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의 자부심은 어디서 나오나...제나 존슨 대표에게 듣는다
파타고니아 '스쿨 1기' 미국 본사에서 인터뷰 "제품 전 과정에 환경·사회 영향 분석해 적용" “제품 통한 활동주의 실천이 가장 중요한 임무" “유일한 주주는 지구...조직 방향성 뚜렷해져"
# 인스비(이노소셜랩 지속가능경영센터)가 모집한 '파타고니아 비즈니스 스쿨 1기' 멤버들이 4월 5~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벤추라에 있는 '파타고니아 본사'를 방문했다. ESG경제는 스쿨 멤버들이 세계 최고의 지속가능경영을 펼치고 있다는 파타고니아 본사에서 체험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공유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파타고니아 비즈니스 스쿨 1기' 멤버들은 4월 파타고니아 본사를 방문하여 이 회사의 제나 존슨(Jenna Johnson) 대표와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과 함께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실천을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지구를 위한 비즈니스(Business for the Planet)’라는 철학 아래, 기능성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갖춘 다양한 의류 및 아웃도어 용품을 선보이고 있다.
파타고니아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는 지난 2022년 “지구는 우리의 유일한 주주”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포함한 가족이 갖고 있던 회사 주식 100%를 모두 신탁회사에 기탁하고 환경 보호를 위해서만 사용하도록 했다. 파타고니아는 지구가 주식 전량을 보유한 비상장 회사가 된 것이다.
제나 존슨 파타고니아 Inc. 대표는 파나고니아 입사 후 어패럴 부문 제품 개발자로 일하다 대표직에 오른 인물이다.
-오랫동안 제품 개발자로 일하다가 대표가 됐다. 회사 리더가 된 뒤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파타고니아 제품 개발자이자 오랜 사용자로서, 나는 제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반영할 수 있는 리더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파타고니아가 리더를 선임하는 특별한 방식은 단순히 ‘전문성’만을 중시하지 않는 데 있다. 업에 대한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그에 더해 우리가 누구인지, 고객이 파타고니아에 기대하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기업이 리더를 세울 때 성과 데이터를 중시하지만, 나는 데이터가 사람을 이해하는 데 보조적 역할만 할 뿐이라고 본다. 진정 중요한 것은 리더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며 혁신을 이끌 것인지에 대한 역량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제품의 본질적 가치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파타고니아만의 특별한 가치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자기 내재화가 없다면 결코 리더 자리에 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의류와 장비를 만드는 회사이기에 제품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문제 의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실제로 등반, 러닝, 스키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긴다. 팀원들 또한 현장에서 제품을 사용하며 높은 기준으로 평가하고, 개선점을 직접 개발에 반영한다.
이런 역량을 내가 갖추었기 때문에 내가 파타고니아 Inc의 리더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이 두 가지는 내 리더십의 핵심이 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환경 손익계산서(EP&L)’을 기반으로 제품 개발, 생산을 하는 걸로 안다. 그런데 정작 'EP&L’은 공개되지 않았다. 왜 그런가?
"EP&L은 제품의 개발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제품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일반적인 환경 전과정 평가(LCA)와 달리, EP&L은 환경 지표(물 사용량, 탄소 발자국, 폐기물 등)와 사회 지표(생산 노동자 임금 등)를 동시에 평가한다.
모든 제품은 EP&L 기준 점수를 충족해야 출시되며, 기존 제품도 재출시할 경우 새로운 원재료나 기술을 활용해 추가 개선을 거친다.
현재 고민은 복잡한 EP&L 데이터를 고객에게 어떻게 공개할지 고민 중이다. 순수 기술적 수치(예: 화학물질 발생량)만 공개하면 환경·인체 영향 파악이 어려워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고객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의 공개 방식을 모색 중이며, 아웃도어·의류 업계가 협력해 동일한 기준으로 정보를 제공할 때 소비자 선택에 유용할 것이라 본다.
현재 제품에는 물 사용량, 유기농·재생 소재 사용 비율, 공정무역 마크 등이 표시되어 있다. 앞으로 더 상세한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다."
-전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제품 활동주의(Product Activism)”을 강조한 게 인상깊었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한다면?
"제품 활동주의는 파타고니아가 하는 모든 일의 중심에 있는 가치이자, 우리의 자부심이다.
파타고니아는 단순한 전문성이나 경력보다, 우리만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실제로 실천하는 자세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이는 리더뿐 아니라 모든 구성원에게 해당하는 원칙이다. 이런 사람들이 모였을 때 진정한 혁신과 자발적 리더십, 창의성, 문제 의식이 발휘된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리의 제품이 세상과 연결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이 파타고니아 제품을 통해 자연에서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낀다면, 그것이 곧 신뢰와 관계의 기반이 된다.
