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후기금으로 천연가스 저장 지원…"에너지 가격인하 의도"
독일, 기후 및 전환기금 1000억 유로로 증액...기업용 전기차 세금감면 기후기금으로 천연가스 저장비용 지원..."기업 에너지가격 부담 줄이려" 환경단체, "화석연료 의존도 연장하고 돈 낭비" 비판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독일 연방정부가 최근 올해 예산안과 중기 재정계획을 의결한 가운데 국가 기후 및 전환기금 중 일부가 가스 저장 등 화석연료에 지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독일 연방정부는 24일(현지시간) 내각회의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올해 2.4%에서 2029년 3.5%로 늘리는 내용 등을 포함한 올해 예산안과 중기 재정계획을 의결했다.
이번 재정계획에는 국가 기후 및 전환기금을 1000억 유로(158조 8910억 원)으로 증액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기후 및 전환기금 사용처에 천연가스 저장 비용 등도 포함돼 있어 우려의 목소리를 낳았다.
현재 34억 유로에 달하는 기후 자금을 천연가스 저장 지원에 사용한다는 방안은 기후 활동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환경행동독일(Environmental Action Germany)의 사샤 뮐러 크레너 집행위원장은 녹색 기금을 화석 연료에 사용하는 것은 “약탈”이라고 비판했다.
700여개 기업을 대표하는 독일 지속가능경제 협회의 카타리나 레우터 대표이사 역시 정부는 “화석 연료 의존도를 연장하고 돈을 낭비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경제부 대변인은 이는 화석 연료 지원이 아니라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소비자와 시장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블룸버그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의 새로운 연립 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일 산업계에 값싼 에너지를 제공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예산안에서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지출은 오히려 삭감됐다. 메르츠 정부는 이전 정부가 친환경 수소에 할당했던 예산의 3분의 2를 삭감할 계획이다. 예산안에 따르면 현재 책정된 예산은 2030년까지 12억 유로로, 당초 37억 유로였던 예산에서 크게 감소했다.
수소부터 탄소 포집까지 지원하기 위해 개발된 청정 산업 프로그램 예산은 245억 유로에서 18억 유로로 삭감될 예정이다.
BDEW 에너지 그룹의 책임자인 케르스틴 안드레아에는 성명을 통해 수소 프로젝트에 대한 이같은 "엄청난 삭감"은 "산업과 산업 현장의 경쟁력을 손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르셀로미탈 유럽(ArcelorMittal Europe)은 독일의 도시 두 곳에서 친환경 철강 생산 계획을 철회하고, 이를 위해 받은 13억 유로의 보조금을 반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셀로미탈은 성명을 통해 "정책, 에너지, 그리고 시장 환경"이 "우호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편, 이번 예산 지출 계획에는 회사용 전기 자동차에 대한 세금 감면과 철도 투자 촉진책 등 기후변화 대응에 중요한 지출들도 대거 포함됐다. 환경 싱크탱크 아고라 인더스트리(Agora Industry)의 줄리아 메츠 이사는 "중요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자금 부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하면서 "탄소 중립적인 산업 현대화에 투자가 유입될 수 있도록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