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투자 쿡스토브 사업, "감축효과 18배 부풀려져"

전체 배출권 발행량은 약 980만 톤, 실제 감축량은 53만 톤 불과 바이오매스 사용 비중 과장 보고·쿡스토브 사용률 과다 보고 등 원인 NDC 해외 감축 부문 3750만 톤 중 1340만 톤 쿡스토브 실적 활용 계획

2025-04-21     김연지 기자
지난 2018년 삼성전자가 케냐 유엔난민기구가 관리하는 카쿠마 지역의 난민캠프에 저탄소 친환경 쿡스토브 1만대를 공급했다. 사진=연합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플랜1.5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UC Berkeley) 연구팀 및 유럽 싱크탱크 카본마켓워치(Carbon Market Watch)와 공동으로 한국 기업이 투자한 쿡스토브 사업들을 전수 조사 및 분석한 결과, 실제 감축 효과가 18.3배 부풀려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쿡스토브 사업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재래식 저효율 조리기기를 고효율 기기로 교체하는 온실가스 감축사업 유형이다. 해당 사업은 바이오매스 연료 사용뿐만 아니라 매연 발생을 감소시켜 많은 기업들의 ESG 투자 성공 사례로 홍보되어 왔다.

쿡스토브 사업 투자를 통해 발생한 감축 실적은 국내에 수입되어 기업들의 배출권거래제 규제 이행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어 왔다. 플랜 1.5가 환경부 상쇄등록부시스템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해외에서 진행된 감축사업 546건 중에서 쿡스토브 사업은 516건으로 전체의 95%에 달했다. 등록된 감축량 기준으로는 약 80%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케냐 빈민촌 가구에 저탄소 쿡스토브 2만대를 보급했는데, “숯 대비 열효율을 6배 높여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인 것이 특징”이라며, “다양한 빈곤국 지원사업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ESG 성과를 홍보하기도 했다.

감축실적 기반 배출권 발행량, 실제 감축효과보다 18.3배 높아

플랜1.5는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의 바바라 하야(Barbara Haya) 연구팀과 유럽 탄소시장 싱크탱크인 카본마켓워치와 공동으로 한국 기업이 투자한 21개 사업(PoA, Programme of Activities)에 포함된 310개 프로젝트 활동(CPA, Component of Project Activity)의 실제 감축효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삼성전자, SK그룹, 동서발전 등 한국 기업들이 투자한 쿡스토브 사업들에서 발생한 감축실적이 실제 감축효과보다 18.3배 부풀려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쿡스토브 감축 실적의 전체 배출권 발행량은 974만 302톤이지만, 실제 감축량은 53만 1979톤에 불과했다. 나머지 920만 8323톤은 실제 감축효과가 없는 ‘불량 배출권’에 해당하는 셈이다 

국내에 수입된 쿡스토브 감축실적의 양이 약 9800만 톤임을 감안할 때 실제 감축효과가 없는 ‘불량 배출권’의 규모는 약 9300만 톤 수준으로,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기간의 평균 배출권 가격 1만 9131원/톤임을 고려하면 약 1780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전자가 투자한 케냐의 쿡스토브 사업의 경우에는 9.6배 부풀려졌으며, 기후변화센터 주도로 SK그룹 산하 12개 기업과 한국전력공사, 한국남동발전, 삼표시멘트가 공동 투자한 미얀마 쿡스토브 사업은 약 14.4배, 한국동서발전이 투자한 가나 쿡스토브 사업은 16.1배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쿡스토브 사업개발 전문업체인 에코아이, 씨이알피디 등이 수입한 감축실적도 배출권거래제 할당 대상 기업들에 판매된 점을 고려할 때, 기업들이 배출권거래제 규제 이행을 위해 환경부에 보고한 감축실적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감축효과가 없는 ‘불량 배출권’에 해당하는 것이다.

플랜1.5는 쿡스토브 사업의 감축실적이 부풀려지는 주요 요인을 6가지로 설명했다. ▲인위적인 벌채로 인한 바이오매스 사용 비중을 부풀려서 보고하는 점 ▲새로운 고효율 기기를 보급했음에도 여전히 기존 저효율 기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점 ▲고효율 기기를 실제로 사용하는지 여부가 과다 추정되는 점 ▲새로운 기기 사용률을 과다 보고하는 점 ▲1인당 음식 소비량을 과대 보고하는 점 ▲사업 시행 이후 오히려 조리시간이 늘어나는 점 등이었다. 

환경부, 해외 감축실적에 쿡스토브 사업 활용 계획

가장 큰 문제는 환경부가 쿡스토브 사업에서 발생하는 감축실적을 구매해서 2030 NDC 목표에 활용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감축심의회 자료에 따르면, 해외 감축 부문의 3750만톤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는 쿡스토브 사업의 감축실적을 활용할 계획인데, 해당 규모는 총 16개의 사업에서 1340만톤에 달하는 수준이다.

더구나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2026-2030)에서 환경부는 산업계의 요구에 따라 해외 배출권 사용 한도를 현행 5%에서 1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렇게 되면 실제 감축효과가 없는 ‘불량 배출권’이 국내 시장에 무방비로 유통되는 결과를 초래하여 기업들의 ‘그린워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플랜1.5 한수연 정책활동가는 “이번 분석에서 나타났듯이 쿡스토브 감축실적은 신뢰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국내 수입을 전면 재검토하고, 기존에 환경부가 인증한 감축실적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2030 NDC에서도 감축실적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쿡스토브 사업은 배제하고, 확실한 감축을 보장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본마켓워치의 정책 전문가인 벤야 펙스(Benja Faecks)는 "EU 배출권거래제는 과거 해외 감축 실적 사용을 허용했지만, 신뢰성 등 문제로 2021년 이후 더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이 EU가 저질렀던 실수를 답습해 불량 배출권을 계속 수입한다면,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쿡스토브 사업의 실제 감축효과가 의심된다는 지적은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환경과학 전문지인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가 지난해 1월 게재한 논문은 쿡스토브 사업에서 발생한 감축실적은 실제 감축효과에 비해 평균 10배 이상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에는 자발적 탄소시장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출범한 비영리 기구인 ICVCM(Integrity Council for the Voluntary Carbon Market)이 “2건의 쿡스토브 감축실적 산정 방법론이 연료 소비량과 기기 사용 측정 방식의 엄격성이 부족하다”며 승인을 거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