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기관 주주들 뿔났다...주총서 기후목표 이행 촉구
영국 퇴직연금 등 총 운용자산 2000조원 규모...30여곳 동참 HSBC, 2030년 넷제로 목표 연기 및 금융배출량 목표 재검토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유럽 최대 은행 HSBC가 2030년까지 약속한 넷제로 달성 계획을 일부 연기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을 약화하자 주주들이 은행의 기후 목표 이행을 이사회에 촉구하겠다고 나섰다.
블룸버그뉴스와 ESG 전문 매체 에디에 따르면 2일 열리는 HSBC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자 30여 곳은 회사의 기후 목표 달성에 대한 의지를 묻고 그의 이행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들 기관투자자의 총 운용자산은 1조 2000억 파운드(약 2286조원)에 달한다. 여기엔 영국 퇴직연금(Nest Corporation)과 잉글랜드 국교회 연금(the Church of England PB), 스위스 연기금 투자자 연합 에토스 재단(Ethos Foundation) 등 주요 주주들이 동참했다.
HSBC는 지난 2020년에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선언하면서, 지난해 1월 전환 계획을 수립해 2030년까지 자사 운영과 출장, 공급망에서의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연례 보고서를 통해 자사의 스코프3 배출량 감축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30년 감축률이 40%에 불과해 재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약속한 부문에 대한 넷제로 달성을 20년 후인 2050년으로 수정했다.
화석연료와 전력 발전 등 고배출 부문의 탈탄소 전환을 위해 수립한 2030년 금융배출량 감축 목표에 대해서도 기술 발전 속도와 감축 기술에 대한 시장 수요, 정책 환경의 변화 등 실물 경제에서의 느린 탈탄소화로 감축 목표를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엔 신규 임명된 최고경영자(CEO) 조르주 엘헤데리(Georges Elhedery)의 비용 절감 경영 방침에 따라 최고 지속가능성 책임자(CSO)를 회사 운영위원회에서 제외했다.
"기후 대응 진전, 주주들과 대화 통해 수행"
주주행동을 이끄는 영국의 투자자 연합 셰어액션(ShareAction)의 잔 마틴 금융 프로그램 팀장은 “HSBC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급격히 증가하는 금융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여전히 회사의 우선순위인지에 대해 매우 우려스러운 신호를 보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셰어액션은 성명을 통해 HSBC가 “기존에 선언한 기후 목표에 대해 철회 아닌 진전을 계속하고 이 과정을 주주들과의 대화를 통해 수행할 것을 촉구하며, 이행하지 않을 시 주주들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HSBC의 기후 목표 재조정은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반 ESG공세와 글로벌 금융 기관의 잇따른 기후위기 대응 연합체 탈퇴, 이로 인한 금융 부문의 기후 행동 축소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이루어졌다.
기후변화에 대해 부정적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과 함께 지난해 연말부터 골드만삭스와 웰스파고,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등 월스트리트의 주요 은행이 '넷제로은행연합(NZBA)' 탈퇴를 선언했다.
이같은 확산세는 캐나다와 일본 대형 은행의 NZBA 탈퇴로도 이어졌으며, 유럽의 주요 은행도 연합체 탈퇴를 검토 중이라고 지난 1월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결국 NZBA는 지난 4월 은행의 대출이나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기후 목표를 완화하면서, 종전에 제시한 지구 평균 기온 상승 1.5도 억제 목표에서 “섭씨 2도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제한하고 1.5도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파리협정의 목표와 일치”시키도록 변경했다.
특히 블룸버그에 따르면 NZBA 가입 은행의 총 자산은 지난해 12월 초 이후 27조 달러(약 3.8경원)나 감소했다. 현재 NZBA엔 44개국의 128개 은행이 가입돼 있으며 이들의 총 자산은 47조 달러(약 6.6경원)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