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높은 고로 의존도 당분간 지속...“’30년 전기로 36%”
“철강산업 탄소 감축 속도 인도가 좌우”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전 세계 철강업계의 고로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이런 추세는 2030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업계가 탈탄소화를 위해 전기로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어 전기로가 전체 조강 생산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싱크탱크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전세계 철강산업은 전세계 온실가스 7% 이상,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1%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고배출산업이다. 한국의 철강 산업도 연간 약 1억톤의 온실가스 배출하며,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6.7%를 차지한다.
현재 조강 생산에 가장 많이 쓰이는 용광로로 불리는 고로는 철광석(소결광)과 석탄을 고로 상부로 넣어 겹겹이 쌓아 놓고 고로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어 이를 녹여 쇳물을 만드는 설비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 반응과 환원철을 쇳물로 만드는 용융 과정이 동시에 일어난다. 이처럼 쇳물 생산이 화석연료에 의존하기 때문에 철강산업은 탄소 고배출 산업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 싱크탱크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는 최근 철강 산업의 탈탄소화 이행을 점검하는 연례 보고서(Pedal to the Metal)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탈탄소 로드맵이나 기업과 국가별 넷제로 약속과 비교해 철강산업의 탈탄소화 추진 현황을 분석했다.
‘25년 현재 현재 설비투자 절반 전기로...’50년 전기로 비중 36%
철강업계는 현재 탈탄소화를 위해 전기로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진행중인 철강 생산 설비투자에서 전기로가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절반은 고로가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전기로 투자가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표] 철강업계 고로와 전기로 설비투자 비중 변화 추이
전기로의 대부분은 DRI를 사용해 쇳물을 생산한다. 철 함유량 90~95%의 분말 상태 원료인 DR를 사용하는 전기로 투자 비중은 42%를 차지했다. 현재 철강업계의 DRI 사용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DRI는 석탄 대신 가스를 사용해 생산된다.
DRI 생산 공정에서 천연가스를 그린 수소로 대체해 이산화탄소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 방식이 수소환원제철이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의 보고서는 수소환원제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에 나온 기후솔루션의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백만톤 규모의 철강을 생산하는 그린수소환원제철-전기로 설비에서 공정에 그린수소를 100% 활용할 경우, 전통적인 고로-전기로 공정에 비해 매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184만 톤 줄일 수 있다.
고로-전기로 방식은 철강 1톤당 2.2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반면, 그린수소 직접환원철-전기로 방식은 톤당 0.06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다만 수소환원제철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아직 그린수소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게 문제다. 특히 한국은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이 부족으로 재생에너지 비용과 그린수소 가격이 높아 수소환원제철 생산 비용이 다른 나라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후솔루션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과 인도, 브라질, 호주, 미국, 일본 EU 7개 주요 철강국가 중 한국은 그린수소 가격이 kg당 1달러(1350원)로 내려가도 수소환원제철 공정의 철강생산비용이 고로-전로 공정 비용보다 높은 유일한 국가로 분석됐다. 한국을 제외한 6개 국가는 그린 수소 가격이 kg 당 1달러(1350원)로 내려가면, 수소환원제철로 연간 1톤의 철강을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이 고로-전로 방식보다 더 저렴했다.
‘30년 전기로 목표치 달성 여부 인도가 좌우할 전망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 보고서는 전기로 조강 생산능력이 전체 조강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20년 30%에서 2025년 32%로 높아지고 2030년에는 36%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제시한 탈탄소화를 위해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치 38%에 소폭 미달하는 수준이다.
[표] 전기로와 고로 비중 변화 추이
보고서는 2030년 전기로 비중 38% 달성 여부는 현재 세계 철강 설비투자를 주도하는 인도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는 신규 설비투자에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신규 석탄 기반 고로 생산 설비투자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의 아스트리드 그릭스비 슐테 글로벌 철강산업 담당자는 “인도는 이제 세계 철강산업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다”며 “인도가 친환경 조강생산 설비를 확대하지 않는다면 철강산업 전체가 중요한 (탈탄소 전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친환경 설비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는 저탄소 조강 설비투자 계획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발표되고 있으나, 이행 과정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7억 7,400만 톤 규모의 친환경 조강 설비투자 계획 중 건설 단계에 도달한 설비는 2억 2,300만 톤을 생산할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기로 투자 계획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나, 실제 착공된 설비는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착공된 설비의 46%는 고로 설비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