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잠재성장률 가능하다...전제는 경제 구조개혁"

경제계 리더 이 대통령 성장 공약 설문, 53%가 "가능" 경제 체질 개선 위한 과감한 구조개혁이 전제 조건 이 대통령 첫 국민 지지율 여론조사 58%로 나타나

2025-06-09     김도산 기자
트럼프발 관세전쟁 등으로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도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제시한 ‘3% 잠재성장률’은 과연 달성 가능할까? 한국은행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8%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산한다. 3%대 잠재성장률은 지난 2017년, 그러니까 약 8년 전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말한다.

그 뒤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실패와 윤석열 정부의 허송세월을 거치며 물가상승 없이 실현 가능한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1%대까지 추락했다. 올해 실질 성장률은 잠재성장력에도 크게 못미치는 0%대가 될 것이라고 국내외 경제 예측기관들은 한결같이 내다본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탈탄소 전환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국내 경제를 끌고 가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은 과연 어떨까? 한국경제신문이 21대 대통령 선거 직후 실시한 설문조사가 흥미롭다. 국내 오피니언 리더 2명 중 1명은 이재명 대통령이 내건 ‘잠재성장률 3% 달성’ 대선 공약에 대해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노동개혁 등 경제 각 부문의 구조개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규제 철페와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기업 투자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5일 '일본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해법과 동일하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여러 분야에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며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국 경제를 저성장 수렁에서 구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로 접어들게 하기 위해선 과감한 구조 개혁과 혁신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경제계 리더 53%, “3% 잠재성장률 가능하다”

한국경제신문이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경제계와 학계, 전직 고위 관료 등 오피니언 리더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잠재성장률 3%가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3%가 ‘정부 의지에 따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인구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달성 불가능하다’는 답변은 39%였다. 8%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잠재성장률은 노동·자본 등 생산 요소를 최대로 활용했을 때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로, 현재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약 1.8%로 추정된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을 묻자(복수 응답)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유연화 등 노동 개혁을 통한 노동 생산성 향상’을 선택한 사람이 60%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첨단산업 세제 혜택 등을 통한 기업 투자 유도(54%), 인공지능 전환(AX) 가속화로 총요소생산성 증대(41%) 등의 순으로 답했다.

이 대통령 취임사 중 가장 공감한 내용으로는 가장 많은 31%가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꼽았다.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쓰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되겠다’가 24%로 뒤를 이었다.

늙어가는 인구·산업구조에 잠재성장률 추락

한국 경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집에서 내건 '잠재성장률 3%'를 8년 전 마지막으로 찍고 이제 1%대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은 저출생과 고령화, 신성장 동력 부재 등 사회·경제 구조적 요인과 관련이 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외환위기가 발생하던 1997년 6.74%에 달했다.

점차 떨어져 1998∼2003년 5%대에 머물렀고 2004∼2008년에는 4%대로 내려왔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2009년(3.75%) 3%대에 진입했고 이후 계속 내려가서 2017년(3.0%)을 마지막으로 3%를 넘지 못했다.

2018년 2.85%에서 2023년 2.23%까지 하락했고, 지난해(2.08%)와 올해(2.02%) 간신히 2% 선을 지킨 뒤 내년(1.98%)에는 1%대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대표적 원인으로는 인구구조 변화가 꼽힌다. 한국 사회는 2017년을 기점으로 고령 인구가 유소년 인구를 앞지르는 구조로 전환됐다. 잠재성장률이 마지막으로 3%를 찍었던 해다. 비슷한 시기 생산연령인구도 감소세로 접어들며 노동시장도 빠르게 고령화하는 모습이다.

일본에서 1990년대 버블 붕괴 시기부터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로 노동 투입이 줄고 잠재성장률이 하락한 것과 비슷하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유소년 인구(0∼14세)는 1997년 1023만명에서 1999년 900만명대에 진입했고, 2006년 800만명대로 떨어졌다. 2017년엔 672만명까지 줄었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997년 293만명이다가 2009년 500만명대로 늘었고 2017년에는 707만명까지 증가했다. 올해 기준으로 고령인구(1051만명)가 유소년 인구(526만명)의 2배가량에 달한다.

주요 제조업, 중국에 따라잡혀

산업 구조가 경직된 가운데 상당 부분 제조업 경쟁력이 중국에 따라잡히고 있는 것도 잠재성장률 하락의 또 다른 배경이다. 한국은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조선, 반도체 등 '5대 주력 산업' 중심으로 고도성장을 이뤘지만, 이들 산업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가운데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산업 경쟁력이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다. 

또한 신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인공지능(AI), 친환경에너지 등에서도 투자와 혁신에 있어 중국에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투자와 산업 구조 혁신 등을 경제 살리기의 주요 실천 과제로 제시했다. AI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에 100조원을 투자하고, 산업 생태계 뒷받침을 위해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설치하겠다는 내용 등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공급망·산업구조 개편, 인구구조 변화 등 구조개선을 통해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라며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다면 현실에 맞는 형태의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국민 58%, "이 대통령 잘 할 것"...최우선 과제는 경제회복

한편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약 60%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보다는 낮고, 윤석열 전 대통령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9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4~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2명에게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전망을 묻자 응답자의 58.2%(매우 잘할 것 45.8%, 대체로 잘할 것 12.4%)가 긍정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은 35.5%(별로 잘하지 못할 것 8.8%, 전혀 잘하지 못할 것 26.7%), '잘 모름'은 6.3%였다. 긍정과 부정 전망의 격차는 22.7%p다.

세부적인 응답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전망은 여성(62.6%)이 남성(53.8%)보다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가장 긍정적(76.6%)이었고, 20대가 가장 부정적(긍정 41.3%, 부정 54.1%)이었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역대 대통령들의 당선 직후 국정 수행 전망 조사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79.3%, 박근혜 전 대통령이 64.4%, 문재인 전 대통령이 74.8%를 기록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52.7%였다.

응답자들은 이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 과제로 경제 회복 및 민생 안정을 꼽았다. 비율은 41.5%이다. 검찰 개혁 및 사법개혁이 20.4%, 국민 통합 및 갈등 해소가 12.8%로 뒤를 이었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48.0%로 1위, 국민의힘이 34.8%로 2위를 기록했다. 지난주 조사와 비교하면 민주당은 1.2%p 상승하고, 국민의힘은 0.3%p 하락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을 통해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8.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