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에 흔들리는 탄소 포집 산업...DAC 투자 급감
1분기 벤처 투자 60% 감소...DAC 기술 업계 찬바람 톤당 1천 달러의 경제성 논란...정부 지원 없이 버틸 수 있나 비관론 속 여전히 낙관론도...“장기적으로는 긍정적”
[ESG경제신문문=이진원 기자] 기후위기 대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 속에 큰 주목을 받아왔던 공기 중 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술에 대한 투자가 갑자기 식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뒤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호 정책 전반이 후퇴하고 대기업들도 기후변화 대응에 과거보다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감소시켜줄 것으로 기대되는 ‘직접공기포집(DAC)’ 기술에 대한 투자를 줄이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 시장 조사 기관 피치북(Pitchbook)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DAC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은 올해 1분기 동안 벤처 캐피털로부터 약 5800만 달러(약 81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로 무려 60% 이상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감소세는 DAC 산업에 우려를 주는 신호다. DAC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시설 확충이 필수인데, 투자금 감소는 시설 확충을 위해 써야 할 돈을 제대로 융통하기 힘들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1분기 지표만으로 DAC 기술에 대한 관심이 계속 식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아직 비관할 단계는 아니라는 시각도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이 기술의 성장성과 시장성 모두 낙관적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급감한 DAC 투자
업계 동향을 추적하는 CDR.fyi에 따르면 DAC 등의 기술은 지난해 업계에 32만 톤에 못 미치는 탄소 제거 크레딧을 공급했다. 그러나 2050년까지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소 감축 노력과 병행해서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에서 추가로 제거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DAC 기술을 활용한 탄소 제거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DAC 기술은 탄소를 공기에서 제거한 만큼 탄소 제거 크레딧을 발행할 수 있고, 이 크레딧은 기업이나 정부가 탄소 배출 상쇄 목적으로 사들인다. 그런데 작년에 전 세계에서 발행된 이 크레딧이 32만 톤도 안 되었다는 건 전 세계 수요를 고려하면 극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코슬라 벤처스의 라제시 스와미나탄 파트너는 투자자들이 DAC 투자에 점점 더 신중해지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블룸버그에 “최근까지만 해도 모든 투자자가 DAC 투자에 관심을 보였지만 이제는 이 기술에 대한 투자의 경제성을 따져보겠다는 식으로 한 걸음 물러서고 있다”고 현재의 돌변한 투자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지속되는 경제성 문제 속 뒤바뀐 분위기
대기 중에서 탄소를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은 특수한 암석을 농지에 뿌리는 것부터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높이는 기술까지 다양하다. 또 농업 폐기물 등을 고온에서 산소 없이 태운 뒤 남은 바이오차로 불리는 탄소 덩어리를 토양에 묻는 방식도 있다.
이 중 DAC는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탄소 제거 솔루션 중 하나로 평가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지하에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비용은 톤당 1000달러(약 140만원) 이상이다. 이것이 다른 방법보다 효과를 검증하기 쉽고 탄소 제거에 영구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DAC 기업들은 이때 드는 비용을 낮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 비용을 지금의 10분의 1인 톤당 100달러로 낮추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그래야 비로소 기술의 대중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까지 이런 경제성 부족을 둘러싼 우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포함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세금 공제로 일부 해소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여러 주에 DAC 허브를 건설하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출범시켜 DAC 기술의 상용화에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미국의 DAC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투자는 약 4억1500만 달러(약 5800억원)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러한 흐름이 바뀌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블룸버그NEF의 탄소 제거 전문가 브렌나 케이시는 “현재 미국의 DAC 분야는 매우 어두운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면서 무엇보다 정치적 불안정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은 IRA 인센티브의 일부를 폐지하거나 축소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DAC 허브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청정에너지 시범 사업국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폐쇄 대상 프로젝트 중에는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최대 12억달러(약 1.7조원)의 지금을 지원받은 텍사스주 시범 프로젝트도 포함되어 있다.
비관적 분위기 속 여전한 낙관론
정치권의 분위기가 바뀌자 기후 목표를 후퇴시키기 시작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DAC 기업들이 판매하는 탄소 크레딧에 대한 미래 수요를 둘러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들은 계속해서 탄소 제거 서비스를 구매해 배출량을 상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의 탄소 포집 부문 자회사인 원포인트파이브(1PointFive)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에 50만 톤의 탄소 크레딧을 판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콜라보레이티브 펀드의 소피 바칼라 파트너는 “모든 탄소 제거 기업이 자발적 거래의 둔화로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DAC 기업은 고가에 탄소 크레딧을 구매할 수 있는 소수의 프리미엄 구매자에 의존하기 때문에 특히 더 심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CDR.fyi 자료를 보면, 표준 산림 상쇄 크레딧 판매 가격은 톤당 10달러 미만이지만, DAC 서비스 가격은 톤당 평균 715달러다.
따라서 바칼라는 “신뢰할 수 있는 정부 자금이나 강력한 자발적 시장이 존재하지 않으면 DAC 프로젝트의 자본 구조는 1년 전보다 더 불안정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아직 산업의 전망이 어둡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3개월 동안 투자금이 급감했다고 해서 장기 전망까지 어두워졌다고 판단하는 건 무리라는 시각이다.
탄소제거연합의 지아나 아마도르 이사는 “하나의 데이터만 갖고 추세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 그 근거로 3월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DAC 스타트업인 캡처6가 민간 투자자로부터 2750만달러(약 384억원)의 투자 라운드를 성공리에 끝마친 점을 지적했다.
그녀는 “우리는 DAC가 계속 운영되면서 자금 조달에 성공하며 더 규모가 커질 잠재력에 대해 여전히 매우 낙관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후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가 계속해서 증가 추세일 정도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고 볼 수 없는 만큼 DAC 기술 투자 감소 현상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기후테크 분야로 유입된 투자금은 전년 동기 대비로 65% 가까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