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 안착의 조건...거버넌스 개선을 주목하자
기업지배구조 개선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 ESG경영 뿌리내리면 코스피 3000대 안착 얼마든지 가능
[ESG경제] 한국 주식시장이 2021년 1월7일 새 역사를 썼다. 코스피지수는 종가 기준 3031을 기록, 대망의 3000포인트 고지를 사상 처음 정복했다.
1980년 100으로 시작한 코스피는 9년 만인 1989년 3월 1000을 넘었고, 18년 뒤인 2007년 7월 2000을 돌파했다. 그 뒤 3000 고지를 밟기까지 또 14년이 걸렸다. 정말 지루하고 힘겨운 ‘박스피’ 탈출의 여정이었다.
코스피 3000대는 한국 증시에 버블 영역인가, 아니면 정상화 영역인가? 버블이라면 더 부풀어 오르다가 다시 2000대로 쪼그라들 운명임을 암시한다. 정상화라면 더 치고 올라갔다가 제자리를 잡아 3000대에 안착함을 뜻한다.
벌써부터 갑론을박, 논쟁이 치열하다. 워낙 탄력이 강하게 붙은 만큼 연내에 3300~3500까진 밟아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 뒤에 3000대 안착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팽팽히 갈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
한국 주식 가격의 적정성을 전통 방식으로 따져보자. 기업의 수익성 대비 주가, 즉 PER(주가수익비율)을 봤을 때 현재 한국 증시는 15배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가 2021년 실적 전망치에 근거해 산출한 수치다.
이는 세계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 보자.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 기준으로 볼 때 세계 증시의 PER은 장기적으로 평균 15~20배의 트렌드를 형성해왔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 증시는 정상화 영역에 도달해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지난 수십년 간 한국 증시의 평균 PER은 10배의 강고한 벽에 부닥쳤다. 잠시 넘었다가도 되밀리기를 반복했다. 기업의 자산가치와 주가를 비교한 PBR(주가순자산비율)도 1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겨우 기업의 청산가치 만큼 주가가 형성돼 왔다는 얘기다. MSCI지수 기준 국제 평균 PBR은 1.3~1.5배 수준이다.
한마디로 고질적인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 병을 한국 증시는 앓아왔다.
한국 증시 고질병의 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크게 2가지였다. 첫째가 북한과 대치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이었고, 둘째는 기업 지배구조 낙후성의 위험이었다.
그 중 북한 리스크는 이미 제거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북한의 도발이 있어도 이제 국내 주가는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기업 지배구조는 외환위기 이후 개선을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여전히 지뢰밭이었다.
재벌 총수 등 기업 오너들은 상장기업(Public Company)을 개인 소유물 취급하며 비자금 조성과 편법 경영권 승계 등의 관행을 지속했다. 그 결과 총수와 가신들은 주기적으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 기업의 의사결정은 총수 독단으로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적으로 행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최근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대부분 재벌 그룹의 3~4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마쳤다. 새롭게 등장한 젊은 총수들은 과거의 악행을 끊겠다고 다짐했다. 이구동성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ESG경영에 모범을 보이겠다고 나섰다.
더 이상 자식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기를 직ㆍ간접으로 했다. 다음 세대에는 전문경영인 시대를 열 것이고 순차적으로 이를 준비하겠다는 약속이다. 하긴 엄청난 상속세와 사회적 인식 변화 등을 감안할 때 기존 방식의 경영권 승계는 앞으로 꿈도 꾸기 힘든 상황이다.
젊은 재벌 총수들은 전기차와 배터리, 인공지능(AI)과 로봇,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등 미래 신성장 동력 투자에 적극 나섰다. 글로벌 밸류체인에도 뛰어들어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임직원 및 소비자, 주주와 지역사회 등 광범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소탈하게 다가가는 모습도 보여줬다.
ESG경영에 대한 신뢰와 성과
한국의 기업들은 재무적 경영 능력과 더불어 비재무적 ESG에 대한 진정성에서도 증시 투자자와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얻어나가는 모습이다.
주가는 과거 경영 실적보다 미래의 성장 스토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고경영자의 비전 제시와 소통 능력을 중시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한국 기업들의 ESG경영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결실을 낳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주식 상승장세의 탄력은 앞으로 더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한국 가계 자산 중 주식비중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추가 자금유입의 여력은 충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가계의 자산은 대부분이 부동산이고, 금융자산의 비중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그 중 5분의 1, 그러니까 전체의 6% 정도가 주식(+주식형펀드)이다. 이에 비해 미국 등 선진국의 가계는 금융자산이 평균 60% 정도이며, 그중 주식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즉 전체 가계자산의 30% 정도가 주식인 셈이다.
‘한국 6% vs 미국 30%’
선진국 가계자산 중 주식 비중이 높은 것은 퇴직연금 등 노후생활 자금이 주식에 많이 투입돼 있기 때문이다. 10~30년 뒤 노후를 대비해 투자하려면 그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선진국 연기금들이 투자의 핵심 잣대로 ESG평가를 살피는 이유다.
2021년은 국내 증시에 진정한 주식 대중화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제로 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부동산시장은 더구나 각종 규제와 세금 폭탄으로 접근하기 힘든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주식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주가가 얼마나 더 오를 것인가에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주가가 연착륙하며 꾸준히 오를 수 있을지 여부다.
이를 위해선 상장기업들이 ESG경영, 특히 거버넌스 개선에 얼마나 더 성과를 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기업 지배구조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말은 국내 증시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ESG경영이 활성화되면 연기금도 자신감을 갖고 주식 투자비중을 꾸준히 높여 나가갈 것이다. 정부가 제도 개선과 규제 완화를 통해 여기에 힘을 보태면 금상첨화다.
기업의 주인으로서 당당히 ESG투자 나서야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의 마음가짐이다. 결국 모든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자신의 몫이다. 유행 따라 눈앞의 시세만 보며 주식을 사고 팔아선 곤란하다. 기업의 주인, 동업자가 된다는 책임있는 자세로 투자에 임하는 게 최선이다. 그리고 투자한 기업에 대해 주인으로서 주주권을 행사하며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ESG투자다.
이렇게 3박자가 맞아 떨어질 때 코스피지수는 3000대에 안착하며 장기 상승 트렌드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