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왜 '미션임파서블'일까
지정학적 ‘초크포인트...원유와 LNG의 핵심 수송로 봉쇄 어려운 이유 9가지…이란은 후폭풍 감당못해 중동의 미군 전력 막강…이란 석유 90%가 중국행 국가‧민간기업 등 국제사회 나서서 말릴 가능성
전 세계 해상수송 원유의 20%가 지나는 지정학적 ‘초크 포인트(Choke Point: 조임목, 요충)’인 이란 동남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에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6월 22일(이란 시간) 이란의 핵시설 세 곳을 벙커버스터 등으로 폭격하자 이란의 마즐리스(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안을 의결하고 최종 결정을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일임하면서다. 앞으로 글로벌 화석 에너지의 핵심 통로인 이곳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전 세계 에너지 믹스와 환경 정책은 어떻게 변할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 관련 데이터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 해협은 이란 동남부와 아라비아 반도 동북부의 오만 무산담 주 사이에 위치한 동서 167㎞, 남북 96~39㎞의 수로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와 가스가 해외로 연결되는 에너지 생명줄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관문으로 쓰고 있는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은 지구 최대 석유‧가스 매장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전 세계 부존 원유의 3분의 2, 천연가스의 3분이 1이 묻혀있다. 사우디아라비아(2662억 배럴, 전 세계 21.9%, 2위), 이란(1556억 배럴, 12.8%, 3위), 이라크(1472억 배럴, 12.1%, 4위), 쿠웨이트(1015억 배럴, 8.4%, 5위), UAE(978억 배럴, 8.1%, 6위)의 순이다.
그린 에너지 정책의 가스도 호르무즈 통과해야
가스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카타르는 물량의 거의 전부가 호르무즈를 거친다. 이를 포함해 LNG 연간 글로벌 교역량의 약 20%가 호르무즈를 통과해야 한다. LNG는 탄소 배출량이 석탄의 절반 수준인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값이 비싼 것이 흠이지만,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전원의 간헐성‧변동성을 보완하는 백업 발전용에 주로 쓰인다. 호르무즈는 글로벌 신재생 에너지 전환과 기후변화 대응의 사활도 함께 걸려 있는 셈이다. 그야말로 그린 에너지와 환경 정책의 현재와 미래의 초크 포인트다.
이는 글로벌투자은행 JP모건이 중동분쟁이 격화하고 호르무즈 봉쇄가 현실화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한 이유다. 시티은행과 골드먼 삭스도 이럴 경우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까지 단기 급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란 의회의 호르무즈 봉쇄 결의안 통과 이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등의 국제유가는 4~5%가 뛰어 배럴당 78~81달러를 기록했다.
미국과 이란 군사력 균형, 봉쇄 가능성 낮춰
그렇다면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위협 가능성은 어느 정도이고, 전 세계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봉쇄 가능성에 대해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깔기도, 그 후폭풍을 견디기도 쉽지 않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군사‧경제‧정치적으로는 물론 국제거버넌스적으로도 ‘미션임파서블’이나 다름 없다. 그 이유를 아홉가지로 정리한다.
그 첫째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력 균형이다. 한마디로 막강한 중동 주둔 미군 전력을 이란이 직접 상대할 수 있겠느냐이다. 미군이 호르무즈 인근에서 항모와 동맹군 공군기지 등에 두준하면서 기세등등한 상황에서 이란이 기뢰를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기는 역부족이다. 미군은 반다르아바스 등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이란 군항과 해군력을 무력화하기에 충분한 전력을 이 지역에서 가동하고 있다.
호르무즈 동쪽 바다인 아라비아해에는 지난 5월부터 활동해온 미 해군의 칼빈슨함 항모전단에 이어 최근 동아시아에서 이동 배치된 니미츠함 항모전단이 전개돼 있다. 이란에서 페르시아만 건너에 자리 잡은 바레인에는 미 해군 5함대 본부와 중부사령부 해군본부가,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는 미국 중부사령부 전방본부 있으며 상당수 공군 전력이 배치돼 있다. 이라크에는 미 육군이 주둔한 아리프잔 기지와 공군이 배치된 알리알살렘 기지가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알다프라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 전력이 자리잡고 있다. 이란과 국경을 맞댄 이라크에도 알아사드와 에르빌 등 여러 공군기지를 미군이 쓰고 있다.
