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펀드, 국내외 동반 상승…S&P500 대비 2배 수익률
미국, 자금 유출 속에서도 “ESG 성과와 수익률 비례” 국내 금융시장, 정책 지원으로 ESG투자 활성화 기대 "그린워싱 방지와 ESG 공시 표준화가 지속 상승 열쇠"
[ESG경제신문=주현준 기자] 투자 대상 기업의 ESG 요소를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ESG 펀드들이 2022년 이후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S&P500 지수 수익률을 앞서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ESG 펀드 수익률은 5.4%로, S&P500지수 수익률인 2.6% 대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1분기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 펀드에서 약 86억 달러가 빠져나가는 기록적인 자금 유출 상황에서도 이런 성과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운용자산 5억 달러 이상인 주식형 펀드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블룸버그는 “ESG 펀드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시기에 나타나고 있어 괄목할 만한 지점”이라고 평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에릭 발추나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ESG 펀드가 시장보다 좋은 성과를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속가능 투자에 진심으로 헌신하지 않는 한 ESG가 누구의 포트폴리오에서든 핵심 부분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ESG 투자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평가로 해석된다.
국내 ESG 펀드도 시장 상회하는 우수한 성과
국내 ESG 펀드 역시 해외와 마찬가지로 시장을 웃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서스틴베스트가 발표한 2024년 하반기 ESG 펀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ESG 펀드의 3년 기간 수익률이 코스피를 상회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웃도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주식형 ESG 펀드 54개를 ESG 성과 기준으로 상위·중위·하위 등급으로 분류했을 때, 상위 그룹이 2024년 하반기 가장 높은 위험조정수익률과 가장 낮은 하방위험을 기록해 ESG 성과가 높을수록 수익률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상반기 국내주식형 액티브 ESG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0.88%로, 코스피(5.37%)와 코스피200(7.27%) 수익률을 모두 초과했다. 1년 평균 수익률로 비교해 봐도 국내주식형 액티브 ESG 펀드 수익률은 13.02%로 코스피(9.11%) 수익률을 상회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3년 평균 수익률에서 나타나는 차이다. 국내주식형 ESG 펀드의 3년 기간 성과는 액티브형이 -10.67%, 패시브형이 -7.09%로 같은 기간 코스피(-19.42%)보다 손실이 적어 시장 평균보다 양호한 결과를 보였다. 이는 ESG 중심의 투자전략이 중장기적으로 하방리스크 관리에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ESG 펀드 시장 규모 지속 확대
국내 ESG 금융시장은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민병덕 국회의원실이 발표한 ‘2023 한국 ESG 금융백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금융기관의 ESG 금융 규모는 1882조 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610조 원에서 2021년 1000조 원을 돌파하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인 결과다.
ESG 금융 관련 정부 정책 지원도 확대되는 추세다. 정부는 2025년 기후대응예산을 전년 대비 총 9.6% 증액했고, 환경부의 탄소중립설비투자지원사업도 전년 대비 136.1% 증가한 2130억 원으로 증액됐다. 금융위-환경부-금감원 역시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제정해 일반여신 대비 금리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국민연금도 책임투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2월 ‘석탄 관련 기업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전략’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최근 3년 평균 석탄 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에 대해 점진적으로 투자를 제한하기로 했다. 해외자산은 2025년부터, 국내자산은 2030년부터 해당 기준을 적용한다.
“ESG 금융도 정보 투명성 확보가 관건”
현재 국내 ESG 펀드 시장은 성장 단계에 있지만, ESG 정보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의 지속가능 관련 정보 공개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ESG 평가기관이 각자의 평가 체계와 관점으로 평가함에 따라 ESG 평가 결과의 일관성 및 비교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SG 금융의 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ESG 그린워싱을 최소화해 투자자 신뢰를 확보다는 뒷받침도 필요하다. PwC의 2023년 글로벌 투자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가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입증되지 않은 성과 보고가 들어있다고 응답해 ESG 공시의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은 “ESG 워싱은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 신뢰를 저하시키고 시장질서와 ESG 생태계 전반을 교란시킨다”며 “친환경 제품 등 사회적 가치를 증진하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과 투자 의지를 저하시켜 사회 혁신을 방해한다”고 경고했다.
국내외 ESG 금융이 동반 성장하며 지속가능 투자의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지만, 표준화된 ESG 평가 체계 구축과 투명한 정보 공시가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