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3차 배출권거래제 뼈아픈 실책...4차 할당량 대폭 감소 예상”

배출권 잉여량 9200만톤 추정...1년 반 동안 톤당 만 원 이하 지속 기업의 감축기술 투자 유인 부족..."배출권 가격 톤당 10만 원은 돼야" 가파른 2030NDC 곡선...4차 할당량 대폭 축소 예상

2025-07-01     김연지 기자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제4차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 핵심과 쟁점은’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하는 모습. 사진=국회기후변화포럼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환경부가 제3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2021-2025)동안 과도한 공급으로 배출권 가격이 폭락했다고 평가하고, 다가오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2026-2030)에는 배출허용총량을 대폭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기후변화포럼이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제4차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 핵심과 쟁점은’ 토론회에서 환경부 김마루 기후경제과장은 이같이 말했다. 김 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현재 많은 배출권 공급량(할당) 대비 적은 배출량으로 잉여량이 9200만 톤 정도"라면서 “배출권이 많이 남으니 가격이 폭락해 톤당 1만 원도 안되는 가격이 1년 반 이상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과장은 “이는 기업들이 감축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이 1톤당 1만 원도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면서 “잘못된 제도 설계로 기업들에게 저탄소 설비로의 교체, 감축 기술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인을 보내는 시점이 늦어진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출권거래제는 현재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3.5%를 관리하는 핵심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다. 배출권거래제 참여 기업들의 배출량은 2021년 이후 3년간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배출권 톤당 ‘10만 원’은 돼야 감축기술 투자 유인 가능

환경부는 배출권 가격이 톤당 10만 원으로 형성돼야 기업들이 감축기술에 투자하고 적극적으로 배출량 감축에 나설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환경부의 온실가스 감축 지원사업 분석 결과, 현재 상용화된 감축기술(에너지효율화, 연료전환 등) 도입에는 톤당 약 8-10만원이 소요된다. 탄소포집 및 저장기술(CCUS) 등 혁신기술은 톤당 20만원이 훌쩍 넘으며  수소환원제철은 이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김 과장은 “낮은 배출권 가격이 지속되면 비싼 감축 기술에 대한 투자에 대한 수지타산이 안맞아 기업들의 투자가 지연된다”면서 “배출권 가격이 10만원은 되어야 이런 비싼 감축기술에 투자해 감축할 수 있는 유인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 과장은 배출권 가격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배출량 감소’가 실제 감축노력 및 에너지 효율 개선이 아닌 경기 침체에 따른 생산량 감소에 기인한 비중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 과장에 따르면 2021년 대비 2024년 연평균 배출량 감소율은 약 3.4%이다. 

환경부 분석 결과, 산업부문 4대 다배출 업종(철강·석유화학·시멘트·정유)은 배출량 감소의 약 88%가 생산감소에 기인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회복되고 생산량이 증가하면 이에 비례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가 예상된다. 

김 과장은 “지금 지속적인 투자와 감축 노력을 내재화해 체질개선을 하지 않으면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 이후 한국 산업이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과 배출량 감축 규제에) 뒤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 9월 발표 예정

2030NDC 곡선이 가파르게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4차 계획기간의 배출허용총량도 대폭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환경부

환경부는 4차 계획기간 배출권 할당계획을 9월까지 확정지을 계획이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약칭 배출권거래법)' 제5조에 따라 환경부는 계획기간 시행 6개월 전까지 할당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지난 1,2,3차 계획기간에도 환경부는 9월 무렵 할당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할당계획을 수립하려면 지난해 배출량 고려해야하는데 지난해 기업 배출량은 5월 31일에 확정이 됐고, 국가 배출량은 내년 말에 확정된다”면서 “국가온실가스정보센터에서 집계하는 국가잠정배출량은 아직 전달을 받지 못해 초안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할당계획은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상 중장기 정책목표에 부합하는 세부적인 배출권거래제 운영기준을 제시한다. 할당계획에는 ▲해당 계획기간의 부문별·연도별 배출허용총량 ▲유상할당 대상 및 비율  ▲예비분의 수량 ▲배출권의 이월, 차입, 상쇄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 등이 포함된다. 

