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들 매각 화석연료 자산, "美 월가로 흘러들어가"

넷제로은행연합 탈퇴 미국 은행들, 화석연료 자산 매입 나서 모건스탠리·JP모건·웰스파고 등 화석연료 대출 재개 움직임 저탄소 에너지 금융, 화석연료보다 4배 커야 1.5도 목표 달성

2025-04-02     김연지 기자
사진=픽사베이 제공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미국 월가 은행들이 유럽 은행들이 넷제로(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매각하는 고탄소 자산들을 적극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최대 은행그룹 BNP 파리바(BNP Paribas SA)에서 화석연료 관련 자산의 판매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최근 몇 달 동안 더 많은 구매자를 찾았는데, 대부분 미국 은행들이라고 증언했다.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파리협약 탈퇴 이후 석유, 가스, 석탄 등 친화석연료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탄소중립 목표를 적극 지지했던 미국 은행들이 이제 매우 다른 투자 및 대출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비공개를 요청한 글로벌 금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 월가의 많은 은행들이 일부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제외 규정을 삭제하고자 검토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미국의 대표 인행인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와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 Co. ) 등의 경영진은 현재 화석연료 에너지 이니셔티브에 대출을 제공하거나, 거부해온 기존 규정을 변경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웰스 파고(Wells Fargo & Co.)는 2020년부터 시행한 북극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의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 금지 규정의 변경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ABN 암로은행의 채권 전략가 라리사 데 바호스 프리츠는 “현재 (트럼프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은행들은 수익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볼 때, 이같은 정책(친화석연료 정책)은 비용은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에너지 금융에 대해 트럼프와 공화당의 입장을 따르는 미국 은행들은 즉각적인 보상을 받고 있다. 미국 간판 은행인 웰스 파고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 모건 스탠리 및 JP모건은 넷제로은행연합(NZBA)을 탈퇴한 직후 미국 내 최대 지방채 시장 중 하나인 텍사스주의 지방채 거래를 주선할 수 있는 대출 기관 목록에 이름을 다시 올렸다. 텍사스주는 미국에서 화석연료 채굴이 가장 활발한 지역 중 하나다.

엑서터 대학교의 기후변화 및 지구 시스템 과학 교수인 팀 렌턴은 블룸버그에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1.5°C 목표에 대한 미국 금융산업의 '미끄러짐'은 지구온난화와 이로 인한 인간 삶의 질에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NZBA에 남아있는 도이치 은행(Deutsche Bank AG)의 대표는 지난 1월 유럽 은행들이 탄소중립 약속을 지키며 후퇴하는 미국 은행들에 대한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갈 길 먼 글로벌 은행들의 탈탄소 여정

한편 블룸버그가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전 세계 은행들이 지원한 에너지 금융 중 화석연료 대비 탈탄소에너지 비율은 여전히 1대 0.89에 그쳤다. 

세계가 파리기후협정에서 합의된 지구 온도 1.5°C 상승 제한을 위해선 이같은 자금 지원 비율이 1대 4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1년간 전 세계 은행들은 약 1조 40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금융을 제공했는데, 이 중 약 7300억 달러가 탄소 집약적인 기업으로 흘러들어갔고, 나머지 6900억 달러가 녹색 프로젝트에 할당됐다.

블룸버그NEF는 "화석연료와 탈탄소 에너지에 대한 자금 조달 비율이 1대 4로 조정돼야 1.5°C 상승 제한 시나리오에 부합한다"며 "탄소중립을 향한 글로벌 금융산업의 역할은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