게다가 페르시아만에는 기뢰를 제거하는 기뢰대응선박(MCMV)과 적국 해안에서 작전을 펼치는 연안전투함이 배치돼 있다. 중동 주둔 미군은 4만 명이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면 봉쇄는 사실상 어렵다. 다만 유대인‧이스라엘‧미국, 그리고 그 동맹국 관련 해운업체 소속 선박들을 선별적으로 골라 나포‧검색하는 등 ‘못살게 굴기’정도의 방해 전술을 구사할 수는 있다. 그렇게만 해도 글로벌 유가와 주가, 그리고 환율은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 이래봐야 이란으로선 별 실효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스라엘 아닌 이란과 중국‧일본‧한국이 큰 피해
둘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유엔제재로 대중국 에너지 수출이 유일한 활로인 이란 경제에 ‘스스로 두 눈을 찌르는 자충수’에 해당한다응 사실이다. 이란은 유엔 제재 중이라 한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는 이란의 석유를 사지 못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이란 석유의 90% 이상이 중국을 향했다.
셋째는 같은 이유로 중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을 좌시하지 않을 수 있다. 외교적 압박과 군사 원조를 포함한 당근 정책 등으로 이를 말리려 들 수 있다. 미국이 중국에 개입을 요청한 이유다.
넷째, 호르무즈 봉쇄(또는 봉쇄 기도)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하고 한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의 분노만 부를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페르시아만 석유의 상당수가 아시아를 향하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의 행선지는 중국‧인도‧일본‧한국‧기타아시아‧유럽의 순이다.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보오새에 콧방귀를 뀔 수 있는 상황이다.
국가와 민간 차원에서 이란 고립화 가속화
다섯째, 호르무즈 해협은 이 해협을 에너지 수출통로로 이용하는 페르시아만 산유국 전체를 적으로 돌려 이란의 고립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여섯째,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글로벌 에너지 유통은 물론 해운‧조선 등 물류 관련 업체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란이 이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전쟁이 끝나면 이란도 경제를 다시 가동하고 재건을 하면서 국민을 다독거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주변국의 협력과 투자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일곱째, 지금까지 호르무즈 해협이 실질적으로 봉쇄된 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두 나라는 서로 상대국의 유조선 운항과 석유 수출을 방해하는 ‘탱커 전쟁’을 펼쳤다. 그럼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막지는 못했다.
봉쇄 위협은 최근에도 있었다. 이란은 2012년 5월 서방 국가들이 핵개발 중단을 압박하며 석유수출을 제한하자 호르무즈 봉쇄를 위협했다. 2018년 7월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산 원유수출 제로’ 정책을 추진하자 이란은 다시 봉쇄를 암시했다. 하지만 이란이 전쟁이나 경제제재를 겪으면서도 호르무즈를 봉쇄하진 못했다. 고작 개별 선박을 나포하거나 억류한 정도이지 유조선 통행을 막은 적도 없다. 가능성과 실효성, 그리고 후폭풍을 감안한 판단이었을 것이다.
이란, 체제불안과 국제사회 압박 감당 불가
여덟째, 이란이 호르무즈를 막으려고 나서면 미국이나 서방 국가는 물론 걸프해 지역국가와 전 세계 에너지‧해운 등 민간 기업까지 이란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거버넌스가 나서서 이란을 말릴 수밖에 없다.
아홉째, 이란이 실제 호르무즈 봉쇄를 시도하면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질 수밖에 없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유럽연합(EU) 등의 결의로 호르무즈해 같은 초크포인트를 국제관리 구역으로 선포할 수도 있다. 이란으로선 손발이 더욱 묶이고 카드가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란 권력층의 무능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는 이란의 체제 안정성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채인택 국제저널리스트 tzschae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