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광물 채굴 허가하려는 트럼프…유엔 국제기구와 정면충돌

UNCLOS, "ISA가 국제 심해 해저 지역 채굴 허가 권한 가져" ISA, 상업적 목적의 국제 심해 채굴 규정 초안 논의 중 백악관, ISA 대신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허가 행정명령 준비 중 전문가들, "국제법 위반...다자주의 근본 원칙 훼손" 강력 비판

2025-04-01     김연지 기자
지난 2023년 멕시코 만사니요의 한 항구에서 그린피스 활동가가 캐나다 광물채굴기업 TMC의 의뢰를 받은 심해 채굴선 히든 젬호 근처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미국 백악관이 국제 해역에서의 심해 광물 채굴 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유엔 산하 국제해저기구(ISA)의 검토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 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 등 다수 외신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ISA는 이같은 움직임이 국제 해양법은 물론 ISA의 규정과도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로이터가 인용보도한 소식통들의 증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채굴업자들이 ISA를 우회하여 미국 상무부 산하 국립해양대기청의 채굴 규정에 따라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규정할 가능성이 높다.

ISA는 1994년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UNCLOS)에 따라 설립되었으며 이에 따라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규정된 해저(모든 연안국의 대륙붕 바깥쪽에 있어서 어느 나라의 관할권에도 미치지 않는 해저)의 광물 자원 관리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 UNCLOS를 비준한 국가는 미국을 제외하고 168개국에 달한다. 한국도 1996년부터 현재까지 ISA 이사국을 연임하고 있다. 

현재 각 국가 관할권 밖에 있는 국제 심해 해저 지역에서 탐사 목적의 심해광구 개발은 ISA에서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있으며, 상업적 목적 채굴은 유엔 협약에 의해 금지돼 있다. ISA는 최근 몇 년 동안 이같은 상업적 목적의 국제 심해 채굴 규정 초안을 만들기 위해 회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합의점 도출에 실패한 상태다. 

TMC, ISA 패싱하고 백악관에 허가 요청? “글로벌 다자주의 훼손” 비판

트럼프 행정부가 ISA가 관리하는 국제 해역에서 해저의 광물 채굴 허가를 발급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다면, 이는 해저에서 상업적 목적의 심해 광물 채굴을 규제하는 국제 해양법에 위배될 수 있다. 오세아노 아줄 재단(Oceano Azul Foundation)의 해양법 전문가인 프라딥 싱은 “미국이 일방적인 방향으로 조치를 취한다면 ISA가 어떤 형태로든 국제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해양학자 카르발류는 "일방적인 행동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다자주의의 근본 원칙을 직접적으로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캐나다의 광물채굴기업 더 메탈스 컴퍼니(TMC)는 ISA가 관리하는 태평양 지역 심해에서 친환경 기술에 사용되는 금속을 채굴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는 승인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TMC는 광물 탐사에 대한 ISA의 승인은 보유하고 있지만, ISA에서 10년동안 해저 광물 채굴에 관한 규정에 대한 논의를 지지부진하게 진행하는 데 좌절감을 느껴왔다고 밝혔다. 

ISA의 레티시아 카르발류 사무총장은 전 세계 해저의 54%를 관리하는 ISA의 권한과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해저를 관리해야 하는 의무를 무시한 조치라며 TMC의 행동을 규탄했다. 

TMC의 최고 경영자 제러드 배런은 블룸버그에 TMC는 ISA의 요구사항을 준수해왔지만, ISA는 UNCLOS에 따라 상업적 목적의 국제 심해 채굴 규정을 제정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TMC가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에 ISA 회원국들이 왜 그렇게 놀라워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회원국들은 UNCLOS를 반복적으로 위반하면서 수년 전에 약속한 규제 명확성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ISA에 소속된 중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 등 32개국 대표들은 UNCLOS에 따라 채굴권을 발급할 권한은 오직 ISA에만 있다고 주장했다. ISA 위원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우간다 대표 던컨 무후무자 라키는 TMC의 행동을 “선의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회원국들은 심해 채굴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 명확해질 때까지 채굴을 유예할 것을 촉구했다.  ISA의 코스타리카 대표 지나 기옌 그릴로는 “어떤 국가, 어떤 개인, 어떤 회사도 이 유산의 공동 자원에 대해 재산권을 주장하거나 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