따라서 “제품을 통한 활동주의 실천”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다. 유기농 원재료 사용, 화학물질 배출과 물 사용 저감 등 실제 변화가 제품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모든 약속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제품이 파타고니아의 핵심 가치를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제품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고객이 우리의 철학에 동의해 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지만, 만약 성능이 부족하다면 다시 찾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철학을 몰라도 제품 성능에 만족한다면 재구매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가치도 자연스럽게 전달될 수 있다.
결국, 나와 팀의 초점은 제품의 ‘성능’에 있다. 이때 성능이란 단순한 기능이나 디자인을 넘어, 환경적·사회적 책임까지 포괄한다. 이러한 관점이 바로 파타고니아가 말하는 ‘제품 활동주의’다."
-파타고니아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서도 서두르지 않는 회사라는 느낌이 있다. 현재 AI 열풍이 부는 상황에 파타고니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흥미로운 질문이다. 얼마 전 팟캐스트 인터뷰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파타고니아는 새로운 기술 도입에 매우 신중하다. 우리는 이러한 ‘느림’이 오히려 우리의 철학과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AI는 매우 흥미로운 기술이고 앞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심은 이 기술이 고객과의 관계를 개선하거나, 제품 성능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여부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 새로운 기술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이다.
최근에는 ‘Ask Anthony’라는 AI 챗봇을 도입해 사내 각종 안내와 행정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 이는 직원들의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 조직 내 소통을 원활하게 만든다. 또한 고객 서비스팀에서도 AI를 활용 중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서핑 관련 제품을 구입하면 해당 지역의 서핑 정보나 날씨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등,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기보다는, 기존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직은 내부 운영이나 고객 서비스 등 제한적인 분야에서 AI를 사용하지만, 앞으로 의류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기술이 등장하면 제품 개발 등 더 확장된 영역에도 AI를 적용할 것이다. 특히, 제품의 환경 손익계산서(EP&L) 분석에 AI를 접목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AI 도입이 환경이나 사람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반드시 신중히 검토해 의사 결정에 반영할 것이다."
-2022년 파타고니아 설립자 이본 쉬나드가 “지구는 우리의 유일한 주주”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포함한 가족이 가지고 있던 지분을 모두 신탁회사에 기탁하고 환경 보호를 위해서만 사용하겠다는 발표했다. 이후 파타고니아에 어떤 변화가 있나?
" (웃음) 이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내 대답은 “어떤 면에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고, 다른 면에서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이다. 쉬나드의 선언 이전에도 우리는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기에, 큰 변화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선언이 공식화되고 소유 구조가 완전히 바뀌면서, 조직 내외의 걱정이나 의심이 사라지고 우리 방향성이 명확해졌다. 이제는 모두가 ‘이것이 우리의 중심’임을 확신하며, 의사 결정도 더욱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2022년 당시 파타고니아 탄소 배출의 95%가 원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고민하던 중 이본의 선언이 나왔고, 원단 생산 단계까지도 우리가 탄소중립을 책임져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이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부분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바로 행동에 옮기게 되었다. 또한, 원단 제조 단계의 탄소중립은 우리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의류 브랜드나 제조 협력사들과의 연대와 협력을 훨씬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의 입장이 확고해진 만큼, 외부 파트너들도 더 이상 우리를 의심할 필요가 없게 된 점이 확실히 달라진 부분이다."
-파타고니아 Inc.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2000년대 초반 제품 개발자로 입사했을 때부터, 그리고 대표가 된 지금까지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나면서도 환경 발자국이 가장 적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 목표를 어느 정도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도 기준을 계속 높여 나갈 것이다.
최근 가장 큰 고민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후와 예측할 수 없는 날씨다. 고객이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 늘어나는 벌레, 강해지는 자외선에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나와 팀이 집중하는 것은 지구 환경이 급격히 달라지는 상황에서 제품의 성능과 구성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리고 여전히 자연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제품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다."
-파타고니아 스쿨 멤버들과 인터뷰를 보는 독자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여러분을 만나 매우 기쁘다. 여러분이 우리에게서 배우러 왔다고 했지만, 우리 역시 완벽하지 않고 계속해서 배우고 있다. 언젠가 여러분이 다시 찾아와 “이건 이렇게 하면 더 좋겠다”고 조언해준다면 매우 감사할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느낀 열정을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한다면 정말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지금은 우리가 조금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다. 그래야 이 지구를 우리 아이들과 미래 세대에게 건강하게 물려줄 수 있다. 여러분의 활약을 기대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파타고니아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자연과 가까이 있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며, 동시에 야생을 보호하는 실천을 이어가는 커뮤니티이다."
[정리=유승권 이노소셜랩 ESG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