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PA 고문 변호사, 기후보조금 동결 “심각한 법적 취약성"

EPA, 자금 예치된 시티은행 계좌 동결...단체 3곳에 피소 당해 워싱턴 DC 지방법원, 동결 조치 일시중단..."EPA 주장 근거 없어" 유출된 이메일에 "선 동결조치 후 형사조사"...근거없는 동결조치 드러나

2025-04-24     김연지 기자
리 젤딘 EPA 청장이 지난달 18일 미국 워싱턴 D.C.의 EPA 본부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미국 행정부 산하 환경보호청(EPA)의 법률고문실 소속 변호사가 200억 규모의 기후 보조금을 동결한 EPA의 조치가 “심각한 법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으며, 향후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수십억 달러의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3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EPA의 법률고문실 소속 변호사 짐 페인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메일을 지난달 9일 EPA, 재무부, 법무부의 주요 관계자 14명에게 전달했다. 

EPA의 리 젤딘 청장은 지난 2월 바이든 정부 당시 약속한 200억 달러 규모의 기후 대응 및 청정에너지 보조금 자금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PA가 동결한 보조금은 지난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한 지역금융(그린뱅크)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 전역의 8개 단체에 지급하기로 약속된 보조금이다. 

EPA는 이미 시티은행에 예치해놓은 보조금을 이들 단체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동결했고, 보조금을 받기로 계약했던 8개 단체 중 세 곳이 보조금 동결 조치는 위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메릴랜드 소재 ‘기후연합기금(Climate United Fund)’은 EPA와 보조금이 예치된 시티뱅크를 상대로 70억 달러(약 10조 원) 상당의 자금 접근을 불법적으로 차단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기후연합기금 측은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인해 대출 실행 및 직원 급여 지급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녹색 자본 연합(Coalition for Green Capital)’과 ‘파워 포워드 커뮤니티(Power Forward Communities)’ 역시 시티뱅크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EPA, 패소 시 수십억 달러의 손해 직면할 수도

EPA 소속 짐 페인 변호사는 해당 메일에서 "정부의 접근 방식은 심각한 법적 취약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짐 페인 변호사는 또한 법원이 자금 동결 조치를 불법이라고 판결할 경우 정부가 수십억 달러의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20일 미국 워싱턴DC 지방법원은 기후연합기금(Climate United Fund)을 비롯한 3개 기관이 EPA와 보조금이 예치된 시티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보조금 지급 중단 조치에 대해 ‘일시중단’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일시중단 명령의 연장 여부는 향후 법원 판단에 달렸다. 

미국 워싱턴DC 지방법원의 타냐 처트컨 판사는 EPA가 보조금 지급 중단의 이유로 사기 및 낭비, 남용에 대한 “중대한 우려”가 있다고 밝혔으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막연하고 근거 없는 주장"만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양당 행정부 하에서 39년간 EPA의 법 집행관으로 근무했던 게리 존시는 폴리티코에 짐 페인 변호사의 이메일이 “그들이 이미 스스로를 (소송의)패배자로 생각한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EPA 법률 고문으로 재직했던 아비 가보 변호사는 짐 페인 변호사가 ‘심각한 법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는 표현을 "가볍게"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떠한 정책 지침에 대해 법무실에서 법적 취약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심각한' 법적 취약성이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폴리티코는 짐 페인 변호사의 메일과 함께 유출된 3월 9일자 이메일을 함께 공개했다. 해당 메일에서 법무부 차관보실 경력직 관리 갈레오티는 부처 간 논의 후 법무부의 입장을 설명하며 "우선 보조금 지급을 동결해 보조금이 사라질 위험없이 형사 및 민사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썼다.

즉, EPA의 당초 주장대로 보조금 지급과 운용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돼 보조금을 동결한 것이 아니라, 먼저 동결 조치를 한 후 형사 및 민사 조사를 통해 문제를 발견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이다. 폴리티코는 “이같은 메일을 검토한 다른 법률 전문가들은 행정부가 자금 동결 조치를 뒷받침할 특정 부정행위 증거를 찾기도 전에 자금부터 막았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