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총리가 이끌 캐나다, 기후에너지 정책 방향은?
유엔 기후행동 및 금융 특사 출신, GFANZ 설립과 TSVCM 설립 주도 총선 기간 핵심 쟁점은 '트럼프'...기후 공약이 설 자리 없어 카니 "청정 에너지와 전통적 에너지 모두에서 에너지 강국돼야" 전문가들 평가와 전망 엇갈려..."모순된 공약" VS "트뤼도 정부 계승할 것"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지난달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이 승리해 집권 연장에 성공한 가운데 카니 총리가 향후 캐나다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가 관심이이다.
카니 총리는 사임한 저스틴 트뤼도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지난 3월 캐나다 자유당 당수이자 캐나다 총리에 취임했다. 캐나다 중앙은행과 영란은행의 전 총재였던 카니는 2020년부터 유엔 기후 행동 및 금융 특사로 5년간 재직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경제 탈탄소화를 위한 금융계 이니셔티브인 ‘글래스고 넷제로 금융연합(GFANZ)’ 설립에 기여하고 공동 의장을 맡기도 했다.
한마디로 ESG 지속가능성 분야의 전도사로 불릴만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카니 총리는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핵심 원칙과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TSVCM(자발적 탄소시장 확대에 관한 태스크포스)'의 결성을 주도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CBAM) 구축 지원 ▲청정 에너지 프로젝트 승인 가속화를 포함한 광범위한 기후 정책을 출범시키는 등 기후 정책 수립에 힘써왔다.
캐나다 총선의 핫이슈 ‘트럼프’...기후 정책은 뒷전으로
그러나 카니의 총리 취임 직후부터 시작된 총선 선거 과정에서 기후에너지 정책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카니 총리와 경쟁자였던 보수당 피에르 푸알리에브르 대표는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을 강력히 거부하는 선거운동에 전념했다. 이들은 또한 트럼프의 관세 전쟁을 규탄했다.
타임지는 지난달 30일 “이번 총선은 트럼프와 캐나다에 대한 위협에 맞선 싸움으로 묘사할 수 있으며, 다른 모든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면서 “카니의 기후 관련 배경조차 기후 행동을 핵심 잼점으로 부각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다.
캘거리 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의 제니퍼 윈터 교수는 타임지에 "이번 선거는 기후변화 선거처럼 보이지 않았다”면서 "두 가지 주요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관세, 그리고 그것이 캐나다에 미치는 영향이었고, 또 다른 주요 쟁점은 생활비였다"고 평가했다.
캐나다의 여론조사 기관 아바쿠스 데이터(Abacus Data)가 지난달 캐나다 전역에서 투표권을 가진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후변화는 유권자들의 10대 우선순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대한 낮은 국민적 관심도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는 전 세계에서 1인당 탄소 배출량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며, 탄소 배출량 감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캐나다의 배출량은 2005년 수준 대비 8.5% 감소했다.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를 최소 40%에서 최대 45%까지 감축하겠다는 국가 목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감축 수준이다.
캐나다의 배출량 감축이 목표에 비해 지지부진하게 이뤄지면서 이를 적극적인 기후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시카 그린 토론토 대학교 정치학자는 "화석연료 공급 감축 계획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캐나다 기후 정책의 핵심이지만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의미 있는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정에너지와 화석연료 동시에 지원? 아슬아슬한 줄타기 전략
이런 가운데 카니 총리가 보여준 첫번째 기후에너지 정책 행보는 지난 3월 취임 후 첫 내각회의에서 지시한 ‘소비자 탄소세 폐지’였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지난 2016년 ‘탄소 오염 가격 책정에 대한 범캐나다 접근 정책’을 발표해 주·준주정부가 자체적으로 2018년까지 탄소 가격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캐나다의 탄소 가격제도는 일반 소비자가 휘발유나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부과되는 ‘소비자 탄소세’와 대형 산업시설이 각 산업 부문별 평균 배출량을 기준으로 설정된 기준치를 초과하면 부과되는 ‘산업 탄소세’로 구성돼 있었다. 카니 총리는 최근 물가 상승과 생활비 부담 증가에 따른 정치적 압박에 소비자 탄소세를 폐지하고, 산업 탄소세는 그대로 유지했다.
카니 총리는 소비자 탄소세를 폐지하면서, 동시에 친환경 연료 사용에 대한 효과적인 인센티브 제도로 대체하겠다는 기조를 밝혔다. 반대로 산업 탄소세에 대해서는 제도를 유지하고 향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동시에 카니 총리는 보수당이 파이프라인 건설의 주요 장애물이라고 지적하는 C-69 법안(영향평가법)을 폐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 외신에 따르면 카니는 선거 유세 기간동안 앨버타 주에서는 “수입 석유를 대체하기 위해” 캐나다 동부로 이어지는 송유관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오타와 주에서는 "캐나다를 청정 에너지와 전통적 에너지 모두에서 에너지 강국으로 만들 때"라며 "기후 변화에 맞서는 동시에 캐나다의 경쟁력을 강화할 산업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캐나다의 지속가능전문매체 코포릿 나이츠(Corporate Knights)는 “(카니 총리는)캐나다의 석유 및 가스 산업을 지원하면서 기후 변화에 대응한다는 언뜻 보면 모순되는 두 가지 약속을 내놓았다”고 평가했다.
기후행동네트워크캐나다(Climate Action Network Canada)의 캐롤라인 브루예트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카니가 기존 에너지에 투자하겠다는 발언은 "많은 불확실성을 남긴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그것이 화석 연료 확장이라는 현상 유지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라면, 원주민들의 땅을 가로지르는 파이프라인, 수십억 달러의 좌초 자산 투자, 그리고 배출량 증가로 인한 기후 피해 등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서 자유당이 쟁취한 승리는 곧 기존의 여러 환경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는 2035년부터는 무공해 차량만을 판매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제도 포함된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캐서린 해리슨은 타임지에 "대부분의 측면에서 이는(카니 총리의 기후환경정책은) 저스틴 트뤼도 총리 시절 자유당 정부가 시행했던 일련의 정책들의 연장선”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