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 글로벌 패션산업 ESG '선도'…갈길 먼 국내 패션기업들

스탠드어스 발표...H&M 1위·쉬인 꼴찌 극명한 대조 국내 패션기업 ESG 도입률 22% 그쳐…"걸음마 단계" 의류 폐기물 11만 톤 돌파…재활용률 1% 미만 '심각'

2025-06-10     주현준 기자
중국 온라인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에 제품을 공급하는 중국 동부 장쑤성의 한 공장. 로이터=연합뉴스

[ESG경제신문=주현준 기자] 환경단체 스탠드어스(Stand.earth)가 지난 3일(현지시간) 42개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탈화석연료 패션 평가(Fossil-Free Fashion Scorecard)’를 발표했다.

청정에너지 전환, 저탄소 소재 사용, 친환경 운송 등 5개 분야를 평가한 결과, 에이치엔엠(H&M)이 종합 B+ 등급을 받아 1위를 차지했고, 엘린 피셔(Eileen Fisher)가 B- 등급으로 2위에 올랐다.

쉬인(Shein), 언더아머(Under Armour), 콜롬비아(Columbia), 부후(Boohoo), 아리치아(Aritzia), 넥스트(Next) 등 6개 브랜드는 F등급을 받았다. 쉬인의 스코프3(공급망) 배출량은 2년 만에 170% 이상 증가해 레바논 국가 전체와 맞먹는 오염을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탠드어스는 “패션산업은 여전히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며, 전 세계 탄소배출의 4%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패션산업이 현재 추세를 유지할 경우, 2050년까지 2도 상승 억제를 위한 전 세계 탄소예산의 26% 이상을 소비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UN), 맥킨지(McKinsey) 등 패션산업 주요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산업은 연간 약 92에서 124백만 톤의 섬유를 생산하며, 이로 인해 연간 9200만 톤 이상의 섬유 폐기물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패션산업의 탈탄소화와 순환경제로의 전환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5월 스탠드어스(Stand.earth)가 발표한 '탈화석연료 패션 평가((Fossil-Free Fashion Scorecard)’의 일부(표지). 사진=스탠드어스

국내 패션업계, ‘ESG 평가 걸음마 단계’

지속가능패션이니셔티브(SFI)는 2024년 국내 패션기업의 ESG 활동을 종합 평가해 지속가능한 패션 기업 명단(Who’s Sustainable)을 발표했다.

친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경영 등 주요 이슈를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블랙야크, 네파, 영원무역, 코오롱FnC, 삼성물산 등 10개 기업이 ESG 이슈별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럽·북미와 비교해 국내 기업의 ESG 정보 공개율이 낮고, 중소기업의 인력·자금 부족 문제가 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SFI의 자가진단 도입률은 22%에 그쳤으며, 구체적 탄소감축 목표를 수립한 기업은 31%에 불과하다.

의류 폐기물, 환경적 위기 심화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의류 폐기물은 2018년 6만 6000톤에서 2022년 10만 6000톤으로 급증했다. 2024년 5월 기준 10만 6000톤이 폐기되며, 연간 11만 톤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중 95%는 해외로 수출되며, 실질 재활용률은 11.9%에 그친다.

다시입다연구소 정주연 대표는 “의류 폐기물의 80%가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있으며, 새 옷으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1% 미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폴리에스터 등 합성섬유는 자연 분해에 수백 년이 걸려 미세플라스틱 등의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2024년 4월 12일 스페인 디자이너 아가사 루이즈 데 라 프라다가 칠레 이키케에서 런웨이 패션 디자인(RFD)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다른 디자이너들과 함께 의류 폐기물 매립지를 방문했다. EPA=연합뉴스

패션업계, 순환경제 모델 구축이 관건

EU는 2027년부터 에코디자인 규정(ESPR)과 디지털 제품 여권(DPP)을 의무화한다. 이에 SFI는 국내 최초로 섬유패션 전용 DDP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제품 QR코드로 탄소배출량·소재원산지 등 27개 항목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에이치엔엠은 공급망 탈탄소화를 위해 2024년 247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스코프3배출량을 자라·쉬인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했다. 반면 쉬인의 경우 공급망에서 석탄, 보일러 의존도가 70%에 달해 여전히 화석연료에 치중된 생산을 하고 있다.

에이치엔엠 등 몇몇 패션 기업들이 에너지 전환에 걸음마를 땠지만, 쉬인 등 패스트패션 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급증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 역시 대기업 중심으로 ESG 초기 단계지만, 중소기업 지원 체계 미비와 의류 폐기물 관리 취약은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EU ESPR과 DDP 의무화를 계기로, 패션 산업 전반의 ESG 강화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