발행한다면 그린워싱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의 택소노미는 사고 저항성 연료(ATF) 기술 적용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계획 수립 및 법률제정을 택소노미 인정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기준을 충족해야 원전을 완전한 녹색기술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구 경제분석총괄과의 김경수 분석관은 지난달 나온 ‘녹색분류체계의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의 ATF 기술개발 수준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 규정한 원자력발전 인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ATF 기술개발ㆍ고준위 방폐장 운영 속도 내야

보고서는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국의 ATF 기술개발성숙도(TRL)는 4~5단계로 프랑스의 7~8단계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상용화시점도 한국은 2034년, 프랑스는 2025년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U 택소소미는 ATF 기술 적용시한을 2025년으로, 한국의 택소노미는 ATF 적용시한을 2031년으로 정해놓고 있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대해서도 김 분석관은 “고준위 방폐물 처분 관련 법률은 제정됐으나, 아직 처분시설 부지가 정해지지 않았고 관련 계획 역시 수립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고준위 방사성페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를 설치해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부지 조사와 선정, 시설 건설 계획을 수립하도록 한 법이다.

보고서는 “택소노미에서 규정한 기술적용 시한을 고려해 ATF 기술 개발을 촉진할 필요”가 있고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이 규정한 일정에 따라 “2060년 이전에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이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법은 고준위 방폐물 중간저장시설은 2050년 이전, 처분시설은 2060년 이전에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분석관은 ESG경제와의 통화에서 “택소노미에서 정한 시한 내에 ATF 기술 적용이나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원전이 녹색산업에서 제외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택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정의하고 친환경 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을 분류하는 기준이다. 택소노미에 포함된 산업이나 사업은 녹색대출이나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그는 “녹색채권 발행 가능 여부는 시장이 판단할 영역이지만 이런 상태에서 녹색채권을 발행한다면 그린워싱 논란이 빚어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