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SIA 적격 탄소 크레딧 공급 부족 우려
국제민간항공기구가 만든 탄소 상쇄제도 CORSIA 2단계에서는 수요 2배 급증 전망 저가 탄소 크레딧 가격은 폭락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탄소 크레딧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CORISA 적격 탄소 크레딧이 공급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CORSIA는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만든 탄소 상쇄제도다. 최대 이륙중량 5700kg 이상이고 연평균 탄소배출량이 1만톤 이상인 국제선 항공기를 대상으로 탄소 배출을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이를 넘어서는 배출량은 탄소 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하는 제도다.
CORSIA 적격 크레딧은 ICAO의 기술자문기구(Technical Advisory Body, TAB)가 적격성 기준 준수 여부를 심사한 후 ICAO 이사회에 승인 권고안을 제출하고 이사회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
국내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에어인천도 CORISIA에 참여하고 있다. 참여 항공사는 매년 검증기관으로부터 국제선 운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검증 받아 배출량보고서와 검증보고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하고 있다.
“CORSIA 적격 크레딧 2% 미만...수요는 급증”
KIS자산평가의 박용진 ESG 사업본부 본부장은 15일 ESG경제에 “현재 자발적 탄소시장에 공급된 탄소 크레딧 중 CORSIA 적격 크레딧은 2% 미만에 불과하다”며 “CORSIA 적격 탄소배출권이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2024년부터 공급되기 시작했고 질 높은 탄소 크레딧 수요가 늘어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탄소 감축사업 개발자 단체인 프로젝트 디벨로퍼 포럼(PDF)은 ICAO에 공개 서한을 보내 CORSIA 적격 크레딧 공급 부족 우려를 제기했다.
CORSIA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시범사업 단계(Pilot Phase)를 2024~2026년까지 1단계 사업이 진행된다. 1단계와 2단계는 항공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단계다. 2027년부터 2035년까지 이어지는 3단계 접어들면 모든 항공사가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PDF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1단계 사업 기간 중 1억700만~1억6100만톤의 적격 크레딧 수요가 발행할 전망이고 의무 참여 단계에 접어들면 적격 크레딧 수요는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파리협정 6조 탄소 크레딧도 CORSIA에 활용 가능
지난해 열린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파리협정 6.2조와 6.4조의 세부 이행 규칙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CORSIA 적격 크레딧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ICAO가 피라협정 6조에 따라 생성된 탄소 크레딧이 이중계상을 방지하고 탄소 크레딧 발행 연도(빈티지) 등의 적격성을 갖추면 CORISA 적격 크레딧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단체는 온실가스 감축 사업 승인서 발급과 상응조정 시기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온실가스 감축 사업 승인서 발급과 상응조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응조정은 감축사업의 결과물이 사업지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과 항공사의 상쇄 실적에 이중으로 반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예를 들면, 감축사업 시행으로 2025년 온실가스 감축이 이루어질 경우 사업지 국가는 2028년 격년 투명성 보고서(Biennial Transparency Report, BTR)를 통해서만 상응 조정을 적용할 수 있는데, 사업지 국가의 BTR 제출 일정과 항공사의 CORSIA 이행 보고서 제출 시기가 일치하지 않아 항공사의 탄소 상쇄 여부가 불확실해진다는 지적이다.
BTR은 파리협정에 따라 협정 당사국이 2년마다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다. 온실가스 배출 및 흡수량,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이행 실적 등을 담고 있다.
이 단체는 또한 ICAO 기술자문기구에 파리협정 6조 사업의 CORISA 적격성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해줄 것을 요청했다. 온실가스 감축 사업자가 CORSIA 적격 크레딧을 염두에 두고 6조 사업에 대한 투자 결정을 내리려면 적격성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이 시급하게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ICAO 기술자문기구는 CORSIA 2단계가 시작되기 2년 전인 올해부터 CORSIA 2단계 이행 권고 사항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사전에 권고 사항이 마련되면 CORISA 2단계 수요에 맟춰 보다 질서 있는 공급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질의 탄소 크레딧 시장 영향력 확대
KIS자산평가의 박 상무는 “CORSIA가 2024년 출범하면서 질 높은 탄소 크레딧 수요도 늘어나고 있어 향후 자발적 탄소시장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이 공동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CORSIA는 고품직 탄소 제거 크레딧을 우선시하며 자발적 탄소시장을 변화시키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CORSIA 적격 크레딧과 함께 지난해 시장에 처음 등장한 ICVCM의 핵심탄소원칙(CCP) 라벨 탄소 크레딧도 자발적 탄소시장의 신뢰 회복에 기여할 전망이다.
ICVCM은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감독과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 기구다. ICVCM이 CCP 라벨을 부여한 탄소 크레딧은 10개 CCP 원칙에 부합하는 높은 수준의 무결성을 인정 받은 크레딧이다.
탄소 크레딧 평가 플랫폼 칼릭스 글로벌(Calyx Global)에 따르면 CCP 라벨 크레딧은 CORSIA 적격 크레딧보다 높은 무결성 등급을 받고 있다. 칼릭스 글로벌이 부여한 등급을 보면 CCP 라벨 탄소 크레딧은 평균 A 등급을 받은 받은 반면 CCP 라벨을 받을 수 없는 탄소 크레딧의 등급은 C 수준에 머물고 있다.
CORSIA 적격 탄소 크레딧은 평균적으로 BB와 B 등급을 보이고 있다. CORSIA 1단계(first phase) 적격 배출권은 15MW를 초과하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제외한 덕에 다소 높은 등급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CORSIA 적격 탄소 크레딧 중 상당히 높은 비율의 크레딧이 C 또는 D 등급을 받아 무결성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저품질 크레딧 가격 폭락
박 본부장은 “품질이 낮은 탄소 크레딧도 누군가는 이런 크레딧을 사서 탄소 상쇄에 나서기 때문에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가격은 폭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CORSIA처럼 규제에 의해 탄소 상쇄에 나서야 하는 기업은 규제가 품질 기준을 갖춘 크레딧을 매수해야 하지만, 규제를 받지 않는 기업은 저가의 크레딧을 구매해 탄소 상쇄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박 본부장은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나 홍보를 목적으로 탄소 상쇄에 나서는 기업은 저가의 크레딧을 구매해도 되지만, NGO 등으로부터 그린워싱 비판을 받기 때문에 최근 저가 크레딧을 사용한 탄소 상쇄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이유로 저가 크레딧의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