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작년 순이익 24兆 '역대최고'...대선후 거센 '상생압박' 직면?
실질 GDP 성장률 0%대에 실적 잔치 벌일 경우 상생요구 더 커질듯 이재명, 시중은행장 만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방안 이행" 주문 금융지주 올해도 사상최대 실적 전망…4대 금융 순익만 17.6조 예상 24일부터 1분기 실적 발표...KB 이어 신한도 '5조 클럽' 가입 가능성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국내 금융지주회사 10곳이 지난해 24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달성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올해도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조기 대선후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거센 '상생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금융지주회사 경영실적 잠정치(연결기준)'에 따르면 작년말 금융지주회사 10곳(KB·신한·하나·우리·NH농협·iM·BNK·JB·한투·메리츠)의 연결당기순이익은 23조8478억원으로, 전년(21조5246억원) 대비 2조3232억원(10.8%) 증가했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21조원대를 유지하다 23조원대까지 늘었다.
금융지주들은 코로나19 펜데믹 여파가 여전하던 2023년 1분기에 가파른 대출 증가와 고금리 장기화가 겹쳐 막대한 이자 이익을 거두면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상생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금융지주들만 '실적 잔치'를 벌일 경우 상생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조기 대선을 통해 누가 집권하더라도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문제가 이슈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대선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올해 초 시중은행장들을 만나 "어려운 때이기 때문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충실히 잘 이행해달라"고 주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지난 9일 행장들에게 "관세폭탄으로 기업들이 힘들어하고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여파가 미칠 것"이라며 역할을 당부했다.
금감원이 발표한 금융지주 실적을 업권별로 보면 은행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9628억원(6.3%) 늘었고, 보험이 5516억원(16.5%), 금융투자가 4225억원(15.2%) 증가했다. 반면, 여전사 등은 1591억원(-5.8%) 감소했다.
권역별 이익(개별당기순이익 기준) 비중은 은행이 59.8%로 가장 높고, 보험 14.3%, 금융투자 11.7%, 여전사 등 9.4% 순이었다. 작년 말 금융지주의 연결총자산은 3754조8000억원으로, 전년 말(3530조7000억원) 대비 224조원(6.3%) 증가했다.
금감원은 "금융지주의 자산성장세는 지속되고, 당기순이익은 은행·금융투자·보험 권역에서 양호한 실적을 시현했다"며 "자본적정성 등 주요 경영지표는 양호하지만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상승하는 등 자산건전성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특히 트럼프의 상호관세 등 예상치 못한 환경변화에 대비해 금융안정 및 경제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금융지주의 금융지원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4대 금융지주 올해 순이익 17조6197억원 사상최대...6.6%↑
한편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이미 1분기에 지난해보다 10% 이상 높은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총 4조8858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4조2915억원)보다 13.8% 증가했다. 올해 연간 순이익은 총 17조6197억원에 달해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16조5268억원)보다 6.6% 증가한 규모다.
기준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경기 둔화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얘기다.
특히 KB금융은 지난해 5조286억원으로 처음 5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5조4196억원의 호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도 올해 순이익이 5조581억원으로 지난해(4조5582억원)보다 10% 넘게 늘어 KB금융과 함께 나란히 5조원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3조7685억원에서 올해 3조9205억원으로 4.0%, 우리금융은 3조1715억원에서 3조2215억원으로 1.6% 각각 순이익이 늘어날 전망이다.
KB금융은 오는 24일, 신한·하나·우리금융은 25일 각각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1분기 1조632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5806억원으로 순이익이 5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초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에 따른 기저효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 1조3478억원에서 올 1분기 1조4711억원으로 9.1%, 하나금융지주는 1조416억원에서 1조637억원으로 2.1% 각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금융지주는 8389억원에서 7704억원으로 8.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금융지주들과 달리 은행 비중이 90% 안팎으로 높은 상황에서 최근 금리 인하에 따른 은행 수익성 저하 등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