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프 2 배출량 산정, 재생에너지 사용 방식 놓고 논란
GHG 프로토콜 4월 변경안 공개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 시간별 재생에너지 사용량 공개 요구 청정에너지구매자협회 등 반발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과 공개에 관한 기준을 만드는 GHG 프로토콜이 스코프 2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시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을 반영하는 방식의 변경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 산정 방식은 기업이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실제로 사용하지 않아도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화석연료 전력 사용을 상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GHG 프로토콜은 지난해 4월 제시한 개편안에서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의 경우 실시간 재생에너지 사용량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의 실질적인 스코프 2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자 미국 최대의 청정에너기 수요 기업 연합체 청정에너지구매자협회(CEBA)는 23일 GHG 포로토콜의 알렉산더 바센 기준위원회 의장에서 보낸 공개 서한을 통해 스코프 2 산정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 반영 방식 변경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협회는 재생에너지 전력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으로 일치시키는 것은 자발적 조달 원칙이 깨지는“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이행이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방식이 사용됨에 따라 2014년 이후 기업이 구매한 청정에너지 전력은 미국에서 100GW를 넘어섰고 전 세계적으로 263GW에 달한다며 “현재 진행되는 대로 스코프 2 산정 방식이 변경된다면 기업이 청정에너지 구매에서 발을 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렐리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재생에너지위원회(ACORE)도 GHG 프로토콜에 보낸 비공개 서한에서 “청정에너지 기업이 심각한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방식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병경할 경우 상당수의 자발적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자가 구매를 줄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5GWh 초과 사업장에 실시간 재생에너지 사용량 공개 요구
개편안은 재생에너지 24/7 조달 개념 또는 재생에너지 실시간 매칭 개념을 도입해 연간 전력 소비량이 5GWh를 초과하는 모든 사업장은 시간별 재생에너지 소비량을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연간 전력 소비량이 5GWh 이하인 사업장은 월별 또는 연간 단위로 재생에너지 소비량을 공개하도록 했다. 다만 시간별 사용량 공개가 가능한 경우 이를 권장하고 있다.
GHG 프로토콜은 시간별 재생에너지 소비량 공개 기준을 연간 5GWh로 정한 것에 대해 소규모 사업자의 실시간 재생에너지 사용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GHG 프로토콜에 따르면 2023년 탄소공개프로젝트(CDP)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한 기업 중 연간 전력 사용량이 5GWh를 초과하는 기업은 4455개로 70%를 차지했다. 이들 4455개 기업이 전체 전력 사용량의 99%를 차지했다. 연간 전력 사용량이 1104GWh를 초과하는 기업은 10%에 해당하는 633개였고 이들 기업이 전체 전력 사용량의 84%를 차지했다.
개편안은 실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측정한 데이터가 없을 때 추정치(profiled data)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개편안은 위치경계를 좁혀 기업이 사업장이 있는 지역의 전력망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24/7 무탄소연합 VS EFP
뉴클라이밋연구소와 카본마켓워치 등 6개 기관은 지난해 10월 공동으로 GHG 프로토콜의 스코프 2 배출량 산정 방식 개정 논란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는 전력은 기업의 가치사슬 탄소발자국에서 가장 큰 배출원이어서 스코프 2 배출량뿐 아니라 스코프 3 배출량에도 중요한 문제라며 GHG 프로토콜의 개편 방향에 지지를 표명했다.
기후변화를 억제하려면 모든 에너지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어야 하고 기업은 연중무휴로 지역 전력망에서 실시간으로 재생에너지 전력과 전력 소비를 매칭해야 에너지 부문의 탈탄소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접근 방식을 통해 기업이 발전량이 최고조에 달할 때 전기를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동시에 효율성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 프린스턴대학과 칭화대학 연구진은 “(전력 수요와 공급의) 시간별 매칭을 통해 배출량을 줄이고 첨단 청정에너지 기술의 조기 채택을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과 보다폰, 아스트라제네카, 아이언 마운틴 데이터 센터(Iron Mountain Data Centers) 등의 지원을 받아 클라이밋그룹(Climate Group)이 결성한 24/7 무탄소연합(24/7 Carbon-free Coalition)은 GHG 프로토콜의 개편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기업이 실시간으로 사업장이 있는 지역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와 전력 소비를 연계함으로써 에너지 전환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아마존과 메타, 제너럴 모터스(GM) 하이네켄, 인텔, 리비안 등 8개 기업이 설립한 배출량 우선 파트터십(Emissions First Partnership)은 기존 스코프 2 배출량 산정 방식을 옹호하고 있다. EFP는 스코프 2 배출량 산정 지침 개편에 대해 GHG 프로토콜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 조달에 대한 위치경계를 완전히 제거하고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의 실시간 사용이 필요하지 않도록 회피 배출량 산정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지역의 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REC를 구매해 화석연료로 생산된 전력 사용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상쇄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이런 EFP의 주장은 탈탄소화 노력이 필요한 지역에서 주요 기업이 이를 달성하려는 시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이는 행동 지연으로 이어지고 탈탄소화가 우선시돼야 하는 지역에서 추가적인 탄소 집약적 인프라의 고착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