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저탄소 전력 투자 ‘35년 700억달러...태양광·풍력이 주도”

기존정책 시나리오에서 건물·산업·운송 부문 전력 수요 7% 증가 전망

2025-06-09     이신형 기자
롯데케미칼 기초화학연구소에 설치된 RE100 태양광 발전소. 사진=엔라이튼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한국과 일본의 저탄소 전력 투자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오는 2035년에는 700억달러(약 95조원)로 2025년의 650억달러보다 8%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35년 태양광과 풍력 발전 투자 비중은 각각 21%와 30%를 차지하며 저탄소 전력 투자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됐다. 저탄소 전력 투자액은 재생에너지와ㆍ 원자력, 전력망, 전력 저장장치, 탄소 저배출 연료, 에너지 효율 향상과 전기화 투자를 합한 금액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5일 발간한 ’2025년 세계 에너지 투자‘ 보고서에서 기존정책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일 양국의 저탄소 전력 투자 증가 추세가 유지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IEA는 지난 2023년 기후행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3개의 온실가스 배출량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3개 시나리오는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뜻하는 NZE와 각국 정부와 기업이 2023년 8월까지 약속한 기후목표를 완전히 달성하는 것을 가정한 목표 달성 시나리오(Announced Pledges Scenario, APS), 각국 정부와 기업이 기존 에너지 정책과 기후정책을 유지하는 것을 가정한 기존정책 시나리오(Stated Policies Scenario, STEPS)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정책 시나리오에서 한국과 일본의 건물과 산업, 운송 부문의 전력 수요는 2025년과 2035년 사이에 7% 증가하고 목표 달성 시나리오에서는 기존 에너지 집약 산업과 경공업, 전기차,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전력 수요처의 등장으로 전력 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일본 정부가 같은 달 내놓은 제7차 전략에너지계획과 2040년 에너지 수급 전망은 전력 수요 증가에 대한 대응과 함께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에너지 자급률은 각각 19%와 13%에 그쳐 에너지 안보가 중요할 뿐 아니라 에너지 수입이 무역수지 적자에도 상당 폭 기여하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10년간 (양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촉진은 에너지 공급 확보와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다만 “해상 풍력과 같은 일부 재생에너지는 재료비 상승과 운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한일 정부의 에너지 수급 계획에 대한 강한 의지가 미래의 저탄소 에너지 투자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패널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이 핵심적인 투자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해 보고서는 “안정적이고 전력 공급을 보장하면서 에너지원을 다각화하는 데 핵심적인 여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향후 10년간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는 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원전은 건설에만 10년 이상이 소요돼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민간투자에만 의존하면 원활한 원전 공급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올해 에너지 투자 3.3조달러로 2% 증가 전망

보고서는 올해 전 세계 에너지 투자가 3조3000억달러로 전년대비 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 2015-2025년 청정 에너지 및 화석 연료에 대한 글로벌 투자(단위 10억달러)

자료=IEA

이중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전력망, 에너지 저장장치, 탄소 저배출 연료, 에너지 효율 및 전기화를 합한 투자가 약 2조2000억달러로 석유나 천연가스, 석탄 투자 1조1000억달러의 두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015년에는 화석연료 공급을 위한 투자가 전력 생산이나 저장, 전력망에 대한 투자보다 30% 많았으나, 추세가 역전된 것이다.

세계 경제와 무역 질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일부 투자자들이 신규 에너지 프로젝트 승인 여부를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기존 프로젝트 투자에 대한 영향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에너지 전환에 대한 투자는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기후정책뿐 아니라 다양한 경제, 기술, 산업적 요인과 에너지 안보에 대한 고려 때문이다.

에너지 전환 투자의 약 70%는 유럽이나 인도 등 화석연료 순수입국에서 발생했다. 석유나 가스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클린테크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노력 떄문이다.

에너지 전환 투자의 20%는 미국에서 이루어졌다. 청정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투자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은 투자의 강한 동기를 제공하지만 성숙해지고 비용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에 대한 투자에서는 주요 동기가 아닌 경우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태양광 발전이 투자 주도

발전원별로는 태양광 발전 투자가 올해 4500억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태양광 발전은 패널 생산업체 간 경쟁 격화로 가격이 급락한 가운데 배터리 저장장치와 짝을 이뤄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주요 에너지 투자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들어 중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태양광 패널 수출액은 선진국에 대한 수출액을 추월했다.

올해 전 세계 배터리 저장장치 투자는 66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원자력 발전 투자는 지난 5년간 50% 증가했다. 신규 원전 건설과 기존 개보수를 위한 투자는 올해 7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소형모듈원전(SMR)과 같은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해 추가적인 성장도 기대된다.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 승인 건수도 미국과 중동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