특히 이번 4차 할당계획은 한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속한 시기와 겹쳐 있다. 김 과장은 이번 할당계획에서 “NDC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 엄격한 배출허용총량을 설정할 것”이라면서 “NDC 곡선상 4기에는 할당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감축유인 강화, 공급 유연성  확보, 기업재투자 위한 기후대응기금 확보를 위해 유상할당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4차 할당계획 수립 시 NDC 달성가능성, 적정 탄소가격, 기금수입규모, 전기요금 상승 부담 등 경제적 영향분석을 통해 고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기본계획에는 유상할당 대폭 확대 방안 등 담겨

한편 정부는 지난해 12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목표와 정책 방향을 제시한 ‘제 4차 탄소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확정지은 바 있다. 당시 4차 기본계획에도 배출허용총량을 줄이고 유상할당과 배출효율기준(BM) 할당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4차 기본계획에 따르면, 발전부문은 주요국 사례와 감축 여건을 고려해 유상할당 비율이 대폭 상향조정된다. 발전 외 부문은 감축 기술 상용화와 업계 경쟁력을 고려해 상향조정 폭이 결정된다. 우수한 기업에 유리한 배출권 할당 방식인 배출효율기준(BM) 할당은 75% 이상으로 확대하고 수준을 상향하여 효율 우수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한 총량 내 일정량의 예비분을 확보하고, 일정 기준에 따라 물량을 공급(경매)하거나 물량을 흡수하여 시장 내 배출권 물량을 조정하는 ‘한국형 시장안정화제도(K-MSR)’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배출권 시장에 대해서는 이월제한 추가 완화로 유연하고 자율적인 배출권 운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경매시장도 확대해 유상할당 경매 참여범위를 모든 할당대상업체 및 시장조서자 등 제3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시장활성화를 위해 자산운용사, 보험, 은행사 등 제3자 참여를 활성화하고 다양한 배출권 거래형태(선물거래, 위탁거래 등)을 안착시킬 계획이다. 

발전부문 유상할당이 대폭 확대돼 전력가격 내 적정 탄소비용이 반영된다는 전제 아래, 기업의 열이나 전기 사용에 해당하는 간접배출을 배출권거래제에서 제외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전기요금이 고정된 상태에서 기업들의 전력 사용을 통제하지 않으면 무분별하게 전기 사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도입됐지만 4기 기간동안에는 이같은 간접배출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또한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배출량 산정검증기준 개선, 배출량 검증절차 간소화에 대한 내용도 기본계획에 포함했다. 유상할당 수익금을 기업 감축활동에 재투자하고 획기적인 감축기술 도입 지원체계를 마련(예 직접공기포집기술, CCUS 등 기술개발 지원, 탄소차액계약제도 등)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번 4차 할당계획 수립에 대해 국회기후변화포럼 한정애 공동대표는 “4차 배출권 할당계획은 무엇보다 NDC와 함께 가야 한다”면서 “유상할당 확대에 대해서는 증가분에 대한 추계와 수익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계획까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김진효 변호사는 “국내 배출권거래제가 3차 계획기간까지 운영되어 오면서 계획기간 중 할당계획을 수정한 경우는 여러 번 있었다”면서 “할당대상업체들은 배출권 할당에 관한 규정, 할당계획 등의 내용을 기반으로 해당 계획기간 동안의 의무이행 방안을 수립하게 되는데, 이행 기간 중간에 이러한 규정과 계획의 잦은 변경은 기업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금번 확정하는 4기 할당계획은 계획기간 중간에 변경하는 일이 없도록 허용총량, 유연성 메커니즘, 예비분, 유상할당 업종 및 비율 등 주요 내용들을 세심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