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 칩 제조 배출량 1년새 2.3배↑…동아시아 공급망 탈탄소 ‘비상’
주요 칩 제조사 GPU·HBM 98% 이상, 동아시아 지역서 생산 화석연료 의존도 높은 동아시아, AI 칩 제조 따른 배출량 증가 AI 칩 제조 따른 '30년 동아시아 배출량, '23년比 170배 증가 전망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지난해 인공지능(AI) 칩 제조로 인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을 포함해 AI 칩 제조업체들의 공급망이 몰려있는 동아시아 지역의 탄소배출량은 2030년까지 최대 1680만톤까지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23~2024년 엔비디아(NVDA)와 AMD사의 주요 AI 칩 6가지 모델의 제조 과정에 들어간 전력 소비량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AI 칩 제조로 인한 전력 소비는 2023년 218GWh에서 2024년 984GWh로 4배 이상 증가했다.
화석연료 비중 높은 동아시아, AI 수요 늘면 배출량도 급증
보고서는 특히 AI 칩 제조에 따른 동아시아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세가 막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칩은 고성능 그래픽 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핵심요소인데, 2023년 기준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AI 칩 제조사에 공급되는 GPU와 HBM의 98% 이상을 동아시아 지역이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동아시아 지역의 전력망이 여전히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기준 전력망의 화석연료 의존도는 대만 83.1%, 일본 68.6%, 한국 58.5%에 달한다. 이같은 국가별 탄소집약도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2030년 AI 칩 제조에 따른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대 1680만 톤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3년 대비 약 170배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배출량 증가는 AI 수요 증가와 AI 구동에 필요한 반도체 칩 수요 증가에서 기인한다. 2030년에는 AI 칩 제조를 위한 전력 수요가 최대 3만 7238GWh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2023년 대비 170배 증가한 수치로, 아일랜드의 연간 총 전력 소비량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미 지난 1년 사이 AI 칩 제조로 인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탄소 배출량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은 2023년 4만 1200톤에서 2024년 18만 5700톤으로, 일본은 2024년 기준 13만 2100톤의 배출량을 기록했다.
한국 역시 AI 칩 제조 과정에서의 전력 소비량이 2023년 134.6GWh에서 2024년 315.2GWh로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같은 기간 5만 8000톤에서 13만5900톤으로 늘어났다.
韓, AI 산업 전력 수요 LNG 발전소 건설로 조달 계획
그린피스는 반도체, AI 산업 활성화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을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로 조달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계획을 비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 발전과 AI 붐에 따른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이를 충족하기 위해 LNG 발전 설비 용량(혼소 포함)을 2023년 43.2GW에서 2038년 69.2GW로 1.6배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정부 기조에 맞춰 용인 반도체 산단에 LNG 신규 발전소 건설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SK하이닉스의 용인 일반 산업단지에 1기가와트(GW) 규모의 LNG 열병합 발전소 건설이 승인됐다. 또한 인근 지역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시설이 들어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3GW 규모의 LNG 발전소 6기 건설 계획이 추진 중이다.
양연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한국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삼성 등 반도체 기업이 글로벌 탄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탄소중립 클러스터를 조성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LNG는 탄소배출이 많은 에너지원으로, 정부는 반도체 제조 시설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면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경우, LNG 발전 사업을 승인하기 전에 인근 지역의 재생에너지 잠재량과 개발 가능성을 최대한 검토하여 대안을 모색하는 절차를 실시해야 한다. 특정 지역에 전력 과부하를 막기 위해 필요 시,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풍부한 지역으로 에너지 집약적인 반도체 시설을 분산시켜 전력망 안정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칩 제조업체, 동아시아 공급망 탈탄소화해야
한편, 동아시아에 공급망을 두고 있는 주요 AI 칩 제조업체들도 공급망 탈탄소화를 목표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번 보고서를 발간한 그린피스 동아시아 공급망 프로젝트 책임자 카트린 우는 “엔비디아, AMD 같은 팹리스 기업은 AI 산업의 성장으로 막대한 돈을 쓸어담고 있지만, 동아시아에 위치한 자사의 공급망이 야기하는 기후 영향에는 무관심하다”면서 “AI 칩 제조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화석연료를 이용한 신규 발전 용량 증대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AMD 등을 비롯한 기업은 공급망의 환경 영향을 제대로 인식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공급업체와 협력해 2030년까지 공급망 전반에 걸쳐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독일에서는 에너지 소모가 큰 AI 산업에 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진행 중이다. 독일은 2024년 1월 1일부터 데이터 센터 운영자가 사용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방안을 의무화했다. 오는 2027년부터는 그 비중이 100%로 확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