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원전 35% 확대로 후퇴…”여전히 실현 가능성 낮고 위험”
35% 공약 달성하려면 대형원전 23기 혹은 SMR 218기 추가 건설해야 국내 원전 연평균 5건의 불시정지 발생...전력망에 큰 충격·정전 발생 "재생에너지 증가·가스발전 감소 상황서 불시정지 회복력 점차 낮아져"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원전 발전 비중 공약을 기존 60%에서 35%로 하향조정했다. 그러나 하향조정된 원전 비중도 실현 가능성이 낮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위험한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후보 시절이부터 꾸준히 전력의 60%를 원자력(대형원전 35%, SMR 25%)으로 공급하겠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 26일 발표된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에서는 원전 비중 공약을 35%로 하향조정했다.
이에 대해 에너지전환포럼(이하 포럼)은 60% 확대 공약과 35% 확대 공약 모두 막대한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이 전제되어야 하며, 기술적·사회적·경제적·위험성 측면에서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35% 공약 달성하려면 대형원전 23기 추가 건설 필요
포럼은 탄소중립기본법에서 규정한 ‘2050년 탄소중립 목표’와 ‘2021년 탄소중립시나리오 A’안에서 전망한 총 발전량(1257.7TWh)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60% 공약을 실현하려면 대형원전 23기와 SMR 248기, 35% 공약을 실현하려면 대형원전 23기 또는 SMR 218기의 추가 건설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조차도 기존 노후원전의 무리한 수명 연장, 현재 건설 중인 새울 3‧4호기와 신한울 3‧4호기,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신규 원전 2기와 SMR 4기(170MW×4)를 모두 건설했다는 전제 아래 도출된 결과다.
포럼은 “한국은 이미 세계 원전 운영국 32개국 중 5위 규모이며 하위 15개국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국토 면적대비 가장 높은 원전 밀집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부지 확보, 지역수용성, 안전성 등의 문제로 인해 (이같은 계획은) 실행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포럼은 소형모듈원전(SMR)은 아직 실증로 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라 공약에 반영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분석에 사용된 원전 이용률 85%는 비교적 낙관적인 가정으로, 실제 전력계통 운영에서는 출력 조절, 예비력 확보,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등으로 인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강조했다.
포럼은 또한 수명 연장 되는 노후 원전이 많아질수록 평균 원전 이용률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동일한 발전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분석 결과(대형원전 23기 또는 SMR 218기 신규 건설)보다 더욱 많은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원전 확대가 전력망 안정성에 심각한 구조적 부담 초래”
한편, 포럼은 원전 확대가 전력망 안정성에 심각한 구조적 부담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경직성 전원이면서, 대형전원인 원전은 국내외 전력계통에서 불시정지시 계통안정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원전의 불시정지를 미국에서는 최대비상상황(largest contingency), 유럽에서는 최대전원손실(largest infeed loss)로 정의하고 있으며, 대형발전원으로 한기만 불시정지되더라도 전력망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원전은 연평균 약 5건의 불시정지가 발생하고 있으며, 대부분 2기씩 같은 변전소에 연결돼 있어 사고 발생 시 최대 3000MW의 전력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130여 기의 크고 작은 가스발전기들이 빠른 순발력(응동력)으로 즉시 전력균형을 회복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많아지고, 가스발전 가동량이 줄어들고 있는 현 상황에서 빠른 순발력으로 대응해 줄 수 있는 화력발전소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포럼의 지적이다. 원전확대에 따른 정전의 위험이 점차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포럼은 “재생에너지 증가와 가스발전소 감소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원전을 늘리는 것은 정전의 위험을 더 높인다”면서 “뿐만 아니라 전력 수요가 낮은 봄철에는 원전의 출력을 감소시켜야 하기 때문에 원전의 가동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고 이는 원전 호기당 경제성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원장이자 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윤순진 대표는 “원전 비중을 60%에서 35%로 낮춘 것은 한편으로는 원전 비중 60% 확대가 비현실적이란 점을 인식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면서도 “대안으로 제시한 35%도 비현실적이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무엇보다 며칠만에 이렇게 발전 비중을 조정하는 것은 산업의 근간이 되는 국가 에너지 정책을 가볍게 다루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정책의 책임성과 실현 가능성을 철저히 검토한 바탕 위에서,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전환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탄소중립 시대의 에너지 정책은 물리적으로 가능한 수치와 기술, 나아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논의돼야 하며 단순한 수치 나열이 아니라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면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신중하고 책임 있는 정책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