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시선] 기후를 위한 경제...좋은 성장 키우고, 나쁜 성장 줄여야

필수적인 재생에너지나 녹색부문, 훨씬 더 빠르고 대규모로 성장해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폭증...기후에 부담주는 양면성 지녀 총량적인 경제성장률 높이는게 최선인 시대 끝...복합적 경제전략 필요

2025-05-07     ESG경제
사진=픽사베이 제공 

지금도 경제 공론장에서 최대 이슈는 성장이다. 탄핵으로 열린 조기 대선 후보들이 경제 산업 공약을 내놓은 것을 보면 복지나 일자리 공약보다 ‘다시 성장’이 훨씬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성장동력으로 ‘AI혁신’이 꼽히는 것도 공통적이다.

하지만 국내적으로 인구가 줄고 있고 대외적으로도 예상을 넘는 관세장벽과 글로벌 공급망의 디커플링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성장추세를 반전시킬지는 분명하지 않다.

정치권 '다시 성장' 외치지만, 현실은 경제후퇴

정치권의 성장 집착과 달리 현실에서 경제성장은 처참한 성적을 보였다. 국내적으로 12.3 계엄 사태 이후 극심한 정치 불안정과, 국제적으로 트럼프 정부 등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2%, 전년 대비 –0.1%로서 한국경제는 이례적인 역성장을 경험했다.

더 심각한 것은, 민간소비와 기업투자, 수출이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선 가운데, 통상적으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부소비가 크게 늘었어야 했지만 정치 불안정으로 정부소비 마저 마이너스가 되었다.

사실 우리 경제는 이미 지난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2022년 2.7%, 2023년 1.4%, 그리고 지난해 2.0%로 역대 가장 저조한 성적에 머물렀다. 이 추세라면 다음 정부라고 해서 평균 2%이상의 성장률을 올릴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1.03%로 대폭 낮추었을 뿐만 아니라, 2026년 1.45%, 2027년 2.10%, 2028년 2.11%, 2029년 1.95% 등 앞으로 5년 동안 경제성장을 대단히 비관하고 있다.

대책없는 경제축소는 기후 대안이 아니다

그런데 방향을 바꿔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성장을 보면 어떨까?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이렇게 낮으면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게 되므로 오히려 환영해야 하지 않을까? 순수하게 기후위기 관점에서만 보면 그럴 수 있다.

2020년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락다운을 선언하면서 경제활동을 크게 위축시킨 결과 경제가 –3%로 후퇴했지만 반대로 약 4% 전후의 온실가스 감축을 이룰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가 거의 제로성장에 머무른 유럽의 경우 2023년 온실가스 배출이 무려 8.3%나 줄지 않았나?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기후를 위해 무조건 경제규모를 양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법은 아니라는 뜻이다. 코로나19로 서민들은 일자리를 잃고 가게문 닫는 식으로 생존의 위협에 몰리는 수준까지 경제활동의 축소를 경험했지만, 사실 일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과 은행들은 비대면 여건을 타고 엄청난 성장을 경험했다.

이런 축소와 성장이 적절할까? 또한 2022~2023년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가격이 폭등하여 서민들의 난방비나 중소기업의 생산비용의 급증으로 악전고투하기도 했지만 일부 에너지 기업은 횡재 수준의 성장을 했는데 이 경우는 어떤가?

다수 시민의 생활 축소와 일부 기업의 매출 성장이 혼합된 이런 방식의 경제후퇴는 일시적으로 기후에 도움이 될지언정 지속가능한 해법일 수 없다.

좋은 성장과 나쁜 성장

주의할 지점은 기후대응을 위해 모든 산업과 모든 경제활동이 줄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전례 없는 수준의 폭발적인 성장을 해야 기후 대응이 가능한 분야도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대표적이다.

아랍에미레이트의 수도 아비다부시 인근에 있는 태양광 발전단지. 세계 최대의 태양광 발전단지 중 하나다. AFP=연합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량은 지난 수십 년 간의 성장 끝에 2022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1TW에 도달했다. 그런데 그 후 불과 2년 만에 두 배가 늘어서 2024년에 2TW를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 성장을 했다. 기후와 경제, 일자리를 위해 경이롭고도 바람직한 성장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력망 연계형 배터리저장시스템(BESS)도 마찬가지다. 2023년까지 성장해온 결과를 모두 누적해서 86GW였던 글로벌 배터리 용량은, 2024년 69GW가 추가됨으로써 단 1년 만에 거의 두 배로 성장했다. 지난 10년간 배터리 저장 용량 설치량은 연간 평균 67%라는 엄청난 속도의 성장궤도 때문이다. 역시 기후와 경제를 위해 좋은 성장의 대표 사례다.

반면에 바람직하지 않은 성장도 있다. 패스트패션 2024년 성장률이 15%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는데, 기후와 시민 삶에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또한 약 2% 수준으로 증가한 글로벌 신차 판매성장률 역시 기후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봐야할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 글로벌 석탄생산 성장은 비록 0.1% 역성장했지만 기후대응에 충분한 정도로 축소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후와 경제에 바람직한 성장

그런데 태양광이나 배터리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하면서도 전 세계의 주목을 끄는 분야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이다. 관련 기관 전망에 따르면 이 분야는 앞으로 연평균 20~30%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0년까지 1조 달러 규모까지 팽창할 예정이다. 그에 따라 2026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2022년 대비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의 폭발은 더 정확한 기후재난 예측을 도와주고, 교통과 난방, 산업공정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시켜줌으로써 기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효율 개선을 뛰어넘는 에너지 소비 총량이 늘어난다면 오히려 기후에 부담을 주는 양면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말하자면 인공지능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는지가 중요하다. 

이처럼 기후를 위한 경제는 모두가 탈성장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해야 하는 부문과 축소해야 하는 부문,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하는 부문으로 나눠진다. 확실한 점은 총량적인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경제와 사회를 위해 최선인 것처럼 간주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반대로 기후를 위해 부문과 영역을 가리지 않고 성장축소, 또는 탈성장이 정답인 것도 아니다. 기후를 위해 필수적인 재생에너지나 녹색부문은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르고 대규모로 성장해야 한다. 그럴 때만 축소되고 폐지되는 화석연료 경제나 회색경제를 대신해서 국민의 삶을 지원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좋은 성장을 키우고 나쁜 성장은 줄이는 복합적인 경제전략이 필요하다. [녹색전환연구소 김병권 연구위원]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