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 파산...글로벌 2차전지·ESS 시장에 충격파
“북미 재활용 배터리 시장 구조적 한계 노출” “중국 LFP 배터리, 미국 ESS 시장 70% 장악” ‘27년 EU '배터리 패스포트' 의무화, 업계 긴장감 고조
[ESG경제신문=주현준 기자] 캐나다·미국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 리사이클(Li-Cycle)이 지난 14일 캐나다와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글로벌 배터리(2차전지)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이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북미 2차전지 재활용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EU 배터리 패스포트 의무화를 앞둔 시점에서 국내외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리사이클 파산, “북미 재활용 시장 구조적 위기 드러내”
라사이클은 지난 14일, 핵심 사업이었던 로체스터 허브 프로젝트 건설비 급증과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캐즘), 자금 부족 등 복합적 위기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리사이클은 2023년 가을 허브 건설이 중단된 후 추가 자금 확보에 실패했고, 미 에너지부(DOE)로부터 받은 4억 7500만 달러 대출 승인도 실제 집행되지 못했다. 파산보호 절차에서 CEO와 CFO가 교체됐으며,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중이다.
이번 파산으로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300억원씩 출자한 총 600억원의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이 라사이클과 체결한 10년간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 약 30만대 분량의 재활용 니켈 장기 공급 계약도 무산되어, 단기적인 원자재 수급 불안정이 예상된다.
라사이클은 미국, 캐나다, 독일에 총 5개의 배터리 분쇄 공장(스포크)을 운영해 왔으며, 미국 뉴욕주에는 재활용 금속을 추출하는 대형 허브 공장을 건설 중이었다. 그러나 최근 재정 악화로 인해 독일의 한 공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분쇄 공장 운영이 중단됐고, 허브 공장 역시 아직 완공되지 못한 상태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과잉설비, 원료 부족, 수익성 악화, 기술적 난항, 자금조달 실패 등 북미 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구조적 한계가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ESS 시장, 중국 LFP 공세
글로벌 ESS 시장은 연평균 17~24%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은 LFP 기반 ESS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시장의 7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CATL, BYD 등 중국 기업이 글로벌 ESS 출하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상반기 미국 애리조나 LFP 공장 가동을 준비 중이고, 삼성SDI는 고용량 신제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우리 정부도 2036년까지 대규모 투자로 ESS 설치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2024년 기준 국내 기업의 글로벌 점유율은 10% 미만에 머물고 있다.
‘27년 EU 배터리 패스포트 의무화…“선제 대응 필요”
EU는 2027년 2월부터 2kWh 이상 전기차 및 산업용 배터리에 디지털 배터리 패스포트 부착을 의무화한다. 이 패스포트에는 원자재 출처, 탄소배출량, 재활용 소재 비율, 배터리 성능 및 내구성, 공급망 실사 관련 정보가 포함된다. 2030년까지 코발트 12%, 리튬·니켈 4% 이상의 재활용 소재 사용이 의무화되고, 2031년부터는 기준이 더욱 강화된다.
공급망 실사 의무화(CSDDD)는 2025년 4월 공식 발효됐으며, 회원국별 국내법 반영은 2027년 7월까지, 실제 기업 적용은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현재 재활용 소재 비율이 1% 미만에 불과해, 배터리 패스포트 도입과 공급망 투명성 강화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