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개발 중인 ‘핵융합’ 전력 구매…‘꿈의 에너지’ 상용화 탄력받나
빅테크 핵융합 투자 경쟁 본격화 2030 상용화 목표, 전문가 의견 엇갈려 최신 핵융합 연구에서 기술 진전
[ESG경제신문=주현준 기자] 구글이 세계 최초로 핵융합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구글은 미국 핵융합 스타트업 커먼웰스퓨전시스템(Commonwealth Fusion Systems, CFS)과 200메가와트(MW) 규모의 전력구매계약(PP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CFS가 버지니아주 체스터필드에 건설 중인 첫 상업용 핵융합발전소 ‘ARC’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대상으로 한다. ARC 발전소는 총 400MW 규모로 2030년대 초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400MW 전력은 대형 산업단지나 약 1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원리와 같은 핵융합 반응을 인위적으로 일으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발전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상업화까지는 여전히 기술적·경제적 난제가 남아 있어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는 회의론도 있다.
구글 첨단에너지 부문 총괄 마이클 테럴은 “핵융합은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며 “물리학적·공학적 과제가 많지만, 지금부터 투자하지 않으면 그 미래를 실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CFS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밥 뭄가드는 "이번 계약은 그저 날짜만 적어둔 얄팍한 문서가 아니다"라며 "실제 전력을 생산하고, 구글은 이를 구매할 법적 의무가 있는 완전한 PPA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빅테크 핵융합 투자 경쟁 확산
빅테크 기업들의 핵융합 투자는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3년 5월 헬리온(Helion)과 2028년부터 50MW 규모의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헬리온은 2021년 오픈AI CEO 샘 올트먼의 개인 투자 3억 7500만 달러를 시작으로, 2025년 1월 시리즈 F 투자 라운드에서 4억 2500만 달러를 추가 유치해 누적 투자액이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 투자에는 샘 올트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등이 참여했다.
CFS는 구글 외에도 2021년 12월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으로부터 18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약 80억 달러 규모의 민간 자금이 핵융합 스타트업에 유입되며, 기술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2030 핵융합 상용화’ 의견 엇갈려
현재 빅테크 기업들과 주요 핵융합 연구진들은 2030년대 초중반을 핵융합 상용화 목표 시점으로 설정하고 연구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CFS는 2030년대 초 상업 핵융합 발전소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고 헬리온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와 2023년 체결한 PPA를 통해 2028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실제 상업화가 이 시기에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플라즈마 안정화, 삼중수소 연료 확보, 경제성 등 기술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남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의 수석 핵 분석가 크리스 가돔스키는 "슈퍼컴퓨팅, 3D 프린팅, 첨단 소재 및 자석 기술의 발전 덕분에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마침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도구를 갖추게 됐다"며 "핵융합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스티븐 콜리 미국 프린스턴플라스마물리연구소 소장 역시 "작은 규모에서 실제로 실험에 성공했고 이제 규모를 키워 시도하고 있다. 우리 전문가들은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세계적 에너지 전문가인 마틴 그린(Martin Green)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교수는 작년 6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핵융합은 여전히 ‘50년 후’의 기술로 남아 있다. 최근의 투자와 기술 진전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력망에 투입될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상업 발전소가 등장하려면 수십 년이 더 걸릴 것이다.”고 지적했다. 투자회사 캐피털 이노베이션스의 마이클 언더힐 최고투자책임자 역시 지난 30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핵융합이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해지려면 15~30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 핵융합 연구 빠른 진전 보여
현재까지 어떤 핵융합 실험도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공학적 손익분기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가장 큰 성과는 2022년 미국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에서 일시적으로 얻은 순에너지 이득이다.
2022년 실험 이후,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는 여러 차례 순에너지 이득 실험을 반복하며 에너지 산출량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2025년 4월에는 2.08메가줄(MJ)의 입력 에너지로 8.6MJ의 융합 에너지를 얻는 등, 실험의 재현성과 효율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영국 JET 연구소는 2024년 2월 한 번의 펄스에서 69.26MJ의 융합 에너지를 방출해 자체 기록을 경신했고, 중국, 일본 등도 대형 핵융합 실험에서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플라즈마 제어 등 첨단 기술이 도입되며 글로벌 핵융합 연구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핵융합 발전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없이 대량의 청정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꿈의 에너지'로 평가받는다. 구글 등 대형 기술 기업들의 선제적 투자가 이 기술의 상용화 시기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