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모기업 케링의 눈에 띄는 물 관리...협력사 참여 필수

케링, 지난달 워터 포지티브 전략 발표 10개 지역 우선 관리 대상으로 선정

2025-05-14     이신형 기자
커링그룹 로고. AFP=연합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발간한 ‘2024년 지역별 식량 안보 및 영양 개요 보고서 (2024 Regional Overview of Food Security and Nutrition report)’에서 유럽과 중앙아시아가 식량난을 피하려면 물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경고했다. 지속가능한 물 관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농업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고 식량 안보를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물 부족을 넘어선 물 안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 가용성뿐 아니라 식수, 위생, 물 사용 효율, 수질 등에도 주목하고 있다.

기업에게도 물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는 물과 해양자원의 소비, 자원 관리 및 보전 활동에 관한 공시(E3)를 요구하고 있고 탄소공개프로젝트(CDP)도 기업의 물 사용량이나 수자원 위험, 물 관리 노력 등에 대한 공시를 요구하고 있다.

ISSB 기준에 따라 공시하는 기업도 물과 같은 자원이 기업에 재무적으로 영향을 미칠 경우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ESG 전문매체 트렐리스는 케링그룹의 물 관리 전략을 소개한 기사를 실었다. 케링그룹은 구찌와 이브 생로랑, 보테가 베네타, 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매퀸 등을 거느린 럭셔리 패션 그룹이다.

케링 외에도 물 관리 전략을 채택한 기업은 많지만, 케링은 공급업체의 긴밀한 참여를 이끌어내 이목을 끈다.

매체에 따르면 케링은 4월말 ‘워터 포지티브 전략(Water-Positive Strategy)'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다수의 자사 제혁소가 위치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아르노강 유역을 시작으로 10개 지역을 수질과 물의 양 개선 사업 우선 추진 지역으로 정했다.

이들 지역은 아르노강 유역을 비롯해 이탈리아 다른 지역, 프랑스 남부, 스페인, 튀르키예, 인도, 몽골, 남아프리카공화국, 파타고니아다.

케링의 목표는 2050년까지 주요 사업장에서 물 공급원인 하천으로 유입되는 폐수의 정화 수준을 높이고 물 보충량을 늘려 사용한 양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자연으로 돌려주는 워터 포지티브를 달성하는 것이다.

케링은 단기적으로 2030년까지 아르노강 유역에 있는 모든 시설의 물 사용량을 21% 줄이고 2035년까지 케링이 소유한 모든 가죽 공장의 물 사용량을 35% 줄일 계획이다. 가죽 공장은 다량의 물을 소비한다. 동물 가죽 한 장당 약 2.5~4.75갤런((약 9.46~17.98리터)의 물을 사용하고 2~2.5갤런의 물을 배출한다.

이를 위해 케링은 노르망디에 있는 가죽 공장에 물 사용량을 25% 줄이고 금속을 사용하지 않는 공정을 도입했다. 이 시설 도입으로 이 공장은 사용한 물의 30%를 재사용하고 있고 2025년 말까지 재사용률을 50%, 2030년 7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케링의 지속가능한 원자재 조달 책임자 레이첼 셈훈은 케링의 워터 포지티브 전략은 재무팀은 물론 물류와 위험 관리, 자재 혁신을 포함한 여러 팀에 의해 공동 개발되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목표는 모든 산하 브랜드의 성과 지표로 통합돼 있다며 "물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에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급사 참여 필수적

셈훈에 따르면 케링의 물 관련 위험 중 17%만 이 그룹이 가공 및 제조 시설에서 직접 통제할 수 있다며 이는 많은 패션 기업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케링의 워터 포지티브 목표도 섬유나 가죽을 공급하는 협력사와의 공동 노력 없이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케링은 공급사에 2025년까지 과불화화합물(PFAS)과 같은 물질의 사용 억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2030년까지 공급업체는 취수량을 최소 21%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2035년까지 모든 목표와 성과 측정에 케링이 선정한 10개 우선 관리대상 지역의 공급사가 포함될 예정이다.

물 관리 전문가들은 케링의 이런 행보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컨설팅사 미젤리오(Myzelio)의 공동 창립자 캐롤리나 가르시아 아르벨라에즈는 "대부분의 소비재 기업들이 자사 보유 사업장의 물 사용량을 줄이는 데 주력하는 것과는 달리, 케링은 가치 사슬 전체에 걸쳐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직영 사업장에만 집중하는 것은 책임감 있는 물 관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후-자연-물 연계

매체에 따르면 케링은 2015년부터 매년 천연자원 소비량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한 환경 손익계산사를 공개해 왔다. 어떤 정보가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인지를 판단하는 중요성 평가 결과에 따른 조치다.

케링은 자연과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과학기반 목표를 설정한 최초의 기업 중 하나다.

셈훈은 케링의 지속가능성 담당 조직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계획과 천연자원 의존도 간의 연관성을 탐구하면서, 물이 둘 사이의 "위대한 연결자"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국제보존협회(Conservation International) 마리아 베제라 담수 과학 담당 수석 이사는 "원료 생산과 가공 과정에서 물이 매우 많이 사용된다."며 "물 사용량뿐 아니라 수질에 대한 측정 가능하고 실행 가능하며 실행 기한이 정해진 목표를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케링의 분석에 따르면 원자재 가공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이 회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1%를 차지하고 물 소비량은 전체 물 소비량의 21%를 차지한다. 원자재 생산이 차지하는 배출량과 물 소비량은 각각 50%와 42% 수준이다.

케링은 면과 가죽처럼 공급이 부족한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원자재 조달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재활용 직물 조달을 강화해 2035년까지 4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재생 농업을 통한 원자재 조달을 4배 늘리기로 했다.

컨설팅사 턴리 인바이런멘털(Tunley Environmental)의 가레스 데이비스 탄소 책임자는 "많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전략이 맹목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더욱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보는 것을 보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고 (지속가능성 관련) 의사 결정과 계획 수립 과정에서 모든 환경적 영향을 이해하고 고려하는 것은 지속가능성 경영의 미래"라고 말했다.

케링의 10개 우선 관리 지역에 물 회복력 연구소 설립 추진

케링의 새로운 전략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공급업체와 다른 브랜드, 연구자, 지역사회, 원주민, 규제 기관 및 기타 이해 관계자를 모아 물 관리 개선 지표를 만드려는 시도 때문이다. 케링은 이를 위해 물 관리를 위한 10개 우선 관리 지역에 이들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물 회복력 연구소(Water Resilience Labs)'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연구소는 물 순환 데이터를 활용해 해당 지역 물 관리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기후 변화는 물 순환 시스템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물이 더 빨리 증발하고 가뭄이 더 자주 발생하는 판편, 폭우에 따른 홍수와 토영 침식도 발생하고 있다.. CDP에 따르면 2022년 현재 담수 위험과 관련된 잠재적 피해액은 3,920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런 위험 중 대부분은 보험 가입을 통해 대비할 수 없는